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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제2의 미토콘드리아 찾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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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제2의 미토콘드리아 찾았나

2021.03.23 15:00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운데)의 전자현미경 사진. 다트머스대 제공.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운데)의 전자현미경 사진. 다트머스대 제공.

“교과서적인 미토콘드리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무척 놀랄 일이지만 많은 단세포 진핵생물이 산소가 없는 곳에서 활동하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다. 이 ‘혐기성(무산소)’ 미토콘드리아는 양분을 태울 때 산소 대신 질산염 같은 다른 간단한 화합물을 이용한다. 그 외에는 대체로 사람의 미토콘드리아와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므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
- 닉 레인 ‘미토콘드리아’(2005)

 

국제학술지 ‘네이처’ 3월 18일자에 실린 한 논문을 읽다가 문득 호흡(세포호흡)의 개념이 헷갈려 영국 과학저술가 닉 레인의 책 ‘미토콘드리아’을 찾아 관련 부분을 다시 읽어봤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세포소기관이다. 

 

책을 읽다가 위에 인용한 부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번에 ‘네이처’에 실린 논문이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사는 단세포 진핵생물에서 산소 대신 질산염을 써서 호흡을 하는 세포내공생체(endosymbiont)를 발견했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는 내가 지금까지 읽은 과학책 가운데 최고의 명저로, 10여 년 전 책을 읽을 때 여기저기 줄을 많이 쳤는데 이 부분은 깨끗하고 기억에도 없다. 

 

사실 저자가 책의 4장 ‘호흡의 의미’에서 세포호흡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했음에도 까맣게 잊고 여전히 ‘발효는 산소가 없을 때 일어나고 호흡은 산소가 있을 때 일어난다’는 1920년대의 개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논문에서 ‘무산소(혐기성) 호흡(anaerobic respiration)’이라는 용어를 접하고 순간 당황한 것이다.

 

산소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소기관 미토콘드리아(맨 왼쪽)는 산소가 희박한 환경을 택한 진핵생물에서 퇴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첫 단계는 무산소 미코콘드리아로 산소 대신 푸마르산염이나 질산염을 이용해 호흡한다. 다음은 하이드로게노좀으로 발효를 하며 수소를 발생시키고 대체로 자체 게놈도 소실된 상태다. 여기서 더 퇴화한 게 미토좀으로 더이상 ATP를 만들지 못한다. 2016년에는 이마저도 없는 진핵생물이 발견됐다(맨 오른쪽).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산소 호흡을 담당하는 세포소기관 미토콘드리아(맨 왼쪽)는 산소가 희박한 환경을 택한 진핵생물에서 퇴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첫 단계는 무산소 미코콘드리아로 산소 대신 푸마르산염이나 질산염을 이용해 호흡한다. 다음은 하이드로게노좀으로 발효를 하며 수소를 발생시키고 대체로 자체 게놈도 소실된 상태다. 여기서 더 퇴화한 게 미토좀으로 더이상 ATP를 만들지 못한다. 2016년에는 이마저도 없는 진핵생물이 발견됐다(맨 오른쪽).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발효와 호흡의 차이

 

포도당 같은 영양분을 분해(산화)시켜 에너지 분자인 ATP를 얻는 과정인 발효와 호흡의 차이는 산소 여부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전자(e-)(전자 두 개가 NADH 분자의 형태로 존재한다)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있다. 즉 발효에서는 보통 영양분 산화의 중간산물이 전자를 받아 환원됨으로써 해결한다(젖산이나 에탄올이 최종산물이다). 

 

반면 호흡에서는 추가로 산화가 일어나고 고에너지 전자가 여러 막 단백질로 이뤄진 전자전달계를 흐르며 막 한쪽으로 양성자(H+)를 내보낸 뒤 최종 수용체로 들어간다. 막 사이의 양성자 기울기는 ATP를 만드는 동력이 된다(수력발전과 비슷하다). 발효보다 호흡이 효율이 높은 이유다. 발효가 불완전 연소라면 호흡은 완전 연소라고 할까.

 

우리가 숨을 들이쉬면 공기 중의 산소가 피를 타고 각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 영양분이 대사될 때 나오는 전자를 받아 물로 환원된다. 바로 산소(호기성) 호흡(aerobic respiration)이다. 무산소 호흡은 영양분에서 나온 전자를 받는 최종 수용체가 산소가 아닌 다른 화합물인 경우로, 그 가운데 하나가 위에서 언급한 질산염이다.

