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전문용어의 벽, 어떻게 허무나](하) '프랑켄푸드'의 파급 효과…과학자와 대중의 거리 좁히기

통합검색

[전문용어의 벽, 어떻게 허무나](하) '프랑켄푸드'의 파급 효과…과학자와 대중의 거리 좁히기

2020.12.12 07:42

美 퓨연구소 설문, 과학자-대중 인식 간극 커

'프랑켄푸드(frankenfood)'는 대중에게 '죽음' 이미지 형성

코로나19 전문용어 뜻 풀어줘야

 

Pixabay 제공
픽사베이 제공

2015년 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국 퓨연구소(Pew Research Center)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발행하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과학과 사회에 대한 대중과 과학자들의 관점’이라는 주제로 실험동물 사용, 진화론, 원자력 발전, 백신 접종, 기후변화 등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과학기술 주제 13가지에 대해 과학자들과 대중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각각 물은 결과였다. 대중은 미국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했고, 과학자들은 AAAS 소속 회원 3748명을 대상으로 삼았다.  


●퓨연구소, 13개 주제 설문조사…GMO 인식 차 가장 커 

 

결과는 흥미로웠다. 유전자변형작물(GMO)로 만든 음식 섭취가 안전하다는 데 과학자들은 88%가 동의했지만, 대중은 37%만 수긍했다. 대중의 57%는 GMO가 대체로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과학자들의 대다수(89%)는 연구를 위한 실험동물 사용에 찬성했지만, 대중은 절반(50%)이 반대했다. 

 

지구온난화가 상당 부분 인간 활동에 기인했다는 사실에는 과학자(87%)와 대중(50%) 사이에 37%의 인식 차이가 존재했다. 아동에게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점에도 대중은 68%가 그렇다고 대답해 과학자(86%)와 18%의 차이를 보였다. 

 

과학자와 대중의 인식 차이가 가장 작게 나타난 항목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운영 필요성으로 과학자(68%)와 대중(64%)이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양측은 모두 국제우주정거장 운영이 미국 정부를 위한 바람직한 투자라고 답했다. 

 

퓨연구소는 GMO에 대해 과학자와 대중의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유로 “대중 응답자의 67%는 GMO가 건강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과학자들이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분석했다. 

 

퓨연구소 제공
미 여론조사 기관인 퓨연구소가 2015년 1월 공개한 과학자와 대중 사이의 인식차. 13개 주제 가운데 유전자변형작물(GMO)에 대한 인식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퓨연구소 제공

●유전자변형이 '죽음'으로 인식되기도 

 

과학 연구 아너 소사이어티인 ‘시그마 크사이(Xi)’가 1913년부터 격월로 발행하는 과학잡지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는 퓨연구소의 설문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과학자들이 과학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대중에게 전달할 때 어떻게 바꿔서 전달할지에 대해 노력하지 않고, 이런 전문용어의 장벽이 대중을 과학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과학자들의 84%는 과학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의 부족이 대중의 과학 이해를 방해한다고 응답했는데, 이에 대해 아메리칸 사이언티스트는 “과학자들이 대중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미신(myth)’”이라며 “과학자가 용어, 길이, 표현 방식, 매체 등을 어떻게 선택하는지에 따라 대중의 과학 이해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학 정보가 많다고 해서 대중의 과학 이해 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2013년 디트람 슈펠레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생명과학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정보 부족보다는 적절한 용어 선택이 새로운 과학 지식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고 수용하는 데 더 중요하다. 


슈펠레 교수는 199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둘러싼 논란을 예로 들었다. 미국 코넬대 곤충학자인 존 로지 박사는 바실러스 튜링겐시스라는 그람양성 세균을 이용해 해충에 잘 견디도록 형질을 전환한 옥수수가 제왕나비에는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당시 이 연구는 USA투데이 1면에 ‘엔지니어링 옥수수가 나비를 죽인다’라는 제목으로 실렸고, 워싱턴포스트 역시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나비를 죽일 수 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죽음’이라는 용어는 대중에게 형질전환 옥수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시켰고, 파급효과는 컸다. 유럽은 몬산토의 형질전환 옥수수 수입을 막았고, 미국에 형질전환 옥수수 재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슈펠레 교수는 “그린피스가 유전자변형 식품을 ‘프랑켄푸드(Frankenfood)’라는 단어로 지칭했는데, 이런 용어는 자연스럽게 ‘죽음’ ‘부자연스럽고 인공적인 것’과 같은 이미지를 형성한다”며 “유전자변형과 같은 새로운 전문용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대중의 과학 이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존스홉킨스대, 코로나19 전문용어 뜻 풀이 공개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유행으로 감염병과 관련된 새로운 전문용어들이 다수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낳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리소스센터를 통해 코로나19 현황판을 운영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공공보건대학은 11월 23일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은 일상 대화에서 광범위하게 새로운 용어의 사용을 가져왔다”며 “이들 용어는 종종 혼용돼 대중에게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홈페이지에 코로나19와 관련해 흔히 잘못 사용되는 용어와 그 뜻을 정리해 공개했다. 


가령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을 나타낼 때 자주 사용되는 ‘효험(efficacy)’과 ‘유효성(effectiveness)’은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효험은 엄밀하게 말하면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로 시험 환경이 통제된 상태에서 얻는 결과인 만큼 백신의 이상적인 성능에 해당한다. 반면 유효성은 백신이 상용화된 이후 실제로 사람에게 접종할 때 나타나는 효능이다. 


유행(epidemic)과 대유행(pandemic), 풍토병(endemic)도 헷갈리기 쉬운 용어다. 유행과 대유행의 기준은 유행의 범위가 한 도시나 국가인지 세계적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유행이 한 국가를 넘어 여러 국가나 대륙으로 퍼지면 대유행이 된다. 풍토병은 한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접촉이나 비말 등을 통해 개인 사이에 감염되면 전파(transmission)로 써야 하고, 특정 집단에서 한꺼번에 확산한 경우에는 집단 감염(community spread)이라는 용어가 적합하다. 또 코로나19로 100명이 확진돼 이 가운데 1명이 사망했다는 식으로 정확한 통계를 언급할 때는 사망률(death rate)로, 인구 10만 명당 10명 꼴로 사망했다고 할 때는 치사율(mortality rate)로 쓰는 게 맞다. 


양성률(positivity rate)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실제로 양성으로 나타난 비율을, 유병률(prevalence)은 특정 기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의 수로 이를 통해 전체 인구의 발병률을 가늠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이 기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어문화원연합회의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