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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코로나 시대, 한국 연구자들의 엄청난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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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코로나 시대, 한국 연구자들의 엄청난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면

2021.02.04 19:51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소장.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이 전세계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가 겪은 시련은 가히 끔찍하다. 전세계적으로 1억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도 이미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 가운데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고 이미 50여 개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백신 중 임상시험에 진입한 것은 총 6개로 아직 3상에 진입한 것은 없다. 치료제도 일부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을 거쳐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한 치료제의 경우 15건의 임상시험이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몇 종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15건의 치료제 연구 중 나파모스타트, 카모스타트, 시클레소니드의 3개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약물재창출 시험에 의해 발굴됐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는 2004년 과학기술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신)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프랑스 파리 파스퇴르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사이의 협정으로 설립됐다. 전세계 25개국에 위치한 32개 파스퇴르연구소 국제네트워크의 일원이다. 특히 약물 발굴에 최적화된 세포기반 스크리닝 플랫폼을 기반으로 2013년 약제내성 결핵치료제 혁신 신약 물질(Q203)과 2015년 C형 간염 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이어 2020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발굴에 이르기까지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해왔다. 2020년 4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개최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현장 간담회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구소가 발굴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브리핑한 것이 크게 보도됐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작년 12월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임상시험을 세네갈 파스퇴르연구소와 협력해 진행 중임을 언급하면서 파스퇴르연구소 국제네트워크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중 나파모스타트에 대한 임상시험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진행된 나파모스타트 임상 2상시험이 최근 완료되었는데 중증환자에서 유의한 효과를 보여 3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데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연구개발(R&D) 블루프린트 팀을 비롯해 전세계 감염병 전문가들과 개발사의 연대와 협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4년 에볼라 유행 이후 신종감염병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WHO의 R&D 조직인 블루프린트가 조직됐다.  필자는 이 기구의 과학자문위원이 되어 매 1~2년마다 우선순위 병원체를 지정하는 일을 자문하고 있다. 2018년에는 메르스, 사스, 크리미안콩고열, 지카, 에볼라, 라사, 니파, 리프트발리열, 질병X를 우선순위 병원체로 지정했다.


중국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병원체가 발견돼 2020년 1월 12일 그 유전체 정보가 공개된 후 WHO는 코로나19 긴급위원회를 구성했고, 필자는 이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1월 30일 긴급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WHO 사무총장은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고, 3월 11일에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WHO는 코로나19 연구개발 로드맵 마련을 위해 제1차 글로벌연구혁신포럼을 개최해 백신과 치료제를 포함한 9개 분야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우선순위 과제를 도출했다. 비상사태 선포 직후인 2월 상반기에 글로벌연구혁신포럼을 개최한 것은 WHO가 신종감염병 대응 연구개발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WHO는 7월에 개최된 제2차 포럼을 통해 분야별 연구진행 상황을 전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온라인 논의의 장을 마련했고, 올해 들어 백신과 변이주 관련 회의를 개최해 최신 정보를 공유할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은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필자는 국제교류재단 보건외교특별대표로 임명되어 많은 웨비나를 통해 한국의 경험을 공유했다. 지난 1월 중순에 개최된 슈미트미래대응포럼에서는 한국의 경험을 경청하려는 세계 석학들의 태도로부터 자부심을 느꼈다. 미국이 지난 4년 간의 자국주의에서 벗어나 다자적 보건협력 레짐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는 순간에는 코로나19가 빚은 글로벌 보건외교의 판도 변화를 스스로 실감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역할을 논하는 이 포럼의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연구개발에서 뒤진 한국의 한계를 느낀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이 연구개발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과감한 투자를 필요로 함은 누구나 인식하는 바이다.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연구개발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긴 안목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은 1997년 에이즈바이러스(HIV) 백신 개발을 위해 설립된 미국립보건원(NIH) 백신연구센터(VRC)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으나 HIV 백신 개발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반면 모더나와 함께 연구해온 전령RNA(mRNA) 백신 플랫폼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적용함으로써 단기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즉 연구개발을 지원하다 보면 설사 원래의 목표 달성에 미흡하더라도 연구 역량이 총체적으로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은 매우 빨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위치에 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코로나19 방역이 그러했다면 연구개발 또한 그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의 연구자들이 갖춘 엄청난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 설계가 절실하다.


※ 동아사이언스는 코로나19 사태 1년을 맞아 현재 상황과 앞으로 전망, 백신 개발과 보급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속 기고를 싣습니다. 첫 순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백신 접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제롬 김 국제 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 글을 소개한데 이어 두 번째 편으로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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