 

산소가 희박한 환경에서 사는 박테리아나 고세균 같은 원핵생물 가운데는 무산소 호흡을 하는 종류가 많고 전자의 최종 수용체도 질산염뿐 아니라 황산염, 과염소산염, 요오드산염, 철이온(Fe3+), 심지어 우라늄이온(U6+)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진핵생물 가운데도 무산소 호흡을 하는 종류가 있는데, 레인은 책에서 ‘산소 대신 질산염 같은 다른 간단한 화합물을 이용한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혐기성(무산소)’ 미토콘드리아가 맡은 역할이 무산소 호흡일까. 

 

 

미토콘드리아의 퇴화
산소가 희박한 해저에서 질산염 호흡을 하는 유공충을 보고한 2018년 논문에서 제안한 메커니즘이다. 운반단백질(Nrt)을 통해 들어온 질산염이온(NO3-)은 액포(V)를 거쳐 미토콘드리아(MT)로 들어가 일련의 효소 작용으로 고에너지 전자를 받으며 환원된다. 최종산물인 질소(N2) 기체는 세포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산소 호흡에 버금가는 ATP가 만들어진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산소가 희박한 해저에서 질산염 호흡을 하는 유공충을 보고한 2018년 논문에서 제안한 메커니즘이다. 운반단백질(Nrt)을 통해 들어온 질산염이온(NO3-)은 액포(V)를 거쳐 미토콘드리아(MT)로 들어가 일련의 효소 작용으로 고에너지 전자를 받으며 환원된다. 최종산물인 질소(N2) 기체는 세포 밖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산소 호흡에 버금가는 ATP가 만들어진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1967년 학술지 ‘이론생물학회지’에는 미국 보스턴대의 젊은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마굴리스는 진핵세포의 기원을 원핵세포 사이의 연속적인 세포내공생으로 설명했다. 그 뒤 연구로 마굴리스 가설의 여러 부분이 틀린 것으로 밝혀졌지만 산소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가 포획돼 미토콘드리아가 됐고 이어서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가 들어와 엽록체가 됐다는 설명은 제대로 짚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체 게놈을 지니고 있고 이를 해독한 결과 전자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와 가깝고 후자는 시아노박테리아와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포획된 박테리아가 세포소기관이 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미토콘드리아는 게놈이 불과 1만6569 염기이고 유전자는 37개에 불과하다. 포획 당시 박테리아 게놈에서 1% 정도만 살아남은 셈이다. 그런데 산소가 희박한 조건에서 사는 진핵생물의 미토콘드리아는 이보다도 더 퇴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산소 호흡을 하지 않으므로 쓸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토콘드리아가 완전히 사라진 진핵생물도 2016년 발견됐다. 

 

미토콘드리아의 퇴화는 몇 단계로 나뉜다. 먼저 ‘무산소 미토콘드리아’로 전자를 받는 최종 수용체로 산소 대신 푸마르산염 같은 대사산물을 쓴다(최종산물은 숙신산염). 이때 전자전달계 일부만 가동돼 나오는 양성자 동력도 작다. 즉 발효로 나오는 ATP에 무산소 호흡으로 ATP가 약간 추가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무산소 미토콘드리아에는 여전히 자체 게놈이 존재한다.

 

여기서 더 퇴화하면 전자전달계도 없어지고 양성자가 영양분이 산화할 때 나오는 전자를 받아 수소를 발생시킨다(2H+ + 2e- → H2). 그래서 이름도 미토콘드리아대신 ‘하이드로게노좀(hydrogenosome)’이다. 그래도 아직은 발효로 ATP를 만들어낸다. 게놈도 퇴화해 대부분은 사라진 상태다. 하이드로게노좀을 지닌 진핵세포 안에는 수소를 먹이로 하는 메탄생성 고세균이 공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발효는 세포질에서 일어날 수 있으므로 하이드로게노솜이 번거롭고 그 결과 퇴화가 더 일어난 게 ‘미토좀(mitosome)’으로 1999년 발견됐다. 미토솜은 발효도 할 수 없어 더이상 ATP를 만들지 못하고 다만 철-황 클러스터 생합성에만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미토좀조차 퇴화해 사라진다.

 

그렇다면 ‘네이처’ 3월 18일자에 실린, ‘산소 대신 질산염’을 써서 호흡하는 세포내공생체는 무산소 미토콘드리아를 뜻하는 걸까. 즉 레인의 표현을 빌자면 사람의 미토콘드리아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을까. 왠지 16년 전 책에도 언급된 연구결과를 ‘네이처’ 같은 일급 저널에서 실어줄 것 같지는 않다.

