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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생동물 보호에 앞장 선 환경운동 선구자 英 필립공, 99세로 눈 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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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야생동물 보호에 앞장 선 환경운동 선구자 英 필립공, 99세로 눈 감다

2021.04.11 09:33
The Royal Family 제공
세계야생동물기금(WWF)에 평생 헌신한 영국 필립공(오른쪽). The Royal Family 제공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든버러 공작)이 99세로 영원히 눈을 감자 세계 각지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필립공은 지난 2월 감염증 치료를 위해 런던 킹 에드워드 7세 병원에 입원했으며, 심장 이상 증세가 나타나 성 바르톨로뮤 병원으로 옮겨 심장 수술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16일 퇴원했지만, 결국 만 100세가 되는 6월을 두 달여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1947년 엘리자베스 2세와 결혼한 필립공은 ‘비운의 그리스 왕자’로 알려져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릴리벳’으로 불리던 공주 시절 영국 왕립해군대학 사관후보생이자 몰락한 그리스 왕족이었던 필립공에게 첫눈에 반했고, 가난하게 자랐지만 호방한 성격과 출중한 외모로 엘리자베스 2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필립공의 삶은 1952년 2월 6일 엘리자베스 2세가 여왕에 즉위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곁을 지키면서 ‘외조’에 힘써야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필립공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하며 트위터에 “여왕의 곁에서 관례에 따라 두 걸음 뒤에 섰던 필립공은 힘센 여인에게 힘이 되는 남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계에 보여줬다”고 썼다.  


필립공은 1984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선물을 받고 나서 현지 여성에게 “당신은 여자인가요?”라고 묻거나 1998년 파푸아뉴기니를 여행한 영국 학생에게 “그때 간신히 잡아먹히지 않았구나”라고 말하는 등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초창기 환경 운동을 활발하게 이끌었던 선구자이자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과 후원을 보낸 인물이기도 하다. 


필립공은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의 초대 회장을 맡아 자연보호 등 환경 운동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다. 필립공은 1961년 WWF를 설립했고, 1981~1996년 WWF 대표를 맡아 야생동물의 위기를 다룬 책을 여러 권 집필하는 등 전 세계에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데 앞장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0일(현지시간) “필립공은 밀렵, 삼림 벌채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주의를 기울이며 남극에서 물개와 사진을 찍고, 아프리카에서 코끼리에게 먹이를 줬으며, 중국에서 판다와 포즈를 취했다”고 전했다. 


필립 공은 “자연환경 보호와 단순한 동물 애호와는 차이가 있다”며 “인구 증가는 자연보호의 가장 큰 도전이고 결국 자발적인 산아 제한이 자연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필립공은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 지대했다. 그는 1970년대 영국 국립공학아카데미 설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BBC는 2016년 영국 에너지그룹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회장을 지낸 존 브라운 경과 필립공의 만남을 보도하며, 필립공이 국립공학아카데미 회원이자 선임연구원을 지냈고 “신이 발명하지 않은 모든 것은 공학이 발명했다”고 전했다. 


필립공은 인류의 생명을 구할 의학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1898년 세계 최초로 열대의학 연구기관으로 설립한 리버풀열대의학연구소(LSTM)는 필립공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홈페이지에 “그는 특히 말라리아의 퇴치에 관심이 컸고, LSTM에도 수 차례 방문했다”며 “1953년 LSTM의 후원자가 된 이후 1991년까지 38년간 기관을 후원했다”며 추모했다. 


필립공은 청소년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1956년 자신의 작위를 딴 ‘듀크 오브 에든버르 상’이라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의 모험심을 키우고 봉사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자기개발 및 탐험 활동으로 구성됐으며, 지금까지 전 세계 700만 명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필립공의 장례식은 17일 윈저성 성조지 예배당에서 거행되며, 국장이 아닌 왕실장으로 치러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유행 여파로 장례식에는 정부 지침에 따라 30명만 참석할 수 있다. 참석자 명단은 15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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