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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100만년 전 매머드 게놈 해독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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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100만년 전 매머드 게놈 해독해보니

2021.03.16 15:00
최근 100만 년이 넘는 매머드 어금니 두 점에서 추출한 DNA에서 게놈 정보를 얻은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하나는 털매머드로 밝혀졌고 다른 하나는 미지의 계통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이들의 후손이 약 42만 년 전 만나 그사이 태어난 잡종이 컬럼비아매머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100만 년 전에는 스텝매머드만 존재했고 그 뒤 털매머드와 컬럼비아매머드가 진화했다는 게 유력한 학설이었다. 매머드를 묘사한 상상도다. (제공 Beth Zaiken/Centre for Palaeogenetics)
최근 100만 년이 넘는 매머드 어금니 두 점에서 추출한 DNA에서 게놈 정보를 얻은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하나는 털매머드로 밝혀졌고 다른 하나는 미지의 계통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이들의 후손이 약 42만 년 전 만나 그사이 태어난 잡종이 컬럼비아매머드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100만 년 전에는 스텝매머드만 존재했고 그 뒤 털매머드와 컬럼비아매머드가 진화했다는 게 유력한 학설이었다. 매머드를 묘사한 상상도다.  Centre for Palaeogenetics (Beth Zaiken)제공

지구에 살았던 많은 동식물이 멸종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아쉬운 걸 꼽으라면 공룡 다음으로 매머드가 아닐까. 그런데 공룡이야 이미 6600만 년 전에 멸종했지만(새를 후손이라고 볼 수는 있지만), 매머드는 불과 1만 년까지 시베리아와 북미 일대를 누비고 다녔다. 심지어 시베리아 북동부 브란겔섬에 고립돼 왜소화된 매머드는 불과 3700년 전에 멸종했다. 

 

매머드는 대부분 빙하시대(플라이스토세) 시베리아나 북미 지역처럼 추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수만 년이 지니도록 영구동토에 보존돼있는 사체가 종종 발견된다. 때로는 뼈뿐 아니라 살도 남아 있을 정도다. 지난 2008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매머드 게놈의 70%를 해독한 결과가 실려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코끼리과(科) 동물의 진화 경로가 밝혀졌다.

 

추가적인 게놈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코끼리과 동물은 약 530만 년 전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매머드 공통조상이 갈라졌고, 약 420만 년 전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가 갈라졌다. 이때까지는 다들 아프리카에서만 살았다. 그 뒤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는 유라시아로 이동했다. 특히 매머드는 빙하시대 시베리아와 북미 같은 추운 지역에 진출하며 많은 변화를 겪었고 여러 종으로 분화했다. 그러나 수백만 년 전은 물론 수십만 년 전 화석도 온전한 상태는 드물어 이 과정을 명쾌하게 재구성하지는 못했다.

 

 

8년 만에 기록 경신
다양한 매머드의 형태와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로 왼쪽부터 털매머드, 피그미매머드, 컬럼비아매머드, 스텝매머드, 남부매머드다. 크기 비교를 위해 맨 왼쪽에 사람이 그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다양한 매머드의 형태와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로 왼쪽부터 털매머드, 피그미매머드, 컬럼비아매머드, 스텝매머드, 남부매머드다. 크기 비교를 위해 맨 왼쪽에 사람이 그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네이처’ 2021년 3월 11일자에는 100만 년도 더 된 초기 플라이스토세(258만~78만 년 전) 매머드 시료 두 점과 약 60만 년 전 중기 플라이스토세(78만~12만9000 년 전) 매머드 시료 한 점의 게놈을 해독해 매머드 진화 경로를 밝힌 연구결과가 실렸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시료는 무려 16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까지 게놈이 해독된 가장 오래전 생물은 78만~56만 년 전 살았던 말로, 다리뼈에서 DNA를 추출했다. 

 

스웨덴 자연사박물관 고유전학센터 러브 달렌 박사가 이끄는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1970년대 러시아의 고생물학자 안드레이 셔 박사팀이 베링해에 가까운 시베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발굴한 매머드 화석 시료에서 DNA를 추출해 게놈을 해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같은 지층에서 나온 다른 동식물 시료의 연대측정 결과 지역에 따라 100만 년도 넘는 것으로 나와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 정도 시간이면 DNA가 너무 많이 파괴돼 염기서열 정보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달렌 박사팀은 수십만 년 전 매머드 뼈와 치아에서 추출한 DNA에서도 게놈 정보를 얻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무려 세 개의 어금니 시료에서 염기 해독에 성공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연대가 165만~110만 년 전으로 추정돼 2013년 말 게놈 기록인 78만~56만 년을 훌쩍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웠다. 발굴지를 따서 ‘크레스토프카’로 명명된 이 시료는 핵 게놈에서 불과 4900만 염기를 해독하는 데 그쳤지만, 다행히 매머드의 실체를 밝힐 수는 있었다. 

