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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혁신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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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혁신은 가능할까

2021.02.23 15:00
오늘날 플라스틱 쓰레기는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류는 아직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각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오늘날 플라스틱 쓰레기는 점점 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류는 아직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각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등 재활용 폐기물 분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해 지구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년에 비해 7%나 줄었다고 한다. 2015년 파리 기후협약 체결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 걱정이 많았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물론 구조 개선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 때문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환경의 모든 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택배와 배달 포장이 크게 늘고 1회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물러나더라도 팬데믹이 남긴 트라우마로 사람들의 소비 행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도 지금보다야 줄겠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막을 현실적인 대안은 플라스틱 리사이클링 비율을 높이는 것 아닐까. 현재는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14%만이 재활용되고 있는데, 이 비율을 높일수록 쓰레기가 줄어드는 것과 함께 원료(주로 석유)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일임에도 현재 14%에 머물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와 분리가 골치일 것 같지만, 플라스틱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다. 플라스틱은 여러 종류가 있을 뿐 아니라 같은 유형이라도 제품에 따라 안료나 유연제 등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있다. 그 결과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은 ‘신선한’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에 비해 물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페트(PET)의 재활용 비율이 높고 그 밖에 폴리에틸렌(PE) 등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열을 가해도 녹지 않은 열경화성 수지는 사실상 재활용이 안 된다. 

 

 

기계적 재활용에서 화학적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14%만이 재활용되고 있고 그나마 기계적 재활용, 즉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녹인 뒤 다시 성형하는 방식이라 물성이 떨어진다(위). 최근 화학자들은 플라스틱을 구성 단위체(monomers)로 해중합한 뒤 이를 원료로 해 중합반응으로 새 플라스틱을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플라스틱은 물성을 유지한다(아래). 네이처 제공
플라스틱 쓰레기의 14%만이 재활용되고 있고 그나마 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녹인 뒤 다시 성형하는 방식이라 물성이 떨어진다(위). 최근 화학자들은 플라스틱을 구성 단위체(monomers)로 해중합한 뒤 이를 원료로 해 중합반응으로 새 플라스틱을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플라스틱은 물성을 유지한다(아래). 네이처 제공

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재료’ 2020년 7월호에는 기존 재활용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재활용법의 최신 연구 현황과 미래를 조명한 미국 코넬대 지오프리 코테스 교수와 케년대 유탄 게츨러 교수의 리뷰논문이 실렸다. 

이들은 논문에서 ‘단위체를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to monomer·CRM)’ 연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기존 재활용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녹여 다시 성형하는 것이라면 CRM은 해중합 반응을 통해 고분자인 중합체를 그 재료인 단위체로 바꾸는 과정이다. 

 

폐플라스틱에서 이렇게 얻은 단위체를 분리 정제하면 석유에서 얻은 단위체와 똑같다. CRM으로 재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기계적 재활용으로 만든 것과는 달리 물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화학 지식이 없는 사람이 봐도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왜 이런 해결책이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았을까.

 

최근 독일의 화학자들은 석유가 아닌 식물 또는 미세조류의 기름(왼쪽)에서 단위체를 얻어(가운데) 이를 중합해 고밀도폴리에틸렌과 물성이 비슷한 플라스틱 2종(PE-18,18과 PC-18)을 만들었다(오른쪽). 이들 플라스틱은 다 쓴 뒤 가용매분해를 통해 다시 단위체로 바꿀 수 있어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하다. 네이처 제공
최근 독일의 화학자들은 석유가 아닌 식물 또는 미세조류의 기름(왼쪽)에서 단위체를 얻어(가운데) 이를 중합해 고밀도폴리에틸렌과 물성이 비슷한 플라스틱 2종(PE-18,18과 PC-18)을 만들었다(오른쪽). 이들 플라스틱은 다 쓴 뒤 가용매분해를 통해 다시 단위체로 바꿀 수 있어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하다. 네이처 제공

저자들은 리뷰에서 그 이유를 들고 있다. 먼저 경제성으로 CRM으로 만든 단위체는 석유에서 얻은 단위체보다 아직은 비용이 훨씬 더 든다는 구조적 문제다. 해중합 반응에 에너지가 꽤 들어갈 뿐 아니라 촉매도 고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효율적인 반응을 매개하면서도 값은 싼 촉매 개발이 시급하다.

 

모든 플라스틱이 CRM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CRM이 사실상 어렵다. PE나 PP의 해중합은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흡열반응이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당하고 그나마 단위체를 높은 수율로 얻을 수도 없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5%를 차지하는 PVC는 구조상 아예 CRM이 안 된다.

