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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 자신을 돌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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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나 자신을 돌본다는 것

2021.02.20 15:16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자신을 돌본다’는 개념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특히 모두에게 힘든시기인만큼 가뜩이나 힘든 자신이나 타인에게 너그러워지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자신을 돌본다고 하면 어째선지 방종이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물론 자신을 돌보는 행위의 범주는 어디까지인지는 충분히 궁금할 만한 질문이다. 

 

최근 자기 자비 (self-compassion) 관련 연구들을 한 연구자들에게 어디까지가 자신을 돌보는 행위이고 넘어가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면 무엇인지 여쭤보았다. 그러자 본인은 항상 비슷한 안 좋은 일에 처한 친구에게, 나라면, 또 다른 진정한 친구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 같은지 떠올려 본다고 하셨다. 

 

예컨대 큰 실패나 상실 등을 겪었을 때 ‘진정한’ 친구라면 너무나도마음 아파하고 있는 친구에게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야. 너가 그러니까 그 모양이지. 어떡해, 인생 끝났네' 같은 사건의 중요성을 축소하거나 친구를 비난하거나 또는 호들갑을 떨며 일의 영향을 과대해석하는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힘들 때 이들 중 하나라도 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건 진짜 친구라기보다 오래 알고 지낸 지인에 가까울 것이다. 좋은 친구라면 “그 일이 그만큼 네게 중요한 일이었구나. 네가 마음을 쓰고 노력한 만큼 안 좋은 결과가 마음 아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슬퍼해, 내가 같이 있어줄게. 다시 천천히 일어서면돼” 같은 말을 해주지 않을까?

 

반대로 친구가 힘든 일을 겪고 나서 매일매일 술에 취해서 지낸다고해보자. 한두 번 술로 근심을 달래는 거야 괜찮겠지만 만약 몇 달이넘도록 그러고 있다면 “그래 야 막 살아. 시작한 김에 알콜중독까지가봐” 같은 말을 하는 친구는 없을 것이다. 또는 친구가 심하게 화가난 나머지 온갖 사람들과 싸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역시 잘 싸운다, 계속 싸워 경찰서도 여러번 가봐-라고 할 친구는 없을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친구가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저지르거나 다른 사람들을 차갑게 밀쳐내는 모습을 보면 부추기고 싶은 마음 보다는 어떻게든 친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슬픔이나 화를 이겨낼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자신을 돌본다는 것, 또는 ‘자기 자비’의 원리도 동일하다. 나를 돌본다며 무책임한 삶을 살거나 또는 이기적이거나 자기파괴적인 하는것은 나를 진짜 돌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우는 나를 너무미워해서 내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이 할 만한 행동을 내가 나에게 하는 셈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지나친 자기 비난과 실망감 등으로 망가지거나 또는 무책임한 삶을 살기를 원치 않는다. 얼마나 걸리든 감정을 잘 추스르고 다시 걸음을 옮겨 사랑하는 이가 본인에게 있어 가장 바람직한 삶을 살길 원한다. 내가 나를 추스르고 응원하는것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너그러워지는 것이 잘못이 아니듯, 나에게 너그러워지길 두려워하지 말자.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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