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동일본대지진 10년]지금도 한반도 바다 32곳에선 그날 흔적을 쫓고 있다

통합검색

[동일본대지진 10년]지금도 한반도 바다 32곳에선 그날 흔적을 쫓고 있다

2021.03.11 06:00
KINS 해양 방사능 감시 현장 가보니…방사성 물질 세슘137·삼중수소 감시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제공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10년이 지났다.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1만8500여 명이 사망하고 40만 동 가까운 건물이 피해를 입은 대참사였다. 대지진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폭발이라는 초유의 재앙으로도 이어졌다. 원전 사고의 파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기술개발에서 100% 안전은 담보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만일의 사고 발생 가능성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안전 기술 마련에 소홀했던 태도가 원전 참사를 불렀다고 인정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10년을 맞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한국의 대비 상황을 점검했다. 

 

3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해양방사능분석실. 1층 복도에는 20리터짜리 물통 수백 개가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물통마다 암호 같은 숫자가 적혀 있다. ‘2020.12.06. 105-11 0m 17:48’. ‘2020년 12월 6일 오후 5시 48분 105-11 정점의 수심 0m에서 채취한 해수’라는 뜻이다.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동해·남해·서해에서 해수 시료를 확보해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는 정점은 총 32곳이다. 105-11 정점은 동해 울릉도 근처의 해수 채집 지점 중 하나다. 정점마다 분석 대상은 다르다. 가령 105-11 정점은 표층부터 수심 2000m까지 수심별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는 정점인 동시에 분기별로 해수를 채집해 삼중수소 농도를 분석하는 6개 정점 가운데 하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해양방사능분석실 복도 앞에 늘어선 물통. 동해·남해·서해 총 32개 정점에서 채집한 해수 시료들이다. 물통 하나에는 해수 20리터가 담겨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 해수 세슘137 시료 1개 분석에 8만 초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예고하면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해부터 해수 감시를 강화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전역에 퍼진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주요 감시 대상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19년까지 세슘137 농도를 연간 1회 측정해오다가 지난해부터 해수가 유입되는 제주남방해역 4개 정점에 대해서는 한 달에 두 차례 시료를 채집해 분석하고 있다. 


해수에서 세슘137의 농도를 확인하려면 전처리 과정이 복잡하다. 세슘137만 선택적으로 흡착하는 화학물질(AMP)을 넣어 침전시킨 뒤 침전물을 모아 건조해 분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분말 시료를 감마선 분광분석시스템에 넣어 농도를 측정한다. 김대지 환경방사능평가실장은 “시료 하나를 만들어 분석하는 데 꼬박 8만 초가 걸린다”며 “시료 6개를 한 세트로 분석하기 때문에 결과를 얻으려면 최소 일주일은 걸린다”고 말했다.  

 

해수에서 세슘137의 농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분말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분말로 만들고 나면 노란색을 띤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해수에서 세슘137의 농도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분말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분말로 만들고 나면 노란색을 띤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발간한 ‘2019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렇게 분석한 한반도 주변 해역의 표층해수에서 세슘137 농도는 단위 무게(1kg)당 0.892~1.88mBq(밀리베크렐)이다. 직전 5년간 농도 범위(1.05~2.77mBq/kg)보다 낮은 수준이다.

 

김 실장은 “2019년에는 해수 시료 44개에서 세슘137의 농도를 조사했다”며 “지금까지 농도가 급증하는 등의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분석 결과를 정리한 ‘2020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는 올해 6월 발간된다. 


삼중수소는 해수에 포함된 양이 매우 적어 세슘137과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전해농축장치를 이용해 전해액을 만든 뒤 섬광체를 첨가해 액체섬광계수기로 농도를 측정한다. 시료 하나당 농도 측정에만 500분이 걸린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 삼중수소는 리터당 0.1Bq 미만으로 측정됐다”며 “대부분 최소검출가능농도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한반도 주변 해역의 표층해수에서 측정된 삼중수소 농도는 단위 부피(1L)당 0.0577~0.218Bq이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한반도 주변 해역 총 32개 정점에서 해수와 해양생물, 해저퇴적물의 방사능 농도를 분석하고 있다. 종합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 정점마다 분석 횟수와 대상을 달리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 고등어, 방어, 삼치…지난해 51개 어종 분석

어류, 패류, 해조류 등 해양생물도 방사능 감시 대상이다. 가령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해양생물이 국내에 수입되면 검역 단계에서 부산세관이 시료를 채집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보낸다. 김 실장은 “생선과 해수 시료가 동시에 도착하면 생선부터 분석해야 한다”며 “생선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만큼 분석 1순위이며, 2주 이내에 세슘137의 농도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시 감시도 이뤄진다. 어류의 경우 동해·남해·서해 80개 정점에서 주기적으로 시료를 채집해 분석한다. 고등어, 방어, 농어, 홍어, 가자미 등 밥상에 많이 오르는 종이 포함된다. 패류와 해조류는 반기에 한 번씩 각각 5개 정점과 6개 정점에서 채집된 시료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도착한다. 


김 실장은 “스트론튬90의 경우 생선 비늘과 뼈에 잘 흡착되는 등 방사성 물질마다 체내에 흡수되는 정도가 다르다”며 “기준을 맞추기 위해 생선의 경우 껍질과 뼈는 모두 발라내고 순수 살만 갈아 시료로 만든 뒤 세슘137의 농도를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조개도 해감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세슘137의 농도가 높게 측정된다. 해조류도 민물에 한 차례 씻어내야 아이오딘129의 영향을 없앨 수 있다. 지난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분석한 해양생물은 총 51종에 이른다.


해저퇴적물도 방사능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패류의 서식지이자 숭어처럼 해저 바닥 가까이에 사는 어류도 있어서다. 해양퇴적물은 16개 정점에서 연간 한 차례 시료를 채집한다. 김 실장은 “지금까지 해양생물에서 세슘137의 농도가 기준치를 넘은 적은 없지만, 숭어처럼 바닥에서 사는 어류에서 미량이라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는 점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음식물로 섭취하는 어류의 세슘137 농도는 성인 기준 2000Bq/kg이다. 2019년 세슘137의 농도는 21.8~174mBq/kg이었다. 


김 실장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 내년에는 세슘137과 삼중수소의 방사능 농도 측정 주기를 더욱 단축해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도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의 농도 측정 횟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시료 수로는 연간 세슘137이 208개, 삼중수소는 78개가 늘어난다. 


김 실장은 “한반도 주변 해역 32개 정점에서 세슘137은 매달, 삼중수소는 매분기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분석 시료가 연간 총 389개로 증가하는 만큼 인력과 예산, 장비 등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9 + 1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