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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1.3km 밑엔 세계 최대 수중 ‘유령입자’ 검출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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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1.3km 밑엔 세계 최대 수중 ‘유령입자’ 검출기가 있다

2021.03.15 15:12
러시아 핵연구합동연구소(JINR) 중성미자 검출기 ‘바이칼-GVD’
JINR 제공
2019년 러시아 핵연구합동연구소(JINR) 과학자들이 중성미자 검출기 ‘바이칼-GVD’를 설치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 검출기의 핵심인 광센서는 구형으로 바이칼-GVD에는 총 192개가 달렸다. JINR 제공

러시아가 13일(현지시간) 바이칼호수 아래 750~1300m 지점에 중성미자 검출기 ‘바이칼-GVD’ 설치를 완료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바이칼-GVD는 규모가 0.5km³로 현재 수중에 설치된 중성미자 검출기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바이칼-GVD는 얼어 있는 바이칼호수 표면에 뚫어 놓은 직사각형 모양의 구멍을 통해 호수 아래로 옮겨졌다. 검출기 설치 작업을 위해 얼어 있는 바이칼호수 위에 서 있던 러시아 핵연구합동연구소(JINR) 소속 물리학자인 드미트리 나우모프는 AFP통신에 “우리 발 바로 밑에 중성미자 검출기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바이칼호수 아래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처음 설치한 건 1998년이다. 이후 2005년 한 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쳤고, 2015년부터 두 번째 성능 개선을 진행해 이번에 설치를 완료했다. JINR 측은 추후 바이칼-GVD의 규모를 1km³까지 한 차례 더 키울 계획이다. 이는 현존 세계 최대 중성미자 관측소로 남극점 지하 1.5km 깊이에 있는 ‘아이스큐브(IceCube)’와 맞먹는 수준이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 하나이지만 다른 입자와 거의 상호작용하지 않아 ‘유령입자’로 불린다. 남극 얼음 깊숙이 아이스큐브를 설치한 이유는 남극의 얼음이 불순물 없이 깨끗하고 밀도가 높아 중성미자의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바이칼-GVD를 바이칼 호수 깊은 곳에 설치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입자들의 방해 없이 중성미자만 검출하기 위해 물 속 깊은 곳에 검출기를 설치한다. 프랑스도 남부의 툴롱 인근 지중해 바닥 2.5km에 중성미자 검출기 ‘안타레스(ANTARES)’를 설치했다. 유럽은 현재 줄 600개에 구형 광센서 총 1만2000개를 단 중성미자 검출기를 지중해에 설치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KM3NeT’를 진행하고 있다. 아이스큐브에는 구형 광센서가 총 5160개 달려 있다. 바이칼-GVD는 길이 345m의 줄 8개에 광센서를 총 192개 달았다. 

 

JINR 제공
러시아 핵연구합동연구소(JINR)가 바이칼호수 아래 750~1300m 지점에 중성미자 검출기 ‘바이칼-GVD’를 내려 보내고 있다. JINR 제공

바이칼-GVD나 KM3NeT, 아이스큐브는 고에너지 중성미자 검출에 특화돼 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빛으로 변하는 건 1% 수준이고 나머지 99%는 중성미자로 변해 우주로 쏟아지지만, 중성미자의 역할은 여전히 미지수다. 이들 검출기는 태양에서 오는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 대신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형성 시 생성되는 고에너지 중성미자 신호를 검출해 중성미자의 비밀을 푸는 게 목적이다. 


최근 아이스큐브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10일자에 ‘글래스하우 공명’으로 불리는 고에너지 입자 샤워 현상을 관측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글래스하우 공명은 중성미자의 반(反)입자인 반중성미자 중에서도 전자 반중성미자가 존재할 때 나타나는 것으로 표준모형의 근거로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원자력발전소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해 중성미자를 찾는 르노(RENO) 실험이 진진행된 바 있다. 원자로에서는 우라늄이 핵분열하면서 중성미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중성미자가 수십만 배 많고, 태양에서 오는 중성미자보다도 1000억 배가량 많다. 

 

최근에는 우리은하 내 펄사나 별 탄생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대적으로 낮은 에너지의 중성미자를 관측하기 위해 일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중성미자관측소(KNO·Korean Neutrino Observatory)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KNO의 핵심 멤버인 류동수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 물리학과 교수는 “지하에 중성미자 검출 시설인 ‘카미오칸데’를 구축하고 중성미자를 최초로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일본은 지난해 ‘하이퍼-카미오칸데’ 구축이 확정돼 올해 건설에 들어갔다”며 “KNO는 대구나 울산 지역 지하 1km 깊이에 중성미자 검출기를 설치해 입자물리 연구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날아오는 중성미자를 검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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