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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공동 연구는 과학을 혁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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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의 보통과학자] 공동 연구는 과학을 혁신할까

2021.04.22 12:00
 

“소규모 연구팀과 대규모 연구팀 모두가 과학기술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현재 과학기술생태계는 대규모 연구팀이 독점해가고 있으며, 대규모연구팀에 속한 과학자에게만 특혜를 주는 여러 장치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는 과학기술정책이 좀 더 소규모의 연구그룹에 투자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소그룹에서 혁신적인 연구들이 더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2004년에서 2014년까지 발표된 논문의 감사의 글을 분석해보면, 국가의 최고 연구비를 받은 소그룹의 연구는 정말 드물다.

 

노벨상을 받은 논문의 파괴성 척도는 상위 2%에 놓이지만, 국가 최고 연구비를 받은 논문의 평균은 31%밖에 되지 않는다. 보수적인 연구심사과정, 틀에 짜인 것 같은 연구비계획서 작성법, 소그룹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연구비심사제도 등이 이런 경향을 가속화한 것이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과학에 투자하는 정부, 기업, 비영리재단들이 소그룹이 지식의 지평을 확장시키는 파괴적 혁신을 담당한다는 점에 눈을 떠야 하며, 대규모 연구그룹은 그렇게 확장된 지평을 빠르게 발전시킨다는 특성을 지녔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지, 《큰 팀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작은 팀은 파괴적으로 혁신시킨다》 중에서 


거대연구단은 정말 과학적 혁신을 이끄는가


2019년 네이처지에 《큰 팀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작은 팀은 파괴적으로 혁신시킨다 (Large teams develop and small teams disrupt science and technology) 》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된다. 미국 산타페 연구소, 노스웨스턴 대학 및 시카고 대학의 복잡계 연구자, 공학자, 사회학자가 발표한 이 논문은 1954년부터 2014년까지 60년 동안 발표된 과학논문 6천 5백만 편을 통해 과연 어떤 형태의 연구그룹이 과학의 혁신을 이끌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지난 글에서 수퍼스타 과학자의 장례식과 과학의 발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MIT의 피에르 아줄레이 교수는 링페이 우, 다션 왕, 제임스 에반스 등 세 명의 연구자가 발표한 이 기념비적인 논문에 대한 해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그룹 연구단으로 구성된 과학이 아름답다. 논문의 인용도를 측정하는 새로운 계량법을 통해 과학연구의 그룹 크기와 연구의 영향력 사이의 관계가 재조명되었다. 이 연구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거대연구단을 통한 과학연구에 의문을 던진다⁠.”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거대연구단의 흐름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세계에서 연구자들은 물론 과학기술정책을 주도하는 관료들의 두뇌를 휘어잡았다. 과학자들이 거대연구단을 만들기 시작한건 얼마되지 않았다. 아마도 물리학에서 유럽 입자 물리연구소(CERN)처럼 어쩔 수 없이 거대연구단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생물학의 인간 유전체 계획이 거대연구단의 시작을 알린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유전체계획 또한 불가피하게 거대연구단으로 기획되었을 뿐 지금처럼 과학자들이 알아서 거대연구단을 만드는 경우와는 맥락이 다르다. 

 

현대의 과학자들이 거대연구단을 만드는 대부분의 이유는 연구비 공황과 관련이 있다⁠5. 쉽게 말하자면, 현대의 과학자들은 거대연구단에 어떻게든 참여해야 그나마 적은 연구비라도 받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최근 한국의 과학자들 사이엔 ‘3책 5공’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한 명의 연구자가 받을 수 있는 연구 프로젝트 갯수의 상한선이 3개의 책임연구자, 5개의 공동연구자로 제한된다는 뜻이다. 한국의 젊은 과학세대는 어떻게든 과학계 기득권이 장악한 거대연구프로젝트에 끼어 들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공동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의 문제가 된 셈이다.

 

문제는 과연 이런 거대연구단 중심의 공동연구가 과학의 혁신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데 있다. 현대를 사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주제에 대해서는 대단히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하면서도 과학연구의 여러 관행들(예를 들어 과학연구비의 심사나 과학논문의 출판과정)이 ‘과학적’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현재의 과학생태계에서 생존한 과학자일수록 기존의 체제가 마치 대단한 과학적 근거라도 있는것처럼 정당화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500년이 넘은 논문출판체계,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연구비 심사체계, 심지어 과학적 사실 이외의 여러 권위가 정치적으로 논문 출판과 연구비 심사에 개입할 수 있는 현재의 불공정한 체제를 알면서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 공동연구라는 소위 ‘유행’하는 연구흐름도 마찬가지다. 


