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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빨간 뿌리 줄까, 파란 뿌리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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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빨간 뿌리 줄까, 파란 뿌리 줄까

2020.12.06 06:00
식물의 뿌리 경쟁 규명, 탄소 감축 설계 도와
SCIENCE 제공
SCIENCE 제공

정적이고 수동적일 것만 같은 식물은 사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운다. 햇빛이 없으면 살지 못하는 식물은 나뭇가지와 잎이 경쟁적으로 햇빛을 향해 뻗는다. 땅속에서는 영양분과 물을 뺏기 위해 뿌리 사이의 혈투가 벌어진다. 


시루 카발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학및진화생물학부 연구원은 식물에서도 뿌리에 주목했다. 뿌리는 땅속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얼마나,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카발 연구원은 한정된 공간의 토양에 식물을 여럿이 함께 심으면 뿌리가 토양 속 영양분을 어떻게 나눠 가지는지 실험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국립자연과학박물관(CSIC)에 있는 온실에 고추를 심었다. 뿌리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 대만 심은 화분과 여러 대를 심은 화분을 함께 뒀다. 또 고추마다 뿌리를 빨간색, 파란색 등으로 염색해 나중에 뿌리가 어느 고추에 속한 것인지 확인하기 쉽게 했다. 


뿌리는 세부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토양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하는 잔뿌리가 있다. 그리고 굵은 뿌리는 잔뿌리가 흡수한 물과 영양분을 식물로 보내 식물의 성장과 생존을 돕는다. 식물 입장에서는 경제학의 게임 이론처럼 환경에 따라 뿌리에 투자하는 정도를 달리 해야 생존에 유리하다. 땅속 깊숙이 계속 뿌리를 내리는 게 유리할 때도 있고, 뿌리를 수평으로 넓게 확장하는 게 좋을 때도 있다.

 
연구팀은 실험에 앞서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우선 식물이 여럿이 함께 자라는 경우 뿌리가 서로 겹치지 않고 분리되게 만들어 토양의 양분을 공유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야 모든 식물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뿌리를 옆으로 뻗어 옆 식물과 경쟁하는 대신 아래로 자라게 할 것이다. 이 역시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는 식물 입장에서 택할 수 있는 전략이다. 

 
실험 결과 뿌리는 식물들이 서로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느냐에 따라 경쟁하는 정도가 달랐다. 근처에 다른 식물이 가까이 붙어 있을수록 식물은 자신의 뿌리가 한정된 토양에서 영양분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도록 더 많이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잔가지를 많이 만들어 풍성한 뿌리가 나왔다. 반면 홀로 자랄 때는 경쟁자가 없는 만큼 뿌리에 적당히 투자해 뿌리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특히 연구팀의 가설대로 식물은 여럿이 함께 자랄 때 뿌리를 옆으로 뻗어 서로 경쟁하는 대신 아래로 뻗어 공생하는 전략을 택했다. 공동의 규칙 없이는 공유지의 희귀 자원이 결국 파괴되고 말 것이라는 ‘공유지의 비극’이 적어도 식물의 생존 법칙에는 들어맞지 않는 셈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식물은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고정하고, 이렇게 고정된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은 뿌리에 저장된다”며 “뿌리 증식을 예측하는 것은 이산화탄소 흡수와 이를 통한 기후변화 전략을 설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4일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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