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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거와 미래]⑥미래의 인재상: 대학 교육의 변화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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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과거와 미래]⑥미래의 인재상: 대학 교육의 변화 방향은?

2020.11.03 14:50
2019년 서울대 입학식 모습이다. 연합뉴스
2019년 서울대 입학식 모습이다. 연합뉴스

대학을 플랫폼과 네트워크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미래 인재들의 역량에 대한 재정립도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미래에 필요한 인재 역량에 관해서는 수많은 연구와 의견이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보고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015년 출판한 ‘교육의 새로운 비전’이다. 이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급속한 변화가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라고 명시했으며, 변화된 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들이 육성해야 할 16가지 능력을 제시했다. 2020년 이후 요구되는 이 능력들을 기본 지식(Foundational Literacy), 역량(Competency) 그리고 인성(Character Quality)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기본 지식은 읽고 쓰는 문해 능력(Literacy), 수리 능력(Numeracy), 과학 지식(Scientific Literacy), 컴퓨터/정보처리 능력(ICT Literacy), 재정 지식(Finance Literacy), 인문 문화 지식(Civic and Cultural Literacy)의 6가지로 구성되며, 역량은 비판적 사고와 복잡한 문제 해결(Critical thinking /Problem Solving), 창의력(Creativity),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업 능력(Collaboration)으로 총 4가지로 구성된다. 인성은 모두 6가지로, 호기심(Curiosity), 주도성(Initiative), 일관성(Persistence/Grit), 적응력(Adaptability), 리더십(Leadership), 사회ㆍ문화적 감수성(Social and Cultural Awareness)으로 구성된다.

 

문해 능력과 수리 능력 등 기본적인 지식은 전통적인 대학에서 가르쳐 왔던 학습 주제들로, 다음 단계의 능력을 키우는 출발점이다. 전통적으로 한두 분야의 지식을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기본 지식의 범위가 컴퓨터/정보처리 지식, 재정 지식, 인문 문화 지식 등 학문의 전 분야로 확대되고 다양화되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른 점이다. 이는 미래의 대학이 기본 지식을 더 넓고 깊게 가르쳐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며, 동시에 문과와 이과 구분, 개별 학과 중심의 우리나라 학부 교육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한다. 역량은 복잡한 도전을 해결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비판적 사고는 모든 학문의 출발점으로 학문의 역사와 함께해 온 기본 소양이며, 창의력은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구하는 데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는 능력이다.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을 육성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지식의 깊이 있는 학습과 이들의 연결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갖추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은 개인이 갖출 수 있는 지식과 관점의 다양성을 보완하기 위해 타인과의 연결을 원활하게 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인성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호기심과 주도성은 새로운 상황과 문제에 대해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출발점이며, 일관성과 적응력은 예상치 못한 역경이나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을 때 흔들림 없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리더십과 사회 문화적 감수성은 다양한 타인들과 사회적, 도덕적, 문화적으로 적절하게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변화하는 환경과 상황에 대응하는 6가지 능력들은 변화 대응력, 회복 탄력성이라고 해석되는 ‘리질리언스(Resilience)’라는 개념으로 묶을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정의한 미래 인재의 6가지 기본 지식은 ‘다양성’, 4가지 역량은 ‘연결’, 6가지 인성은 ‘리질리언스’, 이렇게 셋으로 요약할 수 있으며, 이를 모두 관통하는 한 가지 키워드는 ‘연결’로 정리할 수 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 앞두고 24일 오후 광주 제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100'일 앞두고 24일 오후 광주 제일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대학은 학생들이 삶의 의미와 목적을 탐색하고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통합 학습(Integrated Learning)에서 강조하는 키워드가 ‘연결’이기도 하다. 통합 학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미국 대학협회는 통합 교육은 여러 원천과 경험에서 나온 기술과 지식을 서로 연결시켜 보는 것이며, 학문 이론을 다양한 실제 상황에 적용해 보는 것이고, 여러 관점들을 적절히 융합하고 활용해 보는 것이며, 서로 다른 논점을 맥락에 맞게 이해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들이다. 그 뿌리가 중세 대학의 자유교양 7과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통합 교육의 핵심이 ‘연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 변화할 대학이 역설적으로 인문학자들이 주장하는 교육기관으로서 본령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소나무와 같은 단일 품종이 적절한 간격으로 열을 맞추어 같은 높이로 자라고 있는 잘 관리된 플랜테이션과, 바닥에는 다양한 초목, 하층에는 여러 종의 관목, 중층과 상층에는 여러 종의 교목들이 섞여서 자라고 있는 자연림을 상상해 보자. 플랜테이션은 목재 생산과 같은 직접적인 목적에 최적화된 산림이다. 한편, 자연림은 다양한 생물종을 담아내고 있으며, 여러 생물체가 물질 교환과 에너지 전달을 통해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연림은 목재 생산과 같은 직접적인 경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다양한 생물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물질의 발견, 이에 기반한 신약 개발처럼 간접적이지만 훨씬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경제 효과가 가능하다. 자연림의 또 다른 장점은 회복 탄력성, 즉 리질리언스이다. 종의 다양성과 이들의 단단한 연결은 예기치 못한 어떤 재난 상황에서도 새로운 정상 상태로 되돌아오는 회복 능력을 제공한다. 대규모 산불 발생하면, 플랜테이션은 회복 불가능하게 초토화되지만, 자연림은 짧은 시간 안에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된다. 병충해와 같은 특정 생물종에 영향을 미치는 재해 상황에 플랜테이션은 매우 취약하지만, 다양한 생물종의 단단한 연결로 구성된 자연림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플랜테이션이 표준화되고 전문화된 2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을 상징한다면, 자연림은 다양성과 연결 그리고 리질리언스를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을 상징한다.