거대해질수록, 혁신과 멀어진다

 

 2019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은, 연구그룹 규모가 커질 수록 논문의 인용도는 올라가지만, 해당 논문의 파괴적 척도, 즉 혁신성은 떨어짐을 보여준다. 네이처 제공
2019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은, 연구그룹 규모가 커질 수록 논문의 인용도는 올라가지만, 해당 논문의 파괴적 척도, 즉 혁신성은 떨어짐을 보여준다. 네이처 제공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논문인용을 두고 고민해왔다. 과학자의 경력에서 논문출판의 숫자가 가장 중요하던 시기를 지나 언젠가부터 논문이 출판된 학술지의 영향력지수가 중요해지더니 이젠 논문의 인용지수를 가지고 경력이 평가되는 시대가 되었다. 노벨상이 해당 논문의 인용지수를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논문의 인용이란 과학자사회에선 명예를 넘어 과학적 발견이 확산되고 평가되는 가장 중요한 계량적 지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과연 인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과학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이전의 논문을 인용한다. 먼저 지적인 빚을 갚기 위해 이전 논문을 인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전의 논문을 비판하기 위해 인용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거대학술지업체들은 자사의 학술지 영향력지수를 올리기 위해, 자사 학술지 논문의 인용을 저자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논문의 심사위원이 자신의 논문을 인용하라고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또한 과학분야마다 논문의 인용에는 다양한 분과다양성이 존재한다. 

 

논문이 몇 회 인용되었는지를 세는 단순한 방법부터, 최근 구글학술검색이 제공하는 h-index(h-지표)까지 다양한 계량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h-지표는 논문 한 편이 아니라 저자의 전체논문을 계량하는 지표이고,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계량법이다. 논문의 인용이 해당 논문의 혁신을 보여주는 계량법을 찾기 위해 이 논문의 저자들은 특허분석에서 자주 사용하는 ‘파괴적 혁신’ 지표를 도입했다. 즉, A라는 논문이 인용한 논문들의 목록이 이후 A를 인용하는 논문들이 인용한 논문들의 목록과 얼마나 겹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논문이 인용한 논문목록과, A를 인용한 논문들에서 인용된 논문목록이 비슷할 수록 A라는 논문은 해당 분야에서 ‘통합적’ 성격의 논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반대로, A라는 논문이 인용한 논문목록과 A를 인용한 논문들에서 인용된 논문목록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면, A라는 논문은 분야 ‘파괴적’ 성격의 논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처럼 새로운 논문 인용도의 계량법을 들고, 이 논문의 저자들은 6천 5백만건의 논문의 인용도를 조사하는 과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그룹의 규모와 해당 논문의 통합적 혹은 파괴적 성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종설논문이나 헤드라인 논문처럼 인용이 자주되는 논문의 경우 파괴적 성격이 약했고, 노벨상을 수상한 논문의 파괴성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더 흥미로운 분석결과는 연구그룹의 규모와 파괴적 혁신성 사이의 반비례 관계에서 나왔다. 연구그룹이 커질수록 논문의 파괴성은 현저히 떨어지는데 이건 논문 뿐 아니라 특허 및 컴퓨터 코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그룹과 논문의 혁신적 파괴성 사이의 상관관계는 너무나 강해서, 논문의 영향력지수나 과학분야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는데, 심지어 자연과학 논문 뿐 아니라 사회과학 논문에서도 똑같은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3천800만명의 개별 과학자의 논문을 연구그룹 규모로 재분석해봐도, 똑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즉, 개별 과학자가 좀 더  소규모의 연구그룹으로 연구했을 때 발표한 논문이 훨씬 파괴적이다⁠. 파괴성 척도(the disruption index)가 발표된 이후, 다양한 연구자들이 실제로 이 파괴성 척도가 여러 분야에서 존재하는지 분석했고,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파괴성 척도가 재현되었다⁠. 즉, 큰 규모의 공동연구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는 논문을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 논문의 파괴성을 나타내는 정도를 시각화하는 방법. 마치 나무처럼 생긴 이 시각화로 한 논문이 한 분야에서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 초록색 가지가 많이 뻗어나오는 논문일 수록 파괴적이며 노벨상에 가까운 논문이고, 검은색 가지와 긴 뿌리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Wu, L., Wang, D., & Evans, J. A. (2019).
한 논문의 파괴성을 나타내는 정도를 시각화하는 방법. 마치 나무처럼 생긴 이 시각화로 한 논문이 한 분야에서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알아볼 수 있다. 초록색 가지가 많이 뻗어나오는 논문일 수록 파괴적이며 노벨상에 가까운 논문이고, 검은색 가지와 긴 뿌리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네이처 제공(Wu, L., Wang, D., & Evans, J. A. (2019))

