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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 대량 살처분만이 정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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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포트]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 대량 살처분만이 정답일까

2021.03.20 08:00
 

사람들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로 두려움을 떨고 있는 때, 농가의 닭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로 위기에 처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2003년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지속해서 발병해 왔다. 2018년 3월 발생 이후 잠시 소강기를 거친 뒤 지난해 11월 26일, 2년 8개월만에 전북의 한 가금농장을 시작으로 다시 확산됐다.  


정부는 고병원성 AI 감염이 확인된 가금류를 포함해 근처에 있는 수많은 가금류를 땅속에 묻는 ‘예방적 살처분’을 해왔다. 그 때문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수백~수천만 마리의 동물이 땅에 묻히고 있다. 살처분을 최소화하는 가축 전염병 대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닭에겐 너무 두려운 감염병, AI
국내에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H5N1형, H5N6형, H5N8형 3가지이며, 이번 겨울에는 H5N8형이 유행하고 있다. CDC 제공
국내에 발생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H5N1형, H5N6형, H5N8형 3가지이며, 이번 겨울에는 H5N8형이 유행하고 있다. CDC 제공

AI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고, 호흡기로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원인 바이러스는 빠르게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키는 능력이 있다. 주로 조류에 감염되지만, 대부분의 조류에게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감염도 잘 안 되고 걸려도 증상이 별로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야생조류의 평균 10%만이 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고 오리, 거위류 가운데 바이러스를 보유한 비율도 15%다. 이때 야생조류는 바이러스를 보유해도 고병원성 AI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사람에게 걸릴 확률도 극히 드물다.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수용체는 사람의 폐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데, 이곳에 도달하기 전에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걸러지기 때문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않는 한 인체에 감염되지 않는다. 다만 일단 감염되면 34.7%라는 높은 치명률을 보인다.


일반적인 AI와 달리 고병원성 AI가 문제인 이유는 인류와 가장 친숙한 가금류인 닭과 칠면조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감염도 빠르고, 일단 감염되면 치명률도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대부분 24시간 안에 폐사하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때문에 AI에 감염된 가금류는 바로 살처분되고 있다. 


AI 바이러스는 H혈청형이 16가지, N혈청형이 9가지로, 이들이 조합해 만들어지는 바이러스는 이론적으로는 144가지 유형(혈청형)이 존재한다. 이 중 국내에서 발생한 AI 혈청형은 H5N1형, H5N6형, H5N8형 3가지이며 이번 겨울 유행하는 것은 H5N8형이다.

 

 

동물 백신 접종을 둘러싼 쟁점  

 

쟁점 ① AI 발생 반경 3km 살처분, 과학보단 관습

 

문제는 국내 양계장 특성상 수많은 가금류가 모여서 밀집 사육된다는 점이다. 어떤 닭과 언제 어떻게 접촉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마리가 감염되면 그곳에 있는 모든 닭을 살처분해야 한다. 그나마 같은 농장에 살았다면 조금 덜 억울하겠지만 실상은 더욱 가혹하다. 


이웃집 닭 한 마리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면 생전 마주친 적도 없는 반경 3km 이내 인근 가금류까지도 살처분된다(예방적 살처분). 병에 걸렸을 확률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의 실제 감염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같이 혹은 근처에 살았단 이유만으로, 예방 목적으로 한순간에 어두운 땅속에 파묻혀야 하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AI가 발생했던 2016년 겨울에는 3000만 마리 이상이 땅에 묻혔다. 이번 겨울에도 1500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됐다(1월 21일 기준). 이 가운데 75%가 3km 반경 이내에 살았다는 이유로 죽었다. 


이쯤되면 예방적 살처분을 시행하는 과학적 근거가 궁금해진다. 왜 4km 반경이나 2km 반경은 안 되고 3km 반경을 살처분해야 할까. 


실제로 3km 방역에 대한 근거를 다룬 연구가 여럿 있다. 예를 들어 2003년 네덜란드에서 대규모 전염병을 일으킨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의 농장 간 전파를 수리모형을 통해 분석한 연구에서는 발생 지역에서 최소 3km까지 통제를 해야 방역이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doi: 10.1371/journal.pcbi.0030071 


하지만 이런 결과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반경 500m에서 3km로 확대한 것은 2018년부터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감염병 발생 농가에 한정 지어 24간 이내로 살처분을 진행한다. 감염병 발생 지점으로부터 반경 3km 안에 있는 농가는 역학조사 후 감염이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 그때에서야 살처분한다.


그저 관습 때문에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다는 비판도 있다. 살처분은 별다른 대안이 없던 18세기 영국에서부터 가축 감염병 대응을 위해 시행된 방식인데, 현재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 있고 살처분 수를 최소화할 수 있음에도 편의 때문에 살처분 위주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웅 한국가금수의사회장은 “간단하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살처분이 관습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닭을 먹기는 하지만 닭을 사육하는 곳에 대한 방역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해 이런 일이 생겨났다”라고 설명했다. 

 

쟁점 ② 대안으로 꼽히는 백신 정착 안 되는 이유는 편견

 

수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이런 동물들의 살처분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고 있다. 백신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닭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고병원성 AI가 발병할 경우 발병 농가에 한정해 살처분을 하는 것이 현재 국내 상황에서 최선의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양계장의 닭과 달걀은 인간의 음식으로 쓰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해도 될지 의구심을 품는다. 하지만 닭은 이미 수많은 백신을 맞고 있다. 닭마이코플라즈마병(MG), 뉴캐슬병(ND), 전염성기관염(IB), 레오바이러스(REO) 등 다양한 바이러스와 세균을 막기 위해 시기별로 백신을 맞는다. 전부 닭에게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다. 종류도 경구용부터 주사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AI 백신도 이미 일부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부터 저병원성 AI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윤 회장은 “당시에도 우려와 반대가 있었지만, 매우 성공적으로 질병을 통제한 사례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AI 바이러스 없이 유전자만으로 고병원성 AI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백신 완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백신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냉동 보관해 놓은 AI 항원뱅크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 백신 대신 살처분을 진행하는 것이다. 


백신 맞은 닭을 먹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윤 회장은 “백신을 이루는 물질(항원) 자체는 항체를 만들어주고 2~3주 안에 몸에서 사라진다”며 “이는 먹는 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월 15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2월 15일부터 2주 동안 살처분 대상을 고병원성 AI 발생 장소 기준 반경 3km에서 1km로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감염병 발생 농가의 수가 초반에 비해 2월 들어 줄어든 만큼, 살처분 마릿수도 단기적으로나마 축소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백신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병홍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구제역과 달리 AI 바이러스는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변이가 상당히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유효한 백신을 제때 개발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전문가 중에는 백신 접종으로 변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인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백신접종을 하고 있지만, AI가 근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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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3월호, [이지 사이언스] 해마다 찾아오는 동물 전염병, 살처분 대신 백신 접종 고려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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