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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특수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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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N사피엔스]특수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까지

2021.03.18 16:00
아인슈타인이 대학 시절을 보낸 스위스 연방공대 전경. 취히리 연방공대 제공
아인슈타인이 대학 시절을 보낸 스위스 연방공대 전경. 취히리 연방공대 제공

20세기 물리학은 그 이전의 19세기 물리학과 많은 면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흔히 이 둘은 현대물리학과 고전물리학으로 불린다. 현대물리학은 20세기를 거치며 방대한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는데 이를 떠받치는 큰 기둥이 둘 있다. 바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다. 이 두 분야의 발전에 모두 크게 기여한 사람이 바로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이 거의 혼자서 만들었으니 기여도라는 걸 따지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이 일생을 두고 반대했는데 그 과정에서 양자역학을 옹호했던 과학자들이 아인슈타인을 극복하면서 양자역학이 크게 발전하였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때는 1905년으로, 1879년생인 아인슈타인이 26세 되던 해였다. 이때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특허청의 심사관으로 일했다. 1900년에 취리히 공대를 졸업한 아인슈타인은 특허청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까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수학, 물리학 과외 교습도 했었고 대학 강사 자리도 알아보고 있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4년 연상의 밀레바 마리치는 아기를 임신 중이었고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 취직한 1902년 리제를이라는 이름의 딸을 낳았다. 아인슈타인과 마리치가 정식으로 결혼한 것은 1903년이었다. 특허청에서 일자리를 구한 것은 대학시절 절친한 친구였던 마르셀 그로스만의 아버지가 베른의 특허청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도와준 덕분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친구 아빠 찬스’를 쓴 셈이었다.

 

1905년은 아인슈타인에겐 '기적의 해’로 불린다. 1666년이 뉴턴에게 '기적의 해'였다면 말이다. 이해에 아인슈타인은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브라운 운동에 관한 논문은 원자와 분자의 존재를 확증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광전효과(금속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에 관한 논문은 1921년 아인슈타인에게 노벨상을 안겼다. 그리고 특수상대성 이론의 효시가 되는 논문도 1905년에 나왔다.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논문
1905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 논문

상대성 이론에는 특수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과 일반상대성 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 있다. 보통 일상의 언어로는 일반이론이 더 쉽고 특수이론이 더 어려워 보인다. 한번은 모처에서 상대성 이론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강연 순서를 특수상대성이론-일반상대성이론의 순서로 보냈더니 담당자가 순서가 바뀐 것 아니냐고 내게 되물었다. 물리학에서는 대개 특수한 상황이 물리적으로 더 쉽고 일반적인 상황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상대성 이론에서도 그렇다. 


상대성 이론이란 한마디로, 움직이는 사람과 정지한 사람이 똑같은 물리 현상을 보게 될 것인가에 관한 이론이다. 즉,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상대적인 운동이 속도가 변하지 않는 등속운동인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 특수상대성 이론이고, 속도가 변하는 운동인 경우에 적용되는 이론이 일반상대성 이론이다.

 

역사상 상대성 이론이 적용되는 상황이 심각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이 대립할 때였다. 만약 지구가 스스로 돌면서 태양주변을 다시 돌고 있다면 그 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지구의 움직임을 알지 못한단 말인가? 예컨대,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고 있다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는 나무 바로 아래가 아니라 나무의 서쪽으로 치우쳐 떨어져야 하지 않을까? 17세기까지도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를 믿지 않고 갈릴레오의 주장을 반대했던 데에는 종교적인 이유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갈릴레오는 자신을 향한 이런 논리를 반박하는 데에 《대화》의 지면을 할애했다. 갈릴레오의 논리는 이랬다. 항해 중인 배의 돛대에서 공을 떨어뜨리면 그 공은 배의 뒷면에 떨어지지 않고 돛대 바로 아래에 떨어진다. 왜냐하면 공이 배와 함께 이미 같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 버전으로 말하자면,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 객차의 뒤쪽으로 밀려 떨어지지 않고 바로 발아래에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실험만으로는 배(또는 지하철)가 움직이는지 정지해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지구의 자전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이유로 갈릴레오는 상대성 이론의 원조로 꼽힌다. 

