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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일본 과학 외교전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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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일본 과학 외교전의 승리

2021.04.20 06:00
김우현 데일리뉴스팀 기자
김우현 데일리뉴스팀 기자

일본 정부가 13일 오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공식 발표한 이후 국제사회의 반응은 온도차가 심했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결정에 대해 국제사회와 협의가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비판했지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일본을 지지한 두 우방은 성명에서 오염수 대신 일본 정부가 위험성을 희석하기 위해 줄곧 써왔던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일본의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노력을 칭찬했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 초까지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하고 국제사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만들라고 주장하고 해양 방류에 대한 안전성 기준을 의심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IAEA로부터 검토를 받고 있다는 말을 거듭하며 정보 공개와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응수했다. 심지어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13일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사전 통지를 했고 이는 두 정부가 서로 쌓아온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실시했다며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일방적이면서 주변국 국민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한국의 혈맹임을 자처해온 미국이 일본 측 방류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에 설 것을 직감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은 일본의 방류 결정 직후 여러 채널을 통해 일본에는 일방적인 지지를, 반세기 넘게 미국과 동반자라고 믿고 있던 한국의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실망감을 안겼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가 ‘미국이 저렇게 나올 줄 몰랐다’며 의아해한 걸 보면 어느 누구도 미국이 이런 태도를 보인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일본이 미국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밀착' 외교를 보면 외교전의 힘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 어렵지 않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본은 반중국 노선을 타며 미국과의 외교를 강화했다. 지난달 3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외교·국방장관 회담 후 공동 문서를 통해 중국의 해경법과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이 결성한 ‘쿼드’에서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이달 공개한 중국 견제를 위한 대책인 ‘전략적 경쟁법’은 쿼드를 중심으로 짜였고 한국은 빠져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10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이후 2년 넘게 오염수 문제를 다뤄왔지만 이 같은 일본의 외교적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한 건 의아하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쿼드 참여 문제가 대두됐지만 참여 여부를 떠나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결과가 이번에 나타난 것은 아닌지 아쉬울 따름이다. 일본 정부의 잘못된 행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의 입장과 예상되는 피해를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좀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일본을 설득하는 방법을 찾았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IAEA에서 한국 정부 입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아이보시 일본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고 향후 일본에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했지만 일본의 외교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은 결과적으로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정성을 과학적으로 따지기 위한 정보를 공개하기도 전에 미국의 지지를 받으며 방류를 확정했고 철회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IAEA와 미국은 국제적인 반발이 예상외로 크자 한 발짝 물러나는 모양새지만 일본이 주장하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한 번 확인하자는 수준이지 주변국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시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방아쇠는 당겨졌고 정부는 이제부터 근거 없는 괴담을 멀리하고 지금 단계에서 일본에 무엇을 요구할지 점검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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