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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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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2020.12.05 10: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학 졸업 후 한참 연락이 안 되었다가 오랜만에 소식이 들려온 친구가 있다. 수상한 종교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한동안 힘든 일들을 겪고 방황하다가 해당 종교 단체에서 간만에 큰 소속감을 느꼈다고 했다. 

 

비슷하게 최근 많은 논란의 중심이 된 모 종교단체 역시 심한 경쟁 속에서 지쳐버린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직책과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적어도 여기에서는 자신이 쓸모있고 중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소속감과 자기 가치감을 주는 데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족과 친구,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낙오된 사람들에게 우리 집단에서는 네가 필요하니까 우리와 함께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사람들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고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한 번 이상한 종교 단체에 붙들려 간 경험이 있다. 대학 신입생 때 학교에 아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우르르 몰려와 어리버리했던 나와 함께 어울려준 선배들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의 정체는 특정 종교 단체 산하의 학생조직으로 나같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새내기들을 공략하기 위한 조직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몇 번의 집다 회유와 싸움 끝에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학생들의 경우 대학 4년 내내 같은 종교 단체 사람들과 룸메이트로 지내는 등 인간관계의 전부가 한 집단에 매여서 어떤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힘들고 외롭고 내가 쓸모 없는 존재인 것 같고 한 명이라도 좋으니 누군가 나를 이해해줬으면 싶을 때, 우리는 내밀어진 손이라면 뭐든 덥썩 잡겠다는 절박함을 품게 된다. 이렇게 사람을 받아들이는 허들이 낮아져 있을 때 좋지 않은 의도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쉽게 집어삼켜지고 마는 듯 하다. 

 

관련해서 몇 년 전 작고하신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외로움 연구자인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의 연구 중 외로운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사리분별력 또한 떨어진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외로움으로 인해 스러져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시점이라 그런지 다시 한 번 이 발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아무도 나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는, 사실상 죽은 상태와도 같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보다는 차라리 잘못된 선택을 내리고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이비 종교나 각종 사기, 다단계 등에 넘어가는 경우 외에도 ‘평평한 지구설’이나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이야기 같이 말도 안 되는 꼬임이나 어불성설에 깊게 빠져드는 경우 역시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비슷한 열정을 공유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는 욕구가 한 몫 할지도 모르겠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실제로 최근 혼자 동떨어진 듯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황당무계한 이야기에 더 잘 넘어가더라는 연구가 나왔다. 홍콩대학의 카이 탁 푼(Kai-Tak Poon) 연구팀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셜 미디어에서 기대보다 적은 수의 좋아요를 받게 하거나 또는 소외당했던 경험 등을 떠올려보게 했다. 이렇게 소외감을 증폭시키고 난 후 사람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는 거짓이라거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등 황당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각 이야기들이 얼마나 믿을만한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소외감을 늘리는 처치를 받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황당한 이야기들에 더 쉽게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소외감을 겪고 나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들에 더 잘 영향받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은, 외롭고 불안하다는 이유로 아무나 쫄쫄 믿고 따라다녔던 새내기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한편 소외감을 느낀 후 ‘내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관이나 삶의 이유 몇 가지 적어보기‘를 한 사람들은 똑같이 소외감을 느꼈지만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관을 가다듬어보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상한 말들에 넘어가는 모습을 ‘덜’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해진 틈을 타 나를 휘두르려고 하는 이상한 손길들에 대해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제정신인 나를 회복하는 것일 거다. 주변의 영향력에 가벼이 휩쓸릴 것 같을 때,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나의 줏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같은 굵직한 원칙들을 되새기는 것이 나를 가볍게 휩쓸리지 않게 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주 작은 외로움과 소외감에도 쉽게 흔들리고 마는 우리들이다. 그만큼 힘들 때에도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쓰러지지 않도록 나를 굳건하게 붙들어 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힘든 시기에 나 역시 누군가의 지지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참고자료
Poon, K. T., Chen, Z., & Wong, W. Y. (2020). Beliefs in conspiracy theories following ostracism.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46, 1234-1246.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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