 

갈릴레오의 상대성 이론(또는 고전적인 상대성 이론)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두 사람이 물체의 속도를 서로 달리 관측할 뿐 나머지는 모두 똑같다. 예컨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철길 옆 도로 위를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바라보면, 도로 위에서 자동차를 봤을 때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인다. 왜냐하면 자동차를 관측하는 나 자신이 지하철과 함께 지면에 대해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움직이는 사람이 관측한 물체의 속도는 정지한 사람이 관측한 속도에서 관측자 자신이 움직이는 속도를 빼줘야 한다. 이처럼 고전적인 상대론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관측자들이 물체의 운동을 상대운동의 속도 차이만큼 서로 다르게 볼 뿐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경험과 잘 부합한다. 이 체계에서는 상대적인 운동을 하는 관측자들의 눈에 보이는 현상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현대물리학 거장들과 함께한 막스 플랑크(가운데). 좌측부터 발터 네른스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로버트 밀리컨, 막스 폰 라우에. 모두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과학동아DB
현대물리학 거장들과 함께한 막스 플랑크(가운데). 좌측부터 발터 네른스트, 알버트 아인슈타인, 막스 플랑크, 로버트 밀리컨, 막스 폰 라우에. 모두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과학동아DB

고전 물리학, 특히 전자기학에 정통했던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의문을 품었다. 일화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청소년 시절부터 빛에 대한 사고실험을 했다. 만약 빛의 속도로 달려가면서 빛을 바라보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빛 대신 자동차를 넣으면 그 답이 무엇인지 우리는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지하철이 자동차와 같은 속도로 진행한다면, 지하철 안의 승객들은 자동차가 정지해 있는 것으로 관측하게 된다. 이 추론을 그대로 연장한다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아인슈타인은 '정지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아인슈타인을 당혹스럽게 만든 것이 바로 이 결론이었다. 빛이 정지한다는 게 대체 무슨 뜻일까?

 

과학자들은 수 세기에 걸쳐 빛을 연구해 왔고 19세기 중반 제임스 맥스웰의 연구 덕분에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빛이 정지하는 현상을 어떤 형태로든 본 적이 없었다. 아인슈타인은 빛이 정지한다는 것은 완전히 넌센스라고 생각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아인슈타인은 빛은 모든 관성좌표계에서 항상 일정한 속도로만 움직인다고 가정했다. 이것이 이른바 ‘’으로, 특수상대성이론의 2가지 가정 중 두 번째 가정이다. 여기서 관성좌표계란 관성의 법칙이 성립하는 좌표계이다. 하나의 관성좌표계에 대해 속도가 일정한 등속운동을 하는 모든 좌표계는 관성좌표계이다. 

 

광속불변은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경험과 크게 어긋난다. 예컨대 홍길동이 에스컬레이터에서 걸어가면 밖에서 봤을 때는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속도와 홍길동이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 걷는 속도가 더해져 홍길동은 더 빨리 움직인다. 만약 홍길동이 에스컬레이터에 서서 스마트폰을 켜면 어떻게 될까? 홍길동이 걷는 경우로부터 유추해 본다면 홍길동의 스마트폰에서 나온 빛은 밖에서 봤을 때 원래의 광속에다가 에스컬레이터가 움직이는 속도가 더해져야만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지상태에서의 광속보다 더 빠를 수도 있다. 광속불변이 말하는 바는, 이런 경우에도 빛은 여전히 광속으로 움직인다는 말이다. 광원과 관측자가 어떻게 상대적인 운동을 하든 광속은 변화가 없다. 


