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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놀이기구 주사위 닮은 약물 전달하는 ‘분자그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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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놀이기구 주사위 닮은 약물 전달하는 ‘분자그릇’ 개발

2020.11.02 11:51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신라시대 귀족들 놀이기구 주령구 구조 모방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이 만든 분자 다면체 ′분자 주령구′의 구조를 방사광가속기로 분석한 그림. 14면체인 주령구를 닮아 육각형과 사각형으로 이뤄졌다. IBS 제공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이 만든 분자 다면체 '분자 주령구'의 구조를 방사광가속기로 분석한 그림. 14면체인 주령구를 닮아 육각형과 사각형으로 이뤄졌다. IBS 제공

국내 연구진이 신라시대 사용된 다면체 주사위인 ‘주령구’를 모방해 약물 운반 등에 사용하는 분자 그릇을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전통 놀이기구인 주령구의 모양을 닮은 속이 빈 분자 그릇인 다면체 ‘분자 주령구’를 만들었다고 2일 밝혔다. 

 

신라시대 귀족들이 가지고 놀던 주령구는 정사각형 6개와 육각형 8개로 이뤄진 14면체다.  분자 다면체는 작은 블록을 조립해 여러 모양을 만들 듯 분자들을 결합해 만든 다면체 모양의 분자를 말한다. 속이 빈 분자 다면체는 내부에 약물을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약물 운반체, 광촉매에 쓸 수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분자 다면체는 직경이 2나노미터(nm·10분의 1m) 보다 작았다. 일반적인 약물 분자의 직경이 2나노미터, 항체분자의 직경이 5nm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부에 담을 수 있는 분자가 많지 않았다. 

 

이번에 연구팀은 좀더 큰 분자 그릇을 제작했다.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2015년 사각형 포피린 분자 6개와 삼각형 리간드 분자 8개를 합성해 ‘포피린 박스(P6L8)’라는 분자 다면체를 합성했다. 리간드는 금속원자에 전자쌍을 제공하는 화합물이다.  포피린 박스 직경은 약 3나노미터인데 비해 이번에 합성한 분자 주령구의 직경은 약 5.3나노미터로, 포피린 박스 직경의 약 1.8배다. 지금까지 보고된 수많은 분자 다면체 중에서도 가장 크다.

 

연구단은 주령구가 두 개의 평면도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주령구의 모양을 본 따 분자의 구조가 14면체가 되도록 분자의 길이와 각도를 정밀하게 설계했다. 이후 분자들이 스스로 형태를 갖추는 ‘자기조립 특성’을 활용해 사각형 포피린 분자 12개와 굽은 막대기 모양의 리간드 분자 24개로 이뤄진 ‘분자 주령구(P12L24)’를 합성했다.

 

이렇게 만든 분자 주령구를 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분자 주령구의 직경이 단백질만큼 크고 속이 빈 14면체 구조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분자 주령구 안에 전도성 분자를 담아 약물 운반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고, 빛을 쬐면 전자를 방출하는 포피린의 특성 때문에 천연물질인 주글론을 합성할 때 분자 주령구가 광촉매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김기문 단장은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새로운 물질을 설계하기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는 공간”이라며 “분자 주령구 내부의 커다란 공간을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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