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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정말 그렇게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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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라고 정말 그렇게 믿는가

2021.04.03 09:00
픽사베이 제공
실은 애정을 갈구하지만 관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짜 독립성'을 연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픽사베이 제공

쿨해보이기 싶었기 때문인지 어렸을 때 사람들의 관심이나 사랑 없이도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보통 사람들과 달리 절친이나 연인 없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도도하게 살아가는 것이 멋진 삶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과 관심을 원했던 것 같다. 다만 그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일찌감치 포기하자고, 원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고 마치 나는 원래 쿨한 사람인양 스스로를 속였던 것 같다.


귀찮아서, 또는 별로 필요하지 않아서, 또는 두려워서 등의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자신은 사람들을 잘 믿지 못하고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라고 믿으며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고 자신과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를 ‘회피 애착’이라고 부른다.


사실 여기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어서 같은 회피 애착스러운 행동들을 보여도 알고보면 궁극적인 목적이나 원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욕구 자체가 적어서 외로움을 거의 느끼지 않는, 즉 정말로 쿨한 인간이어서 회피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인간관계에 힘쓸 경우 투자 대비 이득이 적어서 관계를 대체로 불필요하거나 귀찮게 볼 수 있겠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냉소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어서 타인에게 애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겠다.


그런 반면 뉴욕주립대 버팔로캠퍼스 심리학자 모리시오 카발로 교수 팀은 '가짜 독립성'을 연기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보았다. 실은 친밀한 관계에 대한 선망이 크지만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관계에 관심이 없는 척 애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진정한 회피애착이라기보다 실은 애정을 갈구하지만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심해서 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은 불안애착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연구자들은 만약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에 큰 관심이 없고 관계에서 별다른 유익을 얻지 못하는 편이라면(회피애착), 단순히 사랑을 찾아 나서지 않는 것에 더해 사랑을 받았을 때에도 별로 기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사랑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적다면 그 욕구가 채워졌을 때 느끼는 행복감 또한 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가 많이 고프지 않고 사실 꽤 채워져 있는 상태라면 음식을 먹었을 때 허기가 해소되는 진한 만족감이 없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그런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자들은 간단한 실험을 고안했다. 짝을 지어 함께 과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 사람들에게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 물어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사람은 자신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했고 적은 표를 받은 사람들은 선택권 없이 팀원들을 배정받도록 했다. 연구자들은 사전에 짜서 회피 애착인 사람과 회피 애착이 아닌 사람이 반반씩 인기인, 즉 팀원들로부터 가장 많이 함께 일하고 싶은 애정과 인정을 두루 받는 사람으로 선정되도록 했다. 인기인 또는 비인기인이 되었을 때 사람들의 기분 상태와 자존감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았다.


만약 사회적 욕구가 적다면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을 때에도 그닥 기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피 애착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사람들의 호감을 얻었을 때 더 크게 기뻐하고 자존감도 더 많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가짜로 성격 테스트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당신은 사람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것이고 연인 관계도 아주 좋을 것이라는 피드백을 주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계에 대한 내용 없이 당신은 직업적이나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이룰 것이라는 피드백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긍정적 정서와 자존감을 측정한 결과 이번에도 역시 회피 애착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많은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말에 더 크게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공할 거라는 피드백에서는 회피 애착과 아닌 사람들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회피 애착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을 뿐 실은 누구보다 큰 관계적 욕구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자신을 챙기는 것도 꼭 필요한 건강한 습관이다. 하지만 만약 나는 친밀한 관계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든가 사랑을 갈구하는 것은 약한 사람들이나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혹시 관계의 어려움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그간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포기해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문헌

Carvallo, M., & Gabriel, S. (2006). No man is an island: The need to belong and dismissing avoidant attachment styl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2, 697-709.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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