 

대학 내부와 대학 외부의 다양한 지식과 사상을 매개하는 연결을 담아내는 플랫폼이 대학인 것처럼, 개인 내부에 다양한 지식과 사상을 축적하고 이들을 연결 조합할 수 있으며,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통해 타인의 다양한 지식과 사상을 공유 활용할 수 있고, 이런 다양성과 연결 능력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탄력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리질리언스를 가진 인재, 바꾸어 말하면,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설명 가능한 명문 대학의 모습을 개인 안에 내재화한 학생이 미래 대학이 키워 낼 인재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의 특징인 ‘다양성’, ‘연결’, ‘리질리언스(회복력)’을 위해 대학의 교육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까? 1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던 17~18세기 과학기술혁명에 대학은 중세의 구습에 젖어 아카데미와 살롱만큼도 역할을 담당하지 못했다. 2차 산업혁명은 국가 주도의 대학 혁신을 통해 대학이 기술 개발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2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표준화되고 분업화된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해 내는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3차 산업혁명을 거쳐, 4차 산업혁명 시대인 현재까지 대학은 연구개발에서 과거보다 더욱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총장을 지내고 하버드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거듭나게 한 찰스 엘리엇이 통합형 모델에서 정의한 대학의 세 가지 기능 중 연구개발(R&D) 기능은 주요 연구 중심 대학들의 주도하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개발에 기여하는 등 그 몫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두 가지 기능인 직업교육과 교양 교육 측면에서는 기존 대학의 역할의 재구조화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무엇보다 미래의 산업을 이끌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학은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전통적인 영역이 사라지는 미래 산업 형태를 고려하면, 한 가지 전공 분야에 대한 일률적인 교육은 변화되어야 한다. 적어도 두 가지 전공 분야의 깊이 있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한 가지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가르쳐야 한다.또 개별 대학과 개별 학과는 다양한 역량을 산업계에 제공해야 한다. 표준화된 과목과 유사한 교육과정을 통해 비슷비슷한 특징을 가진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별로 학과별로 차별화된 강점을 가진 졸업생을 배출해야 한다. 

 

개인화된 교육도 절실하다. 석사 이상의 학위와 전문성을 지향하는 학생들과 취업을 지향하는 학생들은 그 교육 내용에 차이가 있어야 한다. 교육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 이와 함께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학습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정답이 없는 과제를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팀원이 모여 해결해 보는 학습 방법이 바람직하다. 미래 대학 모델에서 자주 언급되는 올린 공대와 미네르바 학교의 문제 중심의 학습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19세기 대학의 재탄생을 이끈 훔볼트는 새로운 대학이 지식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속의 미래 대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직업교육의 미래는 평생교육의 강화가 한 축이 될 것이 확실하다. 대학을 졸업한 인력들이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업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육이다. 진학 인구의 감소가 큰 문제가 될 국내 대학에 주어진 새로운 역할은 어쩌면 4차 산업혁명으로 변화하는 산업 분야에 필요한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영국에서도 고용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급속히 변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복합적인 역량을 쌓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평생교육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대학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기관들이 평생교육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도 평생교육이 떠오르는 사업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교양 교육의 변화와 강화도 필요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진학한 대학생들에게는 지식 전수 중심의 교양 교육이 아닌,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강화하고, 복잡한 문제의 추론 능력을 배양하는 새로운 교양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잘 해낼 수 있는 지식 암기와 패턴 인식보다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정형화하기 어려운 창의력, 비판적 사고 능력, 소통 능력, 협업 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교양 교육을 개편해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학습 능력 배양이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방법과 이를 활용하는 역량을 키워 주는 것이 새로운 교양 교육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인문 교양 교육은 많은 분야에서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할 좀 더 먼 미래에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느껴 왔던 인간에게, 노동이 감소하는 미래에 그 존재 이유를 부여할 새로운 대안이 학습이다. 미래에는 실용적인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학습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인문학 중심의 교양 교육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1852년 존 헨리 뉴먼이 《대학의 이념》에서 인문 교양은 그 자체가 목적이라는 주장, 1916년 소스타인 베블런이 《미국의 고등교육》에서 학습은 본질적으로 여가 활동이라고 한 주장과 직접 연결된다. 4차 산업혁명이 장기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긍정적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이 기여할 부분은 무엇일까?

 

그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과 4차 산업혁명이 야기할 직업의 변화를 반영한 교육의 혁신만큼, 중세 대학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인문 교양 교육을 보존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미래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대학 교육을 통해 인성을 고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며, 대학의 원형이었던 학문하는 자치 공동체가 미래 대학의 주류 모델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이 연재는 지난 6월 5일 출판된 필자의 저서《대학의 과거와 미래》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허준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대학에서 공간 정보 취득, 관리, 분석, 시각화, 활용과 관련한 교육과 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공간정보 벤처 기업에서 5년간 기술총괄이사로 일했다. 연세대 오픈스마트에듀케이션(OSE) 센터장, 교육부 한국형 온라인공개강좌(K-MOOC) 기획위원, 미래교육 실무 자문단, 국가 평생교육진흥원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코세라에서 ‘공간 데이터 과학과 응용(Spatial Data Science and Applications)’라는 MOOC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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