 

억지로 공동연구를 강요하는 과학기술정책은 과학적인가


한국의 과학기술관료들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정책을 금과옥조처럼 신봉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과학연구체제는 점점더 큰 규모의 거대연구단에 의해 추진되는 경향이 강하다. 공동연구 자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과학연구 흐름을 따라해야 한다는 강박에 거대연구단을 꾸려 혁신적인 과학연구를 하게 만드는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네이처의 논문은 거대연구단이 과학에 공헌할 수 있는 종류의 일과 소규모의 연구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의 종류가 다르다고 말한다. 가장 큰 차이는 소그룹에서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며, 거대연구단에서는 그렇게 일어난 혁신이 양적으로 확산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항상 공동연구가 좋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공동연구가 필요없는 것도 아니다. 

 

소규모 연구그룹과 거대연구단은 과학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 하는 일이 다르다.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 연구가 주를 이루고, 그런 과학자들이 연구비를 독차지하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과학의 각 분야에서 파괴적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독창적인 분야가 탄생한 국가에서 거대연구단을 통해 해당 분야를 선점해나가는 정책은 이해할 만한 전략이다⁠. 하지만 그건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 가능한 전략이지 한국처럼 규모의 경제에서 미중을 이길 수 없는 국가의 과학정책은 아닐 것이다. 한국 연구재단은 언젠가부터 각종 공동연구과제를 만들며, 과학자들이 억지로 거대연구단을 만들어 연구하면 미국처럼 혁신적인 연구성과를 낼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정책을 밀어부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이 과연 과학적인 근거에 기대고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과학기술정책을 기획하고 연구개발비를 집행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연구재단(NRF) 등은 네이처에 실린 논문처럼, 좀 더 데이터에 근거한 과학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과학을 다루는 한국 과학기술정책기관들의 보고서를 보면 아직도 외국사례를 근거로 한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과학기술을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과학을 다루는 정책은 과학보다 아니 적어도 과학만큼 과학적이어야 한다. ‘과학을 위한 과학 (Science of Science·SOS)’가 필요한 이유다.

 

※관련기사
-Wu, L., Wang, D., & Evans, J. A. (2019). Large teams develop and small teams disrupt science and technology. Nature, 566(7744), 378-382.
-Azoulay, P. (2019). Small-team science is beautiful. Nature, 566(7744), 330-332.
-Kevles, D. J. (1997). Big science and big politics in the United States: Reflections on the death of the SSC and the life of the Human Genome Project. Historical studies in the physical and biological sciences, 27(2), 269-297.
- ‘연구비 공황’에 대해서는 동아사이언스[김우재의 보통과학자]  ‘연구비 공황과 보통과학자의 위기’ 참고
-연구그룹의 규모가 큰 경우 해당 논문의 유명세는 더욱 크지만, 인용의 지속도는 더 빠르게 떨어지는 효과도 보인다. “Wu, L., Wang, D., & Evans, J. A. (2019). Large teams develop and small teams disrupt science and technology. Nature, 566(7744), 378-382.”의 Fig 4 참고.
- Lyu, D., Gong, K., Ruan, X., Cheng, Y., & Li, J. (2021). Does research collaboration influence the “disruption” of articles? Evidence from neurosciences. Scientometrics, 126(1), 287-303.
-미국처럼 중국의 과학분야 연구그룹도 빠르게 거대화되고 있다. Liu, L., Yu, J., Huang, J., Xia, F., & Jia, T. (2021). The dominance of big teams in China’s scientific output. Quantitative Science Studies, 2(1), 350-362.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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