 

두 번째로 오래된 시료로 역시 발굴지 이름을 딴 ‘아디챠’는 130만~100만 년으로 추정되고 8억8400만 염기를 해독해 정보를 꽤 얻었다. 가장 최근의 시료인 ‘추코치야’는 60만~50만 년 전 살았던 매머드로 36억7100만 염기가 해독됐다. 매머드의 게놈 크기인 31억 염기보다도 큰 건 겹쳐 해독된 염기가 꽤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시료 모두 크기가 작은 미토콘드리아 게놈은 완벽하게 해독됐다. 

 

 

미지의 매머드 계통 드러나
 ​ 다양한 매머드의 형태와 크기를 비교한 이미지로 왼쪽부터 털매머드, 피그미매머드, 컬럼비아매머드, 스텝매머드, 남부매머드다. 크기 비교를 위해 맨 왼쪽에 사람이 그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 매머드 게놈 비교분석에 이용한 화석을 얻은 장소를 나타낸 지도다. 시베리아 북동부 크레스토프카와 아디챠에서는 초기 플라이스토세 화석을, 추코차야에서는 중기 플라이스토세 화석을 얻었다. 나머지 지역은 후기 플라이스토세 화석이다. 네이처 제공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고게놈 해독 기록을 세운 매머드가 지금까지 존재 자체를 몰랐던 새로운 계통으로 밝혀졌고 덕분에 논란 중이었던 북미 매머드의 진화과정을 명쾌하게 재구성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5만 년 전 시베리아의 한 동굴에서 발굴한 사람의 새끼손가락 뼈에서 추출한 DNA를 해독해 데니소바인이라는 미지의 인류를 밝혀낸 2010년 발견이 떠오르는 쾌거다.

대략 300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로 넘어온 남부매머드(학명 Mammuthus meridionalis)가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면서 스텝매머드(학명 M. trogontherii)가 나왔고 이어서 털매머드(M. primigenius)와 컬럼비아매머드(학명 M. columbi)가 진화했다는 것이 기존 가설이다. 연구자들 역시 초기 플라이스토세 화석 두 점은 스텝매머드, 중기 플라이스토세 화석은 털매머드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게놈 해독 결과 초기 플라이스토세 화석 한 점은 털매머드이고 가장 오래된 다른 한 점은 미지의 매머드 계통, 즉 털매머드의 조상인 스텝매머드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후기 플라이스토세(12만9000~1만2000년 전)에 살았던 컬럼비아매머드의 게놈과 비교한 결과 지금까지 진화과정이 미스터리였던 이들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

 

매머드는 150만 년 전 당시 육지로 연결된 베링해를 건너 처음 북미에 진출했다. 첫 번째 가설은 이 주인공이 남부매머드이고 시베리아와 독자적으로 진화해 컬럼비아매머드가 됐다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 가설은 처음 진출한 남부매머드는 소멸했고 그 뒤 두 번째로 이동한 스텝매머드가 진화해 컬럼비아매머드가 나왔다는 시나리오다. 세 번째 가설은 150만 년 전 처음 북미에 진출한 게 스텝매머드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 가정은 모두 틀렸다. 즉 150만 년 전 당시 육지로 연결된 베링해를 처음 건너간 건 165만 년 전 시베리아 북동부에 살았던 크레스토프카 계통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후기 플라이스토세에 살았던 컬럼비아매머드 게놈의 약 40%가 크레스토브카 계통에서 온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130만 년 전 살았던 아디차와 60만 년 전 추코치야는 게놈 분석 결과 둘 다 털매머드로 밝혀졌다. 그리고 컬럼비아매머드 게놈의 40%가 이들에게서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컬럼비아매머드의 미토콘드리아 게놈을 분석해 약 42만 년 전 크레스토브카 계통과 털매머드가 만나 태어난 잡종이 새로운 종, 즉 컬럼비아매머드가 됐다는 놀라운 결론에 이르렀다. 