 

 

게놈 크기 29만 염기에 불과
스위스 추크호수 심층수에서 사는 섬모충의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왼쪽)와 차등간섭대비현미경 이미지(가운데), 공초점레이저주사현미경 이미지(오른쪽)다. 오른쪽 내부의 노란 덩어리들이 질산염 호흡을 하는 공생 박테리아다. 네이처 제공
스위스 추크호수 심층수에서 사는 섬모충의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지(왼쪽)와 차등간섭대비현미경 이미지(가운데), 공초점레이저주사현미경 이미지(오른쪽)다. 오른쪽 내부의 노란 덩어리들이 질산염 호흡을 하는 공생 박테리아다. 네이처 제공

 

1983년 질산염으로 무산소 호흡을 하는 진핵생물이 처음 보고됐다(원생생물인 섬모충). 그 뒤 몇몇 곰팡이와 유공충(원생생물)도 질산염 호흡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곰팡이는 미토콘드리아가 질산염 호흡을 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유공충도 그런 것으로 보인다. 

 

막스플랑스연구소(해양미생물학)가 주축이 된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공동연구팀은 스위스 추크(Zug)호수의 심층수에서 발견한 섬모충을 주목했다(1983년 보고된 섬모충과는 다른 종류다). 단세포 진핵생물인 섬모충은 이름대로 세포 표면에 작은 털이 많다. 추크호수는 수심이 200m에 이르는데 160m 아래 심층수는 무산소층이다. 흥미롭게도 심층수의 수심이 깊어질수록 섬모충의 서식 밀도가 높아지고 질산염의 농도가 낮아진다. 연구자들은 섬모충이 질산염 호흡으로 질산염을 소모한 결과라고 추정했다.

 

현미경으로 섬모충을 들여다보자 세포 안에 원핵생물로 보이는 작은 덩어리가 10개 내외 들어있었다. 연구자들은 섬모충의 하이드로게노좀이 만들어내는 수소를 먹이로 삼는 메탄생성 고세균이라고 생각하고 검출 시약을 넣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해 박테리아 검출 시약을 넣자 이번엔 형광이 번쩍거렸다. 뜻밖에도 박테리아였던 것이다. 

 

놀랍게도 호수 심층수에서 채집한 모든 섬모충의 세포 안에 박테리아가 존재했다. 이미 세포내공생체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안락한 거주지를 받는 대가는 무엇일까. 이야기의 맥락상 질산염 호흡일 수밖에 없다!

 

게놈 분석 결과 정말 그랬다. 섬모충의 게놈과 함께 상당히 퇴화한 박테리아의 게놈이 존재했다. 박테리아 게놈은 불과 29만 염기로 유전자도 349개에 불과해 전형적인 박테리아의 10% 수준이다. 염기서열 비교분석 결과 감마프로테오박테리아 계열로 드러났다. 참고로 미토콘드리아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계열이다. 연구자들은 공생체 박테리아에 칸디다투스 아조아미쿠스 실리아티콜라(Candidatus Azoamicus ciliaticola)라는 학명을 붙여줬다. 칸디다투스는 국제원핵생물명명규약 규칙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보통 게놈 정보만 있을 때)에서 학명을 붙였다는 뜻이다.

 

실리아티콜라의 단백질 유전자 310개를 분석한 결과 15%가 호흡과 에너지 생산 및 전환에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전자전달계를 이루는 유전자들과 질산염 환원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었다. 즉 질산염 호흡으로 에너지 분자인 ATP를 만드는 게 섬모충 세포 안에서 실리아티콜라가 하는 일이다. 질산염 호흡의 최종산물은 질소(N2)다. 이렇게 만든 ATP는 ATP/ADP자리옮김효소를 통해 바깥(세포질)으로 나간다(대신 세포질의 ADP가 들어와 재료로 쓰인다). 기능적으로 미토콘드리아와 같다는 말이다.

 

반면 실리아티콜라의 게놈에는 세포벽과 세포막, 비타민, 아미노산 생합성 관련 유전자들이 거의 소실돼 있었다. 스스로 복제하고 전사와 번역을 할 수 있지만, 재료는 전적으로 숙주에게서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ATP라는 에너지 화폐를 내고 사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분업은 미토콘드리아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섬모충과 실리아티콜라의 끈적한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연구자들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약 20억 년 전 지구의 산소 농도가 올라가자 산소를 싫어하는 아스가드 고세균이 산소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를 포획해 세포 내 산소 농도를 낮췄다. 그러다 박테리아가 산소 호흡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을 전담하는 세포소기관(미토콘드리아)이 됐고 이들은 진핵세포로 진화했다. 진핵생물은 여러 계열로 나뉘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섬모충이다. 그 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산소가 희박한 환경으로 진출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하이드로게노좀으로 퇴화해 호흡 대신 발효로 에너지를 생산했다. 

