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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작은 거절에도 상처받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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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작은 거절에도 상처받는 사람들

2020.12.12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 관계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의 거절을 당했을 경우, 기분은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금방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훨씬 큰 충격을 받고 배신감에 치를 떠는 사람들이 있다. ‘거절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불리는 특징이다. 


거절에 대한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걱정이 심하고 거절을 크게 두려워한다. 예컨대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미움받으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보니 이들은 거절의 신호를 열심히 관찰하며 민감하게 잡아내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여기에는 떨어진 풍선을 폭탄으로 감지해버리는 고성능 레이더처럼 거절을 감지해내는 데 있어 오경보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예컨대 상대방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무표정을 지었을 뿐인데 이를 굳이 상대가 나를 싫어하고 내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식이다. 


또는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회의중이라서 아니면 폰 배터리가 나가서 톡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일 뿐인데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하고 거부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해버리는 등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전부 자신에 대한 거절이라고 해석하는데 특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거절을 두려워하고 거절에 민감한 만큼, 이들은 거절에 대한 민감성이 낮은 사람들에 비해 많은 거절을 겪고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받는 편이다. 또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다 자신에 대한 거절이라고 해석하다보니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일도 많다. 그 과정에서 오해를 쌓아 가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아서 상대방으로부터 ‘실제’ 거절을 이끌어내는 일도 적지 않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학자들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자기실현적 예언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미국 스토리브룩대의 연구자 애슐리 아라이자 교수 연구팀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다년간의 추적 조사를 통해 이러한 거절에의 민감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각각 6세, 9세, 12세일 때 양육자와 교사의 보고를 통해 아이의 성격 특성이 어떠한지, 또 아이들이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가정에서도 양육자와 양질의 관계를 있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 6세와 9세 때 양육자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좋은 교우관계를 경험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2세 때 거절 민감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아이들의 성격 특성 또한 거절 민감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정서성’이라고도 불리는 성격 특성인 ‘신경증’이 높아서 기본적으로 부정적 정서를 느끼는 역치가 낮고 별다른 일 없이도 높은 걱정과 불안, 스트레스 수준을 보이는 아이들이 신경증이 낮은 아이들에 비해 더 거절 민감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주변 사람들과 양질의 관계를 맺어왔는지의 여부와 걱정이 많고 부정적 정서를 쉽게 느끼고 마는 개인의 성격 특성이 모두 거절 민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경험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방어해주는 역할을 하는 반면 워낙 걱정과 두려움이 많은 성격 특성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거절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도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운이 좋게도 최근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 관계에서 상처받는 경험, 인간관계에 대한 불안이 많은 특성 등에 대해 연구해오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팁을 주실 수 있냐고 물었고 다음의 세 가지 팁을 받을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사랑받고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한 갈망을 내장한 채 태어나는 사회적 동물에게 거절은 당연히 힘든 일이고 앞으로도 거절은 무수히 발생할 것이며 그 때마다 어느 정도는 마음이 아플 것임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동물로 태어나서 관계로 인해 고통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마치 식물이 물과 햇빛 없이 살아가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거절을 두려워 하고 상처받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임을 받아들이고 난 후에는 거절의 ‘결과’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을 때,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이 내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나의 안전과 행복에 실제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미워해봤자 어쩔거냐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각종 사소한 일들을 걱정하는 데 일생을 갈아넣곤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에서도 “지금 이게 꼭 필요한 걱정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래 성격 자체가 걱정과 불안이 많은 편인 경우 더더욱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겠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관계에서의 많은 갈등과 거절은 ‘내가 신경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내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저 사람이 내게 내뱉는 말들이 옆 집 강아지가 떠드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제로 그렇게 취급하기 시작하면 그 사람이 내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얼마든지 미약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미 나를 받아들여주고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항상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내게 있어 실제로 중요한 사람들이 나를 이미 아껴주고 있다면 굳이 나와 큰 상관이 없는 기타 모든 타인들에게 사랑받기를 갈망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이고 굳건한 관계들을 만들어 두면 위의 연구에서 살펴본 것처럼 훗날 닥쳐올 관계에서의 실망과 거절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된다. 


거절은 원래 아픈 것이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것임을 받아들일 것,  거절이 발생할 경우 그것이 가져올 실제 결과를 곰곰히 따져볼 것, 그리고 평소 양질의 인간관계를 형성해둘 것 기억해보자. 

 

※참고자료

Araiza, A. M., Freitas, A. L., & Klein, D. (2019). Social-experience and temperamental predictors of rejection sensitivity: A prospective study.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1, 733-742.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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