 

이번에 해독된 게놈을 바탕으로 구성한 매머드의 계통도다. 420만 년 전 아시아코끼리(E. maximus) 조상과 남부매머드가 갈라졌다. 남부 매머드는 약 200만 년 전 털매머드(wolly mammoth)와 크레스토프카 계통으로 진화했고 약 42만 년 전 이들 사이의 잡종 종분화로 컬럼비아매머드(M. columbi)가 등장했다. 그 뒤 약 10만 년 전 북미로 진출한 털매머드와 접촉하면서 핵 게놈의 12%가 바뀌었다. 오른쪽은 연대로 단위는 백만 년이다. 네이처 제공
이번에 해독된 게놈을 바탕으로 구성한 매머드의 계통도다. 420만 년 전 아시아코끼리(E. maximus) 조상과 남부매머드가 갈라졌다. 남부 매머드는 약 200만 년 전 털매머드(wolly mammoth)와 크레스토프카 계통으로 진화했고 약 42만 년 전 이들 사이의 잡종 종분화로 컬럼비아매머드(M. columbi)가 등장했다. 그 뒤 약 10만 년 전 북미로 진출한 털매머드와 접촉하면서 핵 게놈의 12%가 바뀌었다. 오른쪽은 연대로 단위는 백만 년이다. 네이처 제공

 

 

잡종 종분화 일어난 듯

 

서로 다른 두 종 사이의 잡종이 새로운 종이 되는 현상을 ‘잡종 종분화(hybrid speciation)’라고 부른다. 잡종 개체와 부계나 모계의 개체 사이는 새끼를 못 낳거나 낳더라도 생식력이 없지만, 잡종끼리는 생식력 있는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경우 새로운 종이 나타난다. 마침 잡종이 적응력이 더 높으면 점차 부계 종과 모계 종을 대체하며 우점종이 될 수 있다. 당시 혼혈이 일어난 장소(아마도 북미)의 기후가 부계와 모계가 최적화된 시베리아보다 따뜻해 별종 자식인 컬럼비아매머드에게 더 유리했던 것 아닐까.

 

컬럼비아매머드가 잡종 종분화의 결과라는 건 수십만 년이 지난 뒤에도 크레스토프카 게놈과 아디챠/추코치야 게놈의 기여 비율이 일대일로 유지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 혼혈이라면 임의로 짝짓기가 일어나므로 세대가 지날수록 일대일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컬럼비아매머드 게놈의 나머지 20%는 어디서 왔을까. 시베리아의 털매머드는 약 10만 년 전 다시 한 번 북미로 진출해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컬럼비아매머드와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놈을 정밀하게 비교한 결과 컬럼비아매머드 게놈의 12%가 동시대, 즉 후기 플라이스토세의 털매머드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즉 42만 년 전 크레스토브카 계열과 털매머드 사이의 잡종으로 태어난 컬럼비아매머드의 후손이 약 10만 년 전 북미로 건너온 털매머드와 또 만나 피가 섞인 것이다. 아마도 30만여 년 사이 변화로 컬럼비아매머드와 털매머드 사이에서 생식력이 있는 개체가 태어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100만 년 전 추위 적응 거의 끝나

 

한편 털매머드로 밝혀진 아디챠와 추코치야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추위에 적응하는 유전자 변이의 대다수가 이미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즉 털 성장과 일주리듬, 열 감지, 지방 축적 등 추위 적응 관련 유전자 변이를 조사한 결과 아디챠는 87%, 추코치야는 89%가 후기 플라이스토세의 털매머드 유형과 같았다. 100만 년 전 이미 시베리아의 추위를 견딜 수 있을 만큼 적응했다는 말이다. 크레스토프카는 해독된 정보가 부족해 분석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매머드 진화에서 스텝매머드의 자리는 어디일까. 게놈 정보가 없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연구자들은 초기 털매머드(아디챠)에서 100만 년 전쯤 갈라진 한 계통이 아닐까 추측했다.

 

2012년 발표된 한 논문은 영구동토에 묻힌 뼈에서 추출한 DNA에서 의미있는 게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계가 100만 년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얘기라서 당시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듬해 78만~56만 년 전 살았던 말의 게놈이 해독되면서 어쩌면 100만 년을 넘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고 이번에 매머드에서 꿈이 실현됐다. 앞으로 이 기록이 또 깨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최근 8년 만에 고게놈 해독 기록이 깨졌다. 2013년 78만~56만 년 전 말의 다리뼈에서 추출한 DNA에서 게놈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4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해독해 인류 최고(最古) 기록을 세웠다. 2021년 발표된 매머드 게놈 셋 가운데 둘이 100만 년을 넘었고 가장 오래된 건 최대 16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처 제공
최근 8년 만에 고게놈 해독 기록이 깨졌다. 2013년 78만~56만 년 전 말의 다리뼈에서 추출한 DNA에서 게놈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4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게놈을 해독해 인류 최고(最古) 기록을 세웠다. 2021년 발표된 매머드 게놈 셋 가운데 둘이 100만 년을 넘었고 가장 오래된 건 최대 165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이처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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