 

질산염이 풍부한 추크호수 심층수에서 살던 섬모충은 종종 질산염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를 삼켰다. 그런데 어느 날 포획된 박테리아가 소화되는 걸 피하는 법을 터득했고 섬모충 세포 안에서 질산염 호흡을 하며 여분의 ATP를 내보내 숙주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둘은 갈수록 얽혀 중복되는 유전자들을 버리며 효율이 더 높아졌다. 그 결과 하이드로게노좀의 발효로만 살아가던 섬모충을 물리치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공생체일까 세포소기관일까

 

섬모충의 세포내공생체인 칸디다투스 아조아미쿠스 실리아티콜라는 단백질 유전자가 310개에 불과하지만 질산염 호흡으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구성한 생화학 네트워크로 내막과 막간 공간에 질산염 환원(denitrification) 관련 단백질들(파란색)과 내막에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port chain. 주황색), 내막에 ATP 합성과 교환에 관련된 단백질들(빨간색)이 보인다. 기능적으로 미토콘드리아와 같음을 알 수 있다. 네이처 제공
섬모충의 세포내공생체인 칸디다투스 아조아미쿠스 실리아티콜라는 단백질 유전자가 310개에 불과하지만 질산염 호흡으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구성한 생화학 네트워크로 내막과 막간 공간에 질산염 환원(denitrification) 관련 단백질들(파란색)과 내막에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port chain. 주황색), 내막에 ATP 합성과 교환에 관련된 단백질들(빨간색)이 보인다. 기능적으로 미토콘드리아와 같음을 알 수 있다. 네이처 제공

그런데 왜 연구자들은 이들을 세포소기관, 즉 제2의 미토콘드리아라고 부르지 않고 세포 내 공생체라고 부르며 학명까지 지어준 걸까. 먼저 일반성이다. 미토콘드리아는 모든 진핵생물에 들어있지만(일부에서는 퇴화했지만) 실리아티콜라는 특정 섬모충에만 존재한다. 

 

숙주와 얽힌 정도도 고려했다. 포획된 산소 호흡 박테리아가 미토콘드리아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유전자가 숙주의 게놈으로 넘어갔는데, 포획된 질산염 호흡 박테리아와 섬모충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는지 아직 밝히지 못했다. 앞으로 섬모충 게놈을 면밀히 분석해 박테리아 게놈에서 넘어온 유전자가 다수 발견된다면 공생체에서 세포소기관으로 재정의하면서 학명 대신 적절한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2011년 세포내공생 이론을 제안한 린 마굴리스가 자택에서 뇌출혈을 일으켜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벌써 10년이 지났으니 세월이 참 빠르다.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논문을 보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 친구들, 좀 소심하구만.”

 

스위스 추크호수의 섬모충과 공생체(실리아티콜라)가 나오기까지 지난 20억 년의 진화를 도식화한 그림이다. 아스가스 고세균이 산소 호흡 박테리아를 포획하면서 역사가 시작됐고 에너지를 담당하는 세포소기관(미토콘드리아)으로 바뀌면서 진핵생물이 등장했다(a). 진핵생물의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인 섬모충(ciliate)이(b) 무산소 환경으로 진출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하이드로게노좀으로 퇴화해 발효로 에너지를 얻으며 근근이 살아가다 질산염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gammaproteobactrium)를 만나 공생하면서 무산소 호흡 능력을 획득했다(c). 네이처 제공
스위스 추크호수의 섬모충과 공생체(실리아티콜라)가 나오기까지 지난 20억 년의 진화를 도식화한 그림이다. 아스가스 고세균이 산소 호흡 박테리아를 포획하면서 역사가 시작됐고 에너지를 담당하는 세포소기관(미토콘드리아)으로 바뀌면서 진핵생물이 등장했다(a). 진핵생물의 여러 갈래 가운데 하나인 섬모충(ciliate)이(b) 무산소 환경으로 진출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하이드로게노좀으로 퇴화해 발효로 에너지를 얻으며 근근이 살아가다 질산염 호흡을 하는 박테리아(gammaproteobactrium)를 만나 공생하면서 무산소 호흡 능력을 획득했다(c). 네이처 제공

 

※필자소개

강석기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9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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