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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헬리콥터에 한국 스타트업 경험 녹아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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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탐사 헬리콥터에 한국 스타트업 경험 녹아들어갔죠"

2021.04.09 00:00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가 6일 서울 성동구 실험실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소형 헬리콥터 ′인지뉴이티′ 시험용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가 6일 서울 성동구 실험실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소형 헬리콥터 '인저뉴이티' 시험용 드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2016년 7월 호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 북부 사막에 작은 무인 헬리콥터 한 대가 떠올랐다.

날개 두 개와 육면체 몸체, 길게 뻗은 네 다리를 가진 이 드론은 이달 11일 화성에서 첫 시험비행을 앞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용 소형 헬기 ‘인저뉴이티’를 빼닮았다. NASA가 인저뉴이티를 활용하는 각국의 우주생물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한국 우주탐사로봇 개발 스타트업 ‘무인탐사연구소’에 의뢰해 제작한 시험용 드론이다. NASA는 "화성에 처음 가는 헬리콥터가 어떤 생물학 연구에 쓰일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며 제작을 요청했다.

 

이 지역은 화성처럼 사방이 붉은 모래와 바위로 가득해 오래 전부터 우주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의 시험장소로 각광받아 왔다. 사막 상공을 이리저리 누비던 드론은 낮은 모래 언덕을 넘는 순간 갑자기 불어닥친 강한 바람을 맞아 추락했다. 이때 경험은 ‘독창성’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인저뉴이티 제작 과정에 실제 활용됐다. 6일 서울 성동구 실험실에서 만난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는 “인저뉴이티 개발진은 그때까지 연구실의 감압 용기 안에서만 시험을 해오다보니 낮은 지대에서 높은 지대로 날아오를 때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며 "당시 실험 결과는 실제 인저뉴이티의 조종 소프트웨어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NASA는 2016년 화성과 비슷한 지형인 호주에서 화성 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와 무인탐사헬기 인저뉴이티 개발 프로젝트인 ‘마스2020’ 콘퍼런스를 열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당시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를 통해 한달내 시험용 드론을 만들어달라는 NASA측 요청을 받아 제작에 들어갔다.  NASA에서 직접 지구 시험용 드론을 만드는 대신 기업의 힘을 빌린 것이다. 무인탐사연구소는 곧바로 하나의 축에 위아래로 붙은 회전날개(로터) 두 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도는 방식인 동축 반전 무선 헬기의 부품과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한 본체를 이용해 시험에 사용할 드론을 제작했다.

 

무인탐사연구소가 개발한 드론이 2016년 호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 사막에서 비행을 준비하는 모습. 무인탐사연구소 제공

당시 제작한 시험용 드론은 날개 길이 35cm, 드론의 무게는 400g에 불과하다. 화성 하늘을 누빌 인저뉴이티가 날개 길이 1.2m, 무게 1.8kg인 것과 비교하면 크기는 3분의 1, 무게는 4분의 수준이다. 지구는 화성 대기보다 밀도가 100배 높아 상대적으로 날기 쉽고 작게 만드는 게 가능하다. 조 대표는 “지금 보면 더욱 고성능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든다”면서도 “당시 경험 덕분에 우주 사업에 뛰어들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달이나 화성 표면을 달리며 탐사활동을 벌이는 로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달의 부드러운 흙을 모방해 만든 인공 '월면토' 위를 달리는 시험을 거쳐가며 새로운 바퀴 형태를 연구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유타주 사막의 국제화성탐사모의기지(MDRS)에서 전 세계 로버 개발자들과 함께 식물을 재배할 만한 토양을 찾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달에서 우주기지나 거주시설을 짓는 건설용 로버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공월면토로 건설자재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엑스컨' 대표도 맡았다.

 

달과 화성의 표면에서 탐사와 건설 임무를 수행하는 기술은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와 함께 우주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유인 달 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하자 일본의 아이스페이스, 영국 스페이스비트 등 각국의 벤처기업들도 로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조 대표는 "한국이 지금 로버 개발에 뛰어들어도 늦은 건 아니지만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뒤쳐지는 건 확실하다”며 "한국의 달 탐사에 민간기업이 개발한 로버가 참여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남석 대표는 "기초 단계에 참여했던 인지뉴이티가 비행을 앞두고 있다니 설렌 기분을 감추기 어렵다"고 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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