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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로 쓰는 '조개 속 독소' 대량 배양 기술 국산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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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로 쓰는 '조개 속 독소' 대량 배양 기술 국산화 성공

2020.12.21 06:00
해외서 고가에 구입해오다 최근 동중국해서 샘플 수집 3년내 표준물질 생산 가능
마비성 패류독소는 독소를 가지고 있는 식물플랑크톤인 ′와편모조류′를 먹이로 삼은 홍합이나 꼬막, 굴 등 패류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독성이다. 마비성 패류독소를 섭취하면 마비, 두통, 매스꺼움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위키미디어 제공
마비성 패류독소는 독소를 가지고 있는 식물플랑크톤인 '와편모조류'를 먹이로 삼은 홍합이나 꼬막, 굴 등 패류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독성이다. 마비성 패류독소를 섭취하면 마비, 두통, 메스꺼움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위키미디어 제공

 

2018년 동중국해에서 발견된 식물플랑크톤 ‘센트로디니움’은 마비성 패류독소를 유발하는 플랑크톤의 한 종류다. 마비성 패류독소는 독소를 가지고 있는 식물플랑크톤인 '와편모조류'를 먹이로 삼은 홍합이나 꼬막, 굴 등 패류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독성이다. 국내서는 1986년과 1996년 홍합을 먹은 낚시꾼들이 숨지는 사례가 보고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센트로디니움은 20세기초 학계에 보고된 뒤 현미경을 통해 그린 한 장의 그림으로만 남아있다가 100여 년 만에 한국의 조사선이 샘플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최근 신현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센트로디니움을 세계 최초로 대량 배양하는 기술도 확보하면서 마비성 패류독소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비성 패류독소를 섭취하면 마비, 두통, 메스꺼움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런 마비성 패류 독소가 늘어나는 3~6월 100곳이 넘는 해역에서 패류를 채취해 독성이 기준치를 넘으면 유통과 판매를 금지한다. 하지만 마비성 패류 독소가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만은 아니다. 독특한 생리활성 기능과 강한 독성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근육이완제나 진통제 같은 의약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마비성 패류 독소를 인간에게 유리한 물질로 쓰려면 독소의 독성 수준과 성분을 체계적으로 비교할 표준물질이 필요하다. 표준물질은 순수 독소를 정제해둔 물질로 독소를 분석하는 잣대 역할을 한다. 이런 표준물질을 생산하려면 마비성 패류 독소의 근원인 식물플랑크톤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그간 국내에는 마비성 패류독소를 유발하는 플랑크톤을 대량 확보하는 기술이 없어 캐나다국립과학연구소를 비롯해 해외 연구소에서 표준물질을 사와야 했다. 눈물 한 방울도 안 되는 몇 μL(마이크로리터) 가격이 200만~300만원에 이르고 독성물질이라 구입절차가 복잡하다.

 

2018년신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와 함께 해양식물플랑크톤을 채집하던 중 동중국해 한가운데서 희귀한 와편모조류를 발견했다. 국내로 가져와 유전자와 형태를 분석한 결과 이 플랑크톤이 100년 전 학계에 보고된 이후 한 번도 발견된 일이 없는 센트로디니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프로티스트'에 이를 알렸다.

 

연구팀은 이 플랑크톤의 대량 생산을 통한 표준물질 개발에 곧바로 착수했다. μL 단위의 독소를 생산하려면 1L당 플랑크톤이 20만 개 들어있는 용액이 1t 정도 필요하다. 보통 센트로디니움을 비롯한 식물플랑크톤은 해수의 온도, 염분, 영양염의 양, 빛의 세기와 파장, 배양하는 용기에 민감하다. 연구팀은 2년간 조건을 바꿔가며 최적의 환경 조합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와 그간 전량 수입하던 패류독소보다 8~10배 강한 독소 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센트로디니움에서 모두 6종의 패류독소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중 5종이 현재 존재하는 14종의 패류독소 중 가장 독성이 강한 상위 5위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유해 조류’ 12월호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센트로디니움에서 뽑아낸 패류독소 6종 외에도 기존에 보관 중이던 알렉산드리움에서 나머지 패류독소 8종을 생산하는 방법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패류독소 14종을 모두 보유하게 됐다. 표준물질을 생산하려면 대량 배양 설비를 만들어 독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첨단 정제 기술도 필요하다. 신 책임연구원은 "3년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표준물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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