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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과학] 물질 비밀 푸는 거대 핵물리 장비들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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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과학] 물질 비밀 푸는 거대 핵물리 장비들이 온다

2020.12.26 06:00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올 한해 소개한 핵물리학에서 여러 진전들이 있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처럼 서울의 남북간 거리와 맞먹는 둘레의 실험실을 짓는가 하면 이런 실험실에서 입자를 충돌시켜 매년 영화 10만 편에 달하는 양의 데이터를 만든다. 수십 년 앞을 바라보는 핵물리학자들은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하게 되는 걸까.  

 

거대강입자가속기보다 3배 긴 가속기 건설 계획 중

 

200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를 둘러싼 물리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힉스 입자를 발견할 것인가’였다. 힉스’는 물리학자들이 예상한 기본 입자 17개 중 유일하게 당시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입자다. CERN의 연구자들은 거대강입자가속기(LHC)에서 막 실험을 시작해 입자들을 충돌시키며 힉스가 관측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마침내 3년 뒤인 2012년 힉스를 발견해 기본 입자 17개를 설명하는 물리 이론인 ‘표준모형’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었다.


힉스 입자 발견으로 물질 세계의 모든 비밀을 풀어낸 것은 아니다. 표준모형은 빛을 포함한 여러 신호를 통해 볼 수 있는 물질만을 설명한다. 이는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의 총 질량에서 약 25%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75%는 정체를 밝히지 못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다. 이중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받는 물질을 통틀어 말한다. 천체 관측으로 멀리서나마 그 존재를 확인했다.


현대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을 뛰어넘어 암흑물질까지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려면 LHC보다 입자들을 더 빨리 가속시켜 더 세게 충돌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암흑물질은 질량이 매우 큰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입자들의 충돌에너지가 클수록 질량이 큰 입자를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CERN은 ‘차세대가속기(FCC)’ 건설을 계획 중이다. FCC는 둘레가 27㎞인 LHC보다 4배 긴 100㎞에 달한다. 덕분에 LHC보다 큰 충돌에너지를 낼 수 있다. LHC가 빛 속도의 99.999999%로 양성자를 가속시키는 걸 고려하면, FCC가 내는 힘은 훨씬 크다. FCC를 건설하려면 비용도 마련해야 하고 기술도 개발해야 해 앞으로 적어도 20년은 걸린다. 

 

과학자들이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FCC 주간 2018’에 참석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과학자들이 20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FCC 주간 2018’에 참석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알던 입자도 먹고, 뜯고, 맛보자

 

표준모형 안에도 연구할 주제가 남아 있다. 첫인상만으로는 새로운 친구를 판단할 수 없는 것처럼, 새로 발견한 입자 역시 이리 보고 저리 봐야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연구하는 고에너지 핵물리 분야에서 뜨거운 주제는 ‘글루온’이다. 글루온은 원자핵에서 작용하는 힘인 ‘강한 핵력’을 전달하는 매개입자다. 강한 핵력으로 쿼크들을 묶어 양성자나 중성자를 이루도록 한다. 


글루온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가상 입자’이기도 하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보통 쿼크 3개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하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가상 입자의 세계가 펼쳐진다. 그중 가장 많은 게 글루온이라 양성자는 글루온으로 가득 찬 실타래처럼 보일 정도다. 가상 입자는 에너지가 작을수록 개수가 많아진다. 그렇다면 글루온의 에너지를 계속 낮추면 수가 무한히 많아질까. 아니면 어느 순간 늘어나기를 멈출까.


글루온은 하나가 둘로 쪼개지거나 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반응을 한다. 이런 반응이 밀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까지는 알아냈는데, 정확히 어떤 밀도에서 어떤 반응이 많이 일어나는지는 모른다. 만약 밀도가 매우 높을 때 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반응이 훨씬 많이 일어난다면, 글루온의 에너지를 아무리 낮춰도 더이상 개수는 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글루온 포화’라고 부른다. 글루온 포화는 이론적으로는 밝혀졌으나 실험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는 글루온 포화 현상을 실험으로 검증하기 위해 2030년 완성을 목표로 실험 장비를 만들고 있다. 필자가 오랫동안 참여하고 있는 ‘상대론적 중이온 가속기(RHIC)’에 새로운 가속기를 설치하는 작업이다. 이 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켜 무거운 핵과 충돌시킬 예정이다. 무거운 핵일수록 글루온의 밀도가 높아 글루온 포화 현상을 관찰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이온가속기 건설 중

 

기초과학연구원이 대전에 건설 중인 라온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기초과학연구원이 대전에 건설 중인 라온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도 ‘라온’이라는 이름의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고 있다. 라온은 RHIC와 LHC처럼 높은 에너지로 입자를 가속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입자를 목표물에 충돌시켜 새로운 원자핵을 만든다. 이를 통해 원자핵의 성질을 알아낸다. 별에서도 핵이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므로 라온에서 별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핵의 구조도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러면 핵물리학에서 뜨거운 주제인 ‘희귀 동위원소’를 새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동위원소’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 수는 같고 중성자 수는 다른 원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양성자가 1개이고 중성자가 0개인 ‘수소’와 양성자가 1개이고 중성자가 1개인 ‘중수소’는 동위원소 관계다. 그런데 어떤 동위원소는 안정적으로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다. 금세 에너지를 내놓고 붕괴하며 다른 원소로 변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중수소’입니다. 양성자가 1개고 중성자가 2개인 삼중수소는 약 4500일마다 절반이 다른 안정적인 원소로 변한다.

 

불안정한 정도가 심해서 자연계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동위원소를 ‘희귀 동위원소’라 부른다. 핵물리학자들은 안정한 핵을 이루려면 어째서 특정한 수의 양성자와 중성자들이 모여야 하는지 라온으로 연구하며,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를 찾으려고 한다. 필자 역시 라온에서 진행될 충돌 실험인 ‘LAMPS’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11월 말에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에서 LAMPS 실험에 쓰일 검출기 일부를 실험했다. 라온은 2~3년 뒤 완공해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속기에서 입자를 검출할 때 사용하는 ‘실리콘 검출기’를 실험하기 위해 필자가 동료 연구원들과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를 찾은 모습. 임상훈 제공
가속기에서 입자를 검출할 때 사용하는 ‘실리콘 검출기’를 실험하기 위해 필자(왼쪽에서 두번째)가 동료 연구원들과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를 찾은 모습. 임상훈 제공

 

※필자소개

임상훈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고에너지 핵물리학을 연구한다. 미국의 상대론적 중이온 가속기(RHIC)와 유럽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에서 각각 피닉스(PHENIX) 실험과 앨리스(ALICE) 실험에 참여한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2월 15일 발행 [헥!헥! 핵물리학자] 미래 과학자여, 뒤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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