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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친구도 ‘양’보다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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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친구도 ‘양’보다 ‘질’

2021.04.24 06:00
픽사베이 제공
행복한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위대한 성취 같은 것들 보다도 ‘양질의 인간관계’였다. 픽사베이 제공

점점 사는 게 바빠지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다 달라서 얼굴 한 번 보는 것도 녹록치 않음을 느낀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이따금씩이라도 안부를 물어오고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다. 일에 치여 사는 입장에서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작은 안부에도 크게 감동하게 된다. 무엇보다 정작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계속 곁에서 좋은 친구로 남아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해가 갈수록 이런 고마움과 미안함이 늘어가서 몇 해 전부터는 친구들에게 잘 하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득문득 생각나는 고마운 친구에게 별 일 없이 선물을 보낸다든가 일년에 한 두번이라도 한국에 들어가면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을 정해두고 열심히 찾아다니는 정도의 작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바쁜 삶과 이미 머리 아픈 관계들, 각자의 가정, 늘어가는 책임, 풀리지 않는 피로, 귀찮음, 물리적 비용, 자주 마주칠 기회가 없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 친구들이 많아도 다 소용없다는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 등 관계가 끊어질 만한 수많은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친구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관계도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고마운 이들에게 내가 더 잘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사실 투자했을 때 가장 아깝지 않은 무엇을 고르라고 하면 그 중 하나가 인간관계다. 수십년에 걸친 행복에 관한 연구 끝에 밝혀진 행복한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능력이나 위대한 성취 같은 것들 보다도 ‘양질의 인간관계’였다. 이렇게 행복을 좌우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보니 인간관계는 잘 안 될 경우 우리 삶을 불행의 늪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하고나 친구가 되려고 하기보다 ‘좋은’ 친구를 발견하고 싶어하고 좋은 관계들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결국 굳이 선택하자면 행복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의 ‘양’보다 ‘질’이다.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누구 한 명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든지 불행할 수 있다. 따라서 나의 경우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 인지적 용량을 가지고 깊은 관심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꽤 제한적이어서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몇몇’ 친구들에게 집중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곁에 남아있는 친구들의 수가 줄어들기도 해서 사실 많은 이들에게 신경쓰고 싶어도 점점 그러지 않게 된다. 


이런 사실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많이들 알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마카오대 카오 시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친구가 많은 사람’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장기적인 친구 후보’라는 항목에 있어서는 도리어 친구가 적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 더 인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명씩 돌아가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상황에서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한 것 뿐 아니라 친구 수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도 상대를 오래 사귈만한 친구로 여기는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만인의 연인인 사람은 신경 써야 할 관계가 많은 만큼 나와 특별히 깊고 돈독한 양질의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낮다. 특별한 관계를 만드는 데에는 아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친구가 아주 많은 사람에게는, 물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은 높게 치겠지만 서로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흔히 친구가 많은 사람, 소위 ‘인싸(인사이더)’가 인기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며 내가 좋은 친구일지 아닐지 판단할 때에도 친구가 많은 사람으로 보여야 나를 좋아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니까 외향성이나 사회성 같은 특성들과 양질의 인간관계, 진정한 친구의 유무는 생각보다 크게 상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향적이고 주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도 얼마든지 외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친구 한 명 한 명과의 관계는 내가 평소에 얼마나 인기가 많은지와 상관 없이 그 사람에게 내가 얼마나 마음을 쏟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겠다. 관계는 곧 노력인 것이다. 


물론 노력이 지나쳐서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또 자신은 걸맞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억울해 하는 상황은 좋지 않다. 삶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곁에 남아주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또 서로의 행복을 위하는 마음으로 그 사람이 내게 있어 그러하듯 나 또한 상대에게 있어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는 마음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관련자료

Si, K., Dai, X., & Wyer, R. S., Jr. (2021). The friend number paradox.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20, 84–98.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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