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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1병으로 7명 접종가능한 LDS주사기…일괄 적용 땐 의료인력 피로도 가중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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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1병으로 7명 접종가능한 LDS주사기…일괄 적용 땐 의료인력 피로도 가중될 수 있어

2021.02.28 15:21
일반 주사기(왼쪽)과 LDS 주사기(오른쪽)을 비교했다. LDS 주사기는 약물을 밀어올리는 밀대 끝이 바늘 아래까지 이어져 약물 잔량이 줄어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일반 주사기(왼쪽)과 LDS 주사기(오른쪽)을 비교했다. LDS 주사기는 약물을 밀어올리는 밀대 끝이 바늘 아래까지 이어져 약물 잔량이 줄어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약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소잔여형(LDS·Low Dead Space) 주사기가 주목받고 있다. LDS 주사기를 이용해 1병당 6회 접종이 가능한 화이자 백신을 7회 접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백신 접종횟수를 늘릴 방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LDS 주사기를 통해 남은 잔량 없이 접종 회수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현장 인력의 숙련도나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채 일괄적으로 곧바로 적용되면 자칫 의료현장의 피로도만 높이거나 함량 미달의 접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LDS 주사기는 투약 후 잔여액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 주사기다. 보통 주사기는 밀대(피스톤)를 통해 약물을 밀어올리면서 주입한다. 밀대 끝과 주사바늘 사이에 공간이 남으면서 약물이 주사바늘을 통해 다 빠져나가지 않고 일부 남는다. 이 공간을 죽은 공간(Dead Space)로 부른다. LDS는 밀대 끝과 바늘이 거의 맞닿도록 해 죽은 공간을 줄이는 구조다.

 

식약처가 정한 기준규격에 따르면 1ml 주사기 기준으로 일반형 주사기는 주사 후 잔여액이 0.07ml 이하로 남는다. 반면 LDS형은 0.035ml 이하로 남는다. 국내에서는 두원메디텍과 신아양행, 풍림파마텍 등이 LDS 주사기를 제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LDS 주사기는 잔량이 약 0.004ml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LDS는 기존 주사기보다 가격이 1.5~2배 가량 비싸다. 당뇨병에 쓰이는 인슐린 치료제에 처음 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LDS 주사기는 불임치료나 암치료 등에 쓰이는 비싼 약물을 아끼는 데 주로 쓰였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에도 이를 활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목받았다. 화이자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1병당 접종량을 5회에서 6회로 늘리기로 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LDS 주사기와 주사바늘 조합 36종을 함께 공개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LDS 주사기를 이용하면 화이자 백신의 1병당 접종횟수를 6회에서 7회로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이자 백신은 동결된 백신 한 병인 0.45ml를 생리식염수 1.8ml와 섞어 2.25ml로 만든 후 접종한다. 1회당 접종량이 0.3ml인 만큼 단순 계산으로 7.5회분으로 나눌 수 있다. LDS 주사기로 용량을 정확하게 뽑아내면 7회분까지도 접종이 가능한 것이다. 반면 일반형 주사기를 이용하면 매번 0.3ml 접종을 위해 적어도 0.37ml를 뽑아내야 한다. 6회분이 최소 2.22ml다. 여유분이 0.03ml밖에 없어 6회분을 뽑아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은 지난달 두원메디텍, 신아양행과 LDS 주사기 4000만 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달리 LDS 주사기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은 접종 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화이자 백신 1병당 6회 접종을 전제로 방역 계획을 짰고 7200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했다. 하지만 LDS 주사기를 구하지 못해 1병당 5회로 계획을 수정했다. 주사기와 병에 남은 1200만 명분을 버리게 된 것이다.

 

연합뉴스는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이 'LDS 주사기'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1바이알(유리병) 당 접종 인원을 지금 보다 더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정기현 중앙의료원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날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해 본 결과 대부분 1병당 (1회 접종용량인) 0.3㎖가 남아 7인분이 나왔다"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LDS 주사기를 활용해 접종할 경우, 1병당 접종 권고 인원은 6명이지만 실제 현장에서 접종을 시작한 결과 7명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7명 접종을 일방적으로 모든 현장에 적용하면  혼란을 가져오고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지만 7번째 접종이 충분한 용량이 나오지 못할 경우 약효 문제와 책임 소재 등으로 현장의 코로나19 대응으로 위태로운 의료 현장의 업무 강도가 세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료 관계자는 "데드스페이스(주사기 내 백신이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공간)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백신 접종은 매우 신중하고, 단기간에 많은 사람에게 이뤄지다 보니 숙련도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며 "현장 의사와 간호사들이 여기에 용량 문제까지 걱정하며 주사를 놔야 하고 현장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높은 피로도가 또 다른 사고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전국의 접종 현장에 LDS 주사기를 활용해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을 때, 잔여량이 있으면 추가 접종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접종인력의 숙련도에 따라 잔여량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장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잔여량 접종 자체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각 병에서 남은 잔량을 모아 사용하지는 못하게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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