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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들의 걱정 조산, 전기자극 방식 새 치료법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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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들의 걱정 조산, 전기자극 방식 새 치료법 나온다

2021.01.07 12:00
KIST-고려대 의대팀, 전자약 형태로 개발
이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왼쪽) 연구팀은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조산을 미리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도 가능한 전자약을 개발했다. KIST 제공
이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왼쪽) 연구팀은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조산을 미리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도 가능한 전자약을 개발했다. KIST 제공

약으로 치료하기 어렵던 조산을 전기자극으로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공동의 노력으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현재 동물실험(전임상)까지 안전성을 인정받은 상태로 향후 전자약 형태로 순조롭게 개발되면 현재 국내 임산부 8명 중 한명이 겪는 조산을 치료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수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조산을 미리 진단하고 동시에 치료도 가능한 초기 수준의 전자약 기술을 개발했다고 이달 7일 밝혔다.

 

조산은 임신 20주에서 36주 사이 태아를 낳는 것으로 전체 임신의 12.7%를 차지한다. 한국은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으나 조산으로 태어나는 이른둥이 발생 비율은 7년 연속 증가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매년 3만 명 이상 이른둥이가 태어난다. 임산부의 연령대도 높아지면서 조산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른둥이는 신생아 사망 원인의 절반을 차지할 뿐 아니라 신경학적 장애, 발달장애, 호흡기 합병증 등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

 

조산은 자연 진통, 조기 양막 파수 등 원인이 다양하다. 하지만 명확한 예방법과 치료법이 없다. 조산은 임산부가 스스로 신체 이상을 감지하거나 초음파 측정, 질내 체액 측정 등 검사를 받아야 진단 가능하나 정확도가 낮다. 진단을 거쳐도 치료에 쓰는 자궁수축억제제의 효과가 약하고 부작용도 많다. 안 교수는 “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 중 70%가 조산을 겪는데 치료제 효과가 48시간 이상 가는 경우가 별로 없고 부작용이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조산을 겪는 임산부가 자궁이 불규칙적으로 수축하는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데 주목했다. 이에 임산부의 자궁경부에 삽입한 후 신경에서 자궁 수축신호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조산을 진단하는 도넛 모양의 신경전극을 개발했다. 부드러운 실리콘 속에 전극을 삽입한 형태로 자궁경부에 끼우는 식으로 장착한다. 전극은 자궁의 수축신호를 감지하면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전기신호를 내 자궁 내 근육을 이완하는 역할도 한다. 자궁 수축을 억제하는 전자약 기능을 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의 모습이다. KIST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의 모습이다. 부드러운 실리콘 재질로 개발돼 자궁경부에 끼워진 상태로 신경 자극을 읽고 신경에 전기자극을 줄 수 있다. KIST 제공

연구팀은 동물 전임상으로 기기 자궁 수축 감지와 억제 모두 가능함을 확인했다. 쥐에게 장착하고 전기신호를 흘려준 결과 자궁 수축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돼지에게도 기기를 장착한 후 자궁 수축을 유발하는 약물을 넣자 수축에 따른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가 출산할 때 전기자극을 주입하자 수축 신호가 사라지는 것도 확인됐다.

 

안 교수는 “조산 치료제가 개발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효과가 사람마다 다르고 부작용이 심하다”며 “약제로 접근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기존 화학적 약물 기반 치료법이 아닌 전기자극을 이용해 자궁 수축을 억제하는 치료기기로 신개념 의료기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트랜잭션 온 뉴럴 시스템 앤드 리허빌리테이션 엔지니어링’에 게재됐다.

 

조산을 화학 약제가 아닌 전기자극으로 치료하는 시도는 처음이다. 이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 책임연구원은 “태아에게 전기자극이 가해질 수 있는데 안전하냐는 질문을 매번 받는다”며 “식약처 고시 기준으로 전기 강도는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파 관련해서도 스마트폰이 사람과 8m 떨어져 있을 때 나오는 전자파 정도”라며 “다만 전기자극이 태아에게 직접적으로 간 전례가 없는 점이 식약처 허가에 조금 걸리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안전 검증과 안정성을 확보해 3년 내로 임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조산 고위험군으로 알려진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안 교수는 “과거 조산 경험이 있거나 자궁경부를 수술받는 등 일반적으로 조산 위험이 있다고 알려진 징후가 있다”며 “고위험군 환자 임상을 거쳐 일반 산모를 대상으로 자궁수축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효과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기가 임산부들에게 쓰이게 된다면 조산에 드는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단 기대다. 최근 4년간 1kg 미만으로 태어난 영아 69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개월간 본인 부담 기준 평균 947만 원을 써야 했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5세 미만 이른둥이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을 5%로 줄였으나 나라 전체에 미치는 의료비 부담은 여전하다. 미국은 2005년 기준 조산 관련 의료비만 26조 원을 지출했다는 분석도 있다. 안 교수는 “조산 위험 산모가 한 달 정도 입원하니 입원비 중간정산만 2500만 원이었고 아이도 조산으로 태어나면 하루 입원비만 못해도 50만 원에 달한다”며 “이번 개발이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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