연구자들은 리뷰 말미에서 앞으로는 새로운 CRM 방법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CRM이 쉽게 되는 새로운 구조의 단위체에 기반한 고분자를 만들어야 PE나 PP처럼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까다로운 쓰레기 선별 필요 없어
플라스틱 쓰레기에 여러 유형이 섞여 있거나 안료 같은 첨가물이 있으면(왼쪽) 기계적 재활용이 쉽지 않고 설사 만들어도 물성이 떨어진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에서는 특정 플라스틱만 단위체로 바꿔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이나 첨가물을 쉽게 분리할 수 있고(가운데) 순수한 결정 상태로 얻은 단위체를 새 플라스틱의 원료로 쓸 수 있다(오른쪽). 네이처 제공
플라스틱 쓰레기에 여러 유형이 섞여 있거나 안료 같은 첨가물이 있으면(왼쪽) 기계적 재활용이 쉽지 않고 설사 만들어도 물성이 떨어진다. 반면 화학적 재활용에서는 특정 플라스틱만 단위체로 바꿔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이나 첨가물을 쉽게 분리할 수 있고(가운데) 순수한 결정 상태로 얻은 단위체를 새 플라스틱의 원료로 쓸 수 있다(오른쪽). 네이처 제공

리뷰 논문이 나간 뒤 7개월 만에 이 요청에 응답하는 논문이 나왔다. 독일 콘스탄츠대 화학과 스테판 멕킹 교수팀은 일상생활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을 대신할 수 있는 물성을 지니면서도 CRM이 쉽게 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학술지 ‘네이처’ 2월 18일자에 발표했다. 게다가 이 플라스틱은 석유가 아니라 식물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들기 때문에 화석연료 고갈 염려도 없다. 

 

PE나 PP를 단위체로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고분자 사슬이 모두 안정한 탄소-탄소 결합(-C-C-)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PE 1㎏의 탄소 원자 사이의 결합을 끊어 단위체인 에틸렌으로 만들려면 800도까지 온도를 올려야 하고 300만 줄(J)의 반응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연구자들은 해바라기씨나 야자 같은 식물이나 페오닥틸럼 트리코뉴튬(Phaeodactylum tricornutum) 같은 해양 미세조류(microalgae)에서 얻은 기름에 효소를 처리한 뒤 정제해 단위체 분자인 C18다이에스터와 C18다이올을 얻었다. 그리고 단위체에 적당한 분자를 더해 물성이 HDPE와 비슷한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C18다이올과 디에틸카보네이트를 반응시키면 폴리카보네이트-18(PC-18)이 만들어진다.

 

PC-18은 섬유 형태로 뽑거나 3D 프린팅을 할 때 전혀 문제가 없고 응력 변형률(힘이 가해졌을 해 변형되는 정도)이나 강도가 HDPE와 비슷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다 쓴 뒤에는 에탄올 용액에 담가 120도까지만 온도를 높여도 플라스틱이 녹아 사라진다. 용매인 에탄올 분자가 참여해 고분자 사슬을 끊는 가용매분해(solvolysis)가 일어나 PC-18이 단위체인 C18다이올과 디에틸카보네이트로 돌아간 것이다.

 

이렇게 얻은 C18다이올과 디에틸카보네이트를 다시 원료로 해서 중합반응을 하면 새로운 PC-18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이 수차례 반복돼도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물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기계적 재활용과는 달리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는 불순물이 포함돼도 별문제가 안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른 유형의 플라스틱이나 색소 같은 첨가물이 섞여 있어도 해중합반응 뒤 혼합물에서 단위체만 쉽게 분리정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PP 재질 플라스틱과 HDPE 재질 플라스틱, 파란색 PC-18 플라스틱이 섞인 쓰레기를 통째로 메탄올 용액에 넣고 가열하면 PC-18만 해체되면서 다른 플라스틱과 파란색 안료가 빠진 단위체 용액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를 혁신할 수 있는 신기술을 제시했지만 물론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도 HDPE와 가격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석유에서 얻는 에틸렌(PE의 단위체)은 여전히 가장 저렴한 플라스틱 원료라 HDPE의 가격은 ㎏당 1~3달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석유는 언젠가 고갈될 것이고 플라스틱 쓰레기에 값(탄소세처럼)을 매기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CRM이 상용화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쓰면서도 마음에 부담이 없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식물 또는 미세조류의 기름에서 얻은 C18다이에스터와 C18다이올을 단위체로 해 만든 플라스틱 PE-18,18은 고밀도폴리에틸렌과 물성이 비슷하다. 3D프린팅으로 PE-18,18 스마트폰 커버를 만들어 물성을 평가하는 장면이다. 네이처 제공
식물 또는 미세조류의 기름에서 얻은 C18다이에스터와 C18다이올을 단위체로 해 만든 플라스틱 PE-18,18은 고밀도폴리에틸렌과 물성이 비슷하다. 3D프린팅으로 PE-18,18 스마트폰 커버를 만들어 물성을 평가하는 장면이다. 네이처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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