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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상 미리 알면 치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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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백신 접종 후 혈전 증상 미리 알면 치료 가능해"

2021.04.08 15:59
헤파린 유도 혈소판감소증과 유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AP/ 연합뉴스 제공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이 혈전 생성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혈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과학자들은 항응고제인 헤파린이 일으키는 면역 부작용과 비슷하다는 가설을 제안해왔다. 혈전 증상은 조기에 확인하면 치료가 가능한 만큼 의사들에게 사전에 이 부작용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에머 쿡 EMA 청장은 7일 기자회견에서 “희귀 혈전에 대한 가장 유력한 원인 중 하나는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라며 “항응고제인 헤파린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상태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백신 접종 후 혈전이 드물게 일어나는 반응이 헤파린 부작용과 비슷하다는 가설을 제시해 왔다. 안드레아스 그레나흐 독일 그레이프스발트대 교수 연구팀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중 혈전이 발생하는 환자의 낮은 혈소판 수치, 출혈과 같은 특이한 증상이 혈액 항응고제인 헤파린의 드문 부작용 ‘헤파린 유도 혈소판 감소증(HIT)’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31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리서치스퀘어’에 발표했다. 연구는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헤파린은 혈소판4인자(PF4) 단백질과 결합해 복합체를 만든다. 헤파린을 복용하면 대부분은 혈소판이 줄어들며 혈액 응고반응이 줄어든다. 그러나 일부는 헤파린과 PF4 복합체에 대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혈액 응고 반응이 크게 일어난다. 이 부작용이 HIT다. HIT는 헤파린 복용자 중 3~5%에게 발생하는 증상으로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혈전을 만드는 혈소판은 줄어들지만 오히려 혈전이 다수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후 혈전증을 보인 환자 9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9명 중 4명은 사망했는데 사망자들의 혈청은 헤파린과 PF4 복합체 항체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파린을 복용한 적 없이도 HIT가 나타난 것이다. 이들의 혈액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투여하자 혈액이 응고되는 반응이 나타났다. PF4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동시에 투여할 때는 혈소판이 강력하게 활성화해 혈액을 응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럽의약품청(EMA) 본부. EPA/연합뉴스 제공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유럽의약품청(EMA) 본부. EPA/연합뉴스 제공

 

연구팀은 HIT와 혼동되지 않도록 ‘백신 유발 혈전 면역 혈소판 감소증(VIPIT)’라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의 발견은 혈전증 환자의 증상을 눈여겨본 한 교수에게서 시작됐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VIPIT 발견은 2월 27일 사빈 아이힝거 비엔나의대 교수가 백신 접종 후 혈액 응고가 일어난 환자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백신을 접종한 49세 여성 간호사가 지역 병원에서 메스꺼움을 호소하며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혈액 검사 결과 환자는 혈소판 수가 적었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동맥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환자는 다음날 사망했다.

 

아이힝거 교수는 낮은 혈소판 수와 혈전 조합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러한 조합이 나타나는 병이 HIT인 것을 떠올린 아이힝거 교수는 수십 년간 HIT를 연구한 그레나흐 교수에게 연락했다. 그레나흐 교수는 독일 백신 안전을 감독하는 파울 에를리히 연구소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후 혈전을 보인 환자 8명의 혈장을 추가로 받아 분석한 결과를 지난달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자회견에서 의사들에게 잠재적 합병증에 대해 미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는 국가의 의학단체도 경고 대열에 동참했다. 그레나흐 교수가 속한 독일 혈전증연구협회는 지난달 22일 ‘VIPIT 진단 및 치료를 위한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네덜란드 내과협회도 의사들에게 관련 증상과 권장 조치를 알렸다. 영국혈액학회는 회장 명의로 지난달 25일 혈전증 치료의 새로운 영역을 인식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호주 예방접종기술자문그룹은 HIT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지 말 것을 권했다.


연구팀은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VIPIT는 미리 인지하기만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VIPIT와 유사한 HIT는 혈소판 활성화를 막는 면역글로불린 항체로 치료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고 혈전은 비헤파린 용해제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레나흐 교수는 “의사가 조언을 받아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전증을 치료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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