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동일본대지진 10년]일본 후쿠오카 북쪽 50km 해저에서 8.0 지진 발생, 시뮬레이션 해보니

통합검색

[동일본대지진 10년]일본 후쿠오카 북쪽 50km 해저에서 8.0 지진 발생, 시뮬레이션 해보니

2021.03.11 12:00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원자력안전위원회·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일본 후쿠오카 북쪽 50km 해역 해저 10km에서 리히터 규모 8.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백생비상을 발령합니다.”


2020년 10월 28일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원자로와 원자로 터빈이 자동으로 정지하면서 백생비상이 발령됐다. 조금 뒤 지진의 여파로 쓰나미가 발생하면서 원전 내부 전원 공급이 15분 이상 중단됐다. 이 단계부터는 방사성 물질이 원자로를 벗어나 원전 부지 내부로 누출될 수 있다. 곧바로 청색비상이 발령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지휘로 발전소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는 현장방사능방재지휘센터가 꾸려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원전의 비상 전원 공급마저 중단되자 노심 손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고 단계인 적색비상이 발령됐다. 원전 주변 3~5km 반경 내 주민들에게는 즉각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30분 뒤 격납건물 배기계통의 관통부가 파열되면서 방사성 물질이 원전 외부로 유출되기 시작했고, 원전 부지 경계에서는 방사능 재난 선포 기준인 시간당 10mSv(밀리시버트)가 넘는 방사선량이 측정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3일 진천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자력비상대책실 선임연구원이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단계별 대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 내진 성능은 0.3g로, 해안 방벽은 10m로 상향

이는 지난해 월성 원전에서 진행된 ‘2020 방사능방재 연합훈련’ 당시 모의 훈련 시나리오다. 진천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자력비상대책실 선임연구원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과정을 토대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매년 국가 차원에서는 한 차례 국내 원전 사고 발생에 대비해 모의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모의 훈련에서는 백색·청색·적색비상 상황을 모두 가정한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진 선임연구원은 “실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보호”라며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주민 대피에 관한 예방적인 조치 계획이 없어 원전 반경 2km 이내 주민을 대피시켰다가 다시 5km로 넓히는 등 우왕좌왕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정 등을 토대로 2015년 비상계획구역을 조정해 적색비상 시에는 예방적보호조치구역(PAZ)인 원전 반경 3~5km의 주민을 대피시킨다. 방사능 영향 평가 결과에 따라서 심한 경우에는 긴급보호조치구역(UPZ)인 원전 반경 20~30km의 주민을 대피시킨다. 


국내 원전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주요 단계(지진 발생→가동 정지→쓰나미 발생→주요 시설 침수→수소 폭발→방사능 확산)를 참고해 단계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53건의 후속 조치도 마련됐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은 초기 내진 설계값이 0.18g(중력가속도)로 국내 원전 내진 설계값인 0.2g보다도 낮다. 0.2g는 원전 지하 10~20km에서 0.2g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다는 뜻으로 리히터 규모로는 약 6.5에 해당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이후 낮은 내진 설계값 때문에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을 견디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2년 국내 원전에는 내진 설계값 0.18g 이상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시스템이 구축됐고, 2018년 안전정지유지계통의 내진 성능은 0.3g로 보강했다. 0.3g는 리히터 규모 약 7.0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았던 고리원전의 해안방벽도 10m로 증축됐고, 수중보를 설치해 해일 발생 시 최저 수위를 유지할 수 있는 취수 능력도 보강했다. 비상 전원과 예비 전원이 모두 작동을 멈출 경우에는 차량에 장착한 이동형 비상발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후쿠시마 후속 조치로 마련된 53건 가운데 47건의 조치가 완료됐다. 나머지 6건은 진행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격납 건물 감압 설비 설치, 중대사고 시 6시간 내 발전소에 투입돼 사고 예방과 완화 조치를 할 수 있는 비상대응조직 운영 등 3건을 조치 중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도 월성 원전 2~4호기의 주증기안전밸브실 및 비상급수펌프실의 침수 대책과 비상전력계통에 방수문 및 방수형 배수펌프 설치 등 3건을 검토 중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대기 중 방사성 물질 확산에 의한 위험이 가장 크다. 3일 함돈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방사선탐지실 선임연구원(왼쪽)이 방사성 물질의 대기 확산 예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제공
○ 대기 중 흩어지는 방사능 추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전 사고 등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 비상대응시스템인 ‘아톰케어(AtomCARE·방사능영향평가 정보시스템)’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국에서 운영 중인 원전 24기의 상태가 실시간으로 뜨고, 방사능 분석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원전에서 비정상적인 상황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린다. 


진 선임연구원은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방사능 대기 방출에 의한 위험이 가장 크다”며 “기상청에서 받은 기상자료를 토대로 방사성 물질의 대기 확산과 방사선량부터 예측하는 게 사고 대책 수립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월성원전 모의 사고 훈련 때도 월성 3호의 2호기에서 방사능이 대기 중으로 누출됐다고 가정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방사능 확산을 추적했다. 현재 원전 인근과 인구 밀집 지역 등 전국에는 대기 중 방사능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환경감시기는 총 194개 설치돼 있다. 여기에 대기 확산 예측 결과에 따라 이동형 환경방사성감시기도 추가로 투입된다. 


함돈식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방사선탐지실 선임연구원은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는 수시로 바뀔 수 있어 공중 방사능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대기 확산 예측 결과가 나오면 이에 맞춰 방호복을 갖춰 입고 해당 지역에 이동형 환경방사성감시기를 설치하러 간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동형 환경방사성감시기를 6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틸트로터 무인기(TR-60)에 장비를 탑재하고 공중에서 무인으로 방사능 측정이 가능한지 처음으로 시험했다. 함 선임연구원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되면 가능한 짧은 시간에 농도를 측정하고 확산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며 “국립기상과학원이 보유한 기상항공기에도 장비를 탑재해 공중에서 방사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0 + 7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