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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는 20% 불과...이젠 민간 못하는 역할 고민할 때" 과기자문위 부위원장의 쓴소리(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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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는 20% 불과...이젠 민간 못하는 역할 고민할 때" 과기자문위 부위원장의 쓴소리(재종합)

2020.12.29 23:14
13일 오후 광화문 KT WEST 빌딩에서 개최한 제2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첫 전체회의에서 염한웅 부의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지난해 2월 13일 오후 광화문 KT WEST 빌딩에서 개최한 제2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첫 전원회의에서 염한웅 부의장(가운데)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가 연구개발(R&D) 투자가 100조 원 시대이지만 정부 R&D 투자는 20%밖에 안되는 시대입니다. 정부는 정부가 해야할 역할만 해야 하지만 정부나 정책을 만드는 부처조차도 그런 개념 없이 산업계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오지랖은 그만 떨고 정부 R&D는 민간에서 못하는 걸 해야 하는 게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문재인 정부 3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인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이달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문회의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과학기술 최상위 회의체다. 염 부의장은 정부 1기와 2기 부의장에 이어 3기 부의장도 맡고 있다.

 

이달 21일 열린 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염 부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국가 R&D 투자에서 사회문제 해결 비중을 강화하고 R&D 수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안건을 제안했다. 실제로 들여다보니 정부 예산에는 공공이란 분야 자체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염 부의장은 “공공 성격을 가진 R&D 예산을 추려봤더니 1조 5000억 원 밖에 안됐다”며 “정부 R&D가 27조원인데 어떻게 감염병이나 미세먼지, 생활폐기물, 고령화 등에 1조 5000억원 밖에 쓰지 않냐”고 지적했다.

 

외국은 정부 R&D를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투자한다는 지적이다. 염 부의장에 따르면 유럽은 유럽연합(EU)은 R&D 예산을 크게 기초과학, 사회적 과제, 산업 역량강화에 투입한다. 그중 공공 R&D 비중이 37%에 이른다. 염 부의장은 “그에 비해 우리는 공공 R&D가 6%밖에 안된다”며 “그런 이유로 감염병 연구 경쟁력이 약하고 미세먼지가 퍼지지만 대응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문회의는 이번 회의에서 공공 R&D 개념을 정확히 하고 예산을 대폭 늘리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2025년까지 미세먼지, 감염병 등에 투입되는 공공 R&D 예산을 현재의 3배인 4조 5000억원 이상 늘리고 이산화탄소 저감 목표, 감염병 연구와 백신 개발 등 목표 지향적 연구를 하자는 중점적으로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염 부의장은 이를 위해서는 추진체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미세먼지 사업단을 보면 마치 기초연구처럼 한다”며 “산발적인 과제들이 연구 보고서만 내면 끝이고 얼마나 기여했느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공공 목적을 뚜렷이 갖는 R&D는 논문과 특허 외에도 별도의 트랙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부의장은 공공 R&D의 예로 감염병 연구를 들던 중 정부의 감염병 연구 체계 개편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신종 감염병 대응 역량을 키운다며 질병관리청 산하 감염병연구센터를 연구소로 승격하는 한편 기초과학연구원(IBS) 내에 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하는 이원 체재를 택했다.

 

염 부의장은 이에 대해 “감염병연구소가 승격됐지만 구성은 공무원이라 연구역량이 없다”며 “새로 연구소를 만들어야 했는데 기획재정부가 만들어주지 않는다 하니 대신 IBS에 연구단을 만들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역량을 갖춘 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염 부의장은 “한국인 연구자 중 외국에서 활동하는 분, 국내 바이러스 연구에서 뛰어난 분을 영입해서 만들자는 아이디어로 김빛내리 교수 등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가 이원화되면서 원활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염 부의장은 “기존에는 협의체 만들어서 열심히 논의해보라는 식인데 20년 간 잘 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 때문에 책임부처를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로 정하고 감염병 백신 역량을 갖출 책임연구소도 지정하는 방식을 택하자는 것이 저희가 제안한 안”이라고 말했다. 연구소에서 예산을 개발 역량을 갖춘 곳들에 배분하는 대신 결과는 책임연구기관과 부처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염 부의장은 “DNA나 항체백신은 기업에서 기술을 갖춘 만큼 곧 개발될 것”이라며 “하지만 화이자나 모더나가 개발한 mRNA 백신은 기초역량이 약해 어렵다”고 말했다.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mRNA의 권위자일 정도로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백신과 연결되기는 여전히 뒷받침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염 부의장은 “감염병연구소가 임상과 응용은 가능한 만큼 감염병연구소에서 기초연구에 예산을 주고 주도적으로 끌고 가라고 정리해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원화가 각 부처의 밥그릇 싸움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염 부의장은 “정말 회의를 여러 번 했다”며 “현재 정부나 연구기관의 역량 한계를 아울러 최선의 방법을 고민한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연구소는 기본적으로 공무원 조직이고 규모를 키워줘도 연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감염병 연구자들은 기초연구가 중요하지만 자유로운 연구에만 머무르면 안되는 만큼 관리가 필요한 감염병연구소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염 부의장은 감염병 R&D의 궁극적인 목표로 미국의 국립보건원(NIH) 형태를 제시했다. 염 부의장은 “감염병 전문가들은 체계와 역량을 갖추는 데 10년, 15년이 걸린다고 한다”며 “감염병연구소가 조직을 키워서 역량을 갖추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동안 최고 수준 연구자들이 해줘야 하는 역할을 위해 임시로 IBS에 담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감염병연구소가 일정 역량을 갖춘 후에는 IBS 바이러스연구소를 합쳐야 할 것”이라며 “하나의 틀에 담을 만큼의 역량이 어느 쪽도 없기 때문에 지금 구조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지난해에도 그만두려 했지만 위에서 한 해 더 하라고 했다며 “내년은 정말 미션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변화 문제가 있어서 이걸 정리해서 틀을 잡아야 하는 문제는 있다”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에너지기술연구원이나 에너지기획평가원에서 가져온 기후변화 대응 자료 보만 난잡하기가 이를 데 없다”며 “지금까지 제대로 안 하다가 30년짜리 계획을 몇 달 만에 만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염 부의장은 “공공 R&D와 감염병 R&D도 그렇지만 기후변화는 정말 급하다”며 “정부에서 준비한 것을 보니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문회의가 이를 이끌어 갈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느냐다. 염 부의장은 “다른 부처들이 알아서 하는데 제가 봤을땐 엉망이고 형편없는데도 전혀 이야기를 안 듣는다”며 “제가 계속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자문회의의 위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염 부의장은 “솔직히 말하면 자문회의 위상도 있으나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 자문회의가 부속된 것처럼 되어 있다”며 “큰 틀에서 자문회의가 경제수석실 등에서 이야기 들어야 하는데 그런 구조로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간담회 이후 통화에서 IBS 바이러스연구소가 추후 감염병연구소에 합쳐져야 한다는 의견은 본인이 낸 의견임을 전제했다. 염 부의장은 "지금의 체계가 항구적인 체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정말 잘하는 연구소가 있다면 하나만 있는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IBS 바이러스연구소가 이달 22일에야 소장을 모집하기 시작하는 등 이제야 첫 발을 뗀 상태에서 연구소의 미래까지 바로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혀왔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이달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줌 캡쳐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이달 29일 온라인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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