또 이 가정에 따르면 19세기 과학자들이 전자기 파동으로서의 빛의 매개물인 에테르가 필요 없다. 에테르의 특이한 성질과 존재여부는 19세기 물리학의 큰 과제 중 하나였다. 에테르를 검출하려는 모든 시도는 실패했는데 특히 1887년 미국의 마이컬슨과 몰리가 간섭계를 이용해 정밀하게 수행했던 실험이 유명하다. 그러나 에테르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에테르가 아예 없다고 생각한 과학자는 거의 없었다. 똑똑한 과학자들은 에테르가 존재하더라도 마이컬슨-몰리 실험에서 검출되지 않는 이유와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작 에테르 문제에 대한 해법은 가장 간단한 데에 길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했다. 

 

우주에서 최대 속도를 갖는 물질은 빛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를 전제로 한다. 과학동아DB
우주에서 최대 속도를 갖는 물질은 빛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이를 전제로 한다. 과학동아DB

특수상대성 이론의 첫 번째 가정은 모든 관성좌표계에서 물리법칙이 똑같다는 내용이다. 이는 언뜻 생각하기에 당연히 그러해야만 할 것 같다. 서로 등속운동하는 두 좌표계는 어느 쪽이 움직이고 어느 쪽이 정지해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오직 상대적인 운동만 의미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 두 좌표계에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다를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평범해 보이는 요구조건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소개했던 고전적인 상대성이론을 맥스웰의 전자기론, 즉 맥스웰 방정식에 적용하면 정지한 좌표계와 움직이는 좌표계에서의 맥스웰 방정식이 달라진다. 만약 맥스웰 방정식이 전자기 현상을 설명하는 올바른 물리법칙이라면,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사람에 대해 전자기 법칙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법칙을 과연 ‘자연의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1905년의 특수상대성 이론 논문의 제목은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동역학에 관하여’였다.

 

아인슈타인은 이 두 가지 가정으로부터 시작해 수학적으로 일관된 새로운 상대성 이론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아예 처음부터 광속 불변을 지켰고 물리법칙의 동일함을 지켰기 때문에 달라져야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두 좌표계 사이의 관계, 즉 상대성이론 자체였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달리는 자동차의 전조등처럼 움직이는 광원의 광속이 여전히 광속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특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애초에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관측자들 사이에서 갈릴레오식으로 속도를 더하고 빼는 셈법이 틀렸다. 그러나 묘하게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틀리지는 않아서 물체의 속도나 상대속도가 광속에 비해 그리 크지 않으면 갈릴레오의 속도 셈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새로운 셈법에서는 상대속도를 어떻게 더하거나 빼더라도 광속을 넘어서는 속도를 만들어낼 수 없다. 가령 자동차가 광속으로 달려가면서 전조등을 켜거나, 관측자가 자동차와 반대방향으로 광속으로 달려가더라도 광속은 여전히 광속이다. 아인슈타인이 사고 실험했던 상황에서도 광속은 여전히 광속이다. 그러니까 광속은 우리 우주에서 대단히 특별한 상수라고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그 중요성을 간파하고 자신의 이론을 세울 때 하나의 가정으로 도입한 것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두 가지 가정으로부터 거의 기계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다. 물리학자들이 흔히 말하듯,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내용이지 수학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이 뛰어난 것은 이처럼 물리적인 실체를 꿰뚫어볼 수 있는 위대한 통찰력 때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97~1966). 미 의회 도서관 제공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97~1966). 미 의회 도서관 제공

 

※참고자료

데니스 오버바이, 《젊은 아인슈타인의 초상》(김한영·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Albert Einstein (1905) "Zur Elektrodynamik bewegter Körper", Annalen der Physik 17: 891.

 

※필자소개 

이종필 입자이론 물리학자. 건국대 상허교양대학에서 교양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물리학 클래식》,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 《사이언스 브런치》,《빛의 속도로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썼고 《최종이론의 꿈》, 《블랙홀 전쟁》, 《물리의 정석》 을 옮겼다. 한국일보에 《이종필의 제5원소》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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