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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빙하기 기회로 삼은 동로마인들... 과거로부터 배우는 '기후탄력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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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빙하기 기회로 삼은 동로마인들... 과거로부터 배우는 '기후탄력사회'는

2021.03.29 04:01
시리아에 남아 있는 동로마 제국의 시골 마을 유적이다. 알투르 로지위츠 제공
시리아에 남아 있는 동로마 제국의 시골 마을 유적이다. 동로마인들은 기후변화로 겨울철 강수량이 늘어난 것을 활용해 시리아와 같은 건조한 기후에 경작지와 정착촌을 건설했다. 알투르 로지위츠 제공

한반도에서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힘을 겨루던 6세기 초 '후기고대소빙기'로 불리는 작은 빙하기가 지구 북반구를 덮쳤다. 유럽의 기온은 20세기 후반보다 2도 가까이 낮았고 농작물 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곳곳에 기근이 들었다. 하지만 당시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세계를 경영하던 동로마인들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기후가 바뀌면서 오히려 겨울에 강수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난 데 주목한 것이다. 동로마의 농부들은 충분한 비가 오고 비옥한 땅을 찾아 재배지를 빠르게 늘려 나갔다. 상업을 장려하는 세금 제도 덕분에 생산된 농작물이 제국 곳곳으로 빠르게 팔려나가면서 높은 수익을 거둔 농민들은 다시 농토 확장에 투자했다. 국가는 농부들이 늘어난 수량을 농업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댐과 수로 같은 오늘날로 따지면 사회간접자본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동로마의 사례야말로 기후위기 앞에서 적극적으로 사회 공동체의 운명을 개척한 모범적인 '기후탄력사회'의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다고마르 데흐로트 미국 조지워싱턴대 역사학부 교수는 2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동로마 사례를 비롯해 역사에서 성공적인 기후변화 대응 사회를 소개하면서 “기후와 사회의 역사를 살피고 여기서 교훈을 찾아 현재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전략을 짜야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이상적인 '탄소중립'을 실현해도 현재의 기후위기 속도를 줄일뿐 기후변화의 방향을 멈추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멈춰도 과거 배출된 온실가스로 온난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회적·생태 시스템에서 기후변화의 급격한 효과를 최대한 완충하는 사회인 '기후탄력사회'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다.

 

데흐로트 교수가 주도한 연구팀은 유럽 일대의 호수 퇴적물과 과거 동식물의 식생 변화를 추적한 결과 6세기경 겨울철 유럽의 강수량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동로마제국이 통치한 유적에서 발견된 꽃가루를 활용해 당시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통치 지역에서는 농작물 수확량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기후학과 고고학에서 유적에서 발견된 꽃가루는 당시 농업의 현황을 추론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13~19세기 또 다시 찾아온 소빙기에서도 기후에 잘 적응한 사회의 사례를 찾았다. 고기후학자들은 13세기 이후 소빙기 때도 북반구 지역의 겨울 평균 기온이 20세기 후반과 비교해 약 2도 낮았다고 추정하고 있다.

 

17~18세기 번성했던 네덜란드의 고래잡이 어업은 기후변화에 적응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럽의 각국은 노르웨이와 북극해 사이 스발바르섬에 어업 전진기지를 건설하고 고래잡이 경쟁을 했다. 소빙기가 오면서 북극고래들이 해안을 떠나 확장된 빙하 가장자리로 모여들었다. 네덜란드의 노련한 어부들은 이를 먼저 파악하고 경쟁자이던 영국 어부들보다 많은 이익을 얻었다.

 

기후변화에 잘 견디는 식량원이나 에너지원을 사용한 사례도 있었다. 네덜란드와 독일 북부에 있던 프리지아인들은 6세기 동물 중심의 생계 전략을 택하며 번성했다. 이웃이던 프랑크 왕국이 가뭄으로 피해를 보는 사이 프리지아는 생선과 물새, 보리, 귀리 등 추위에 강한 식량원을 찾았다. 17세기 네덜란드 공국은 나무와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소재 대신 풍차와 석탄을 활용했다.

 

기후변화를 정치와 제도, 무역이 아닌 이주를 통해 극복한 사례도 있었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은 동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기후변화를 극복한 사례로 손꼽힌다. 17세기 초는 동아시아에서도 소빙기로 여진족은 큰 가뭄이 나자 조선과 명나라 국경을 돌며 약탈하는 전략을 택했다. 명이 잇따른 기근과 혼란이 이어지자 여진족은 중국 국경을 넘었고 결국 청나라를 세우며 중국의 주인이 됐다.

 

아담 이즈뎁스키 독일 막스플랑크인류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불리한 기후 조건이 반드시 사회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사회가 잘 조직되어 있고 대응할 수단을 잘 준비해둔다면 기후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즈뎁스키 연구원은 이어 "당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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