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미래 과학도와 지역 인재에 도전과 희망 심어주는 작은 힘 됐으면"

통합검색

"미래 과학도와 지역 인재에 도전과 희망 심어주는 작은 힘 됐으면"

2021.04.30 06:00
21일 과학기술 1등급 훈장인 창조장을 받은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석학교수는 ″연구자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21일 과학기술 1등급 훈장인 창조장을 받은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석학교수는 "연구자는 자신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따라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지방에서는 연구하기 어렵다며 고향을 등지거나 오지 않으려는 젊은 연구자들이 많습니다. 저의 수상이 지방에서 자리를 잡고 연구를 하는 연구자와 미래 과학도들에게 도전의식과 희망을 심어주는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광호 부산대 재료공학부 석학교수는 이달 21일 제54회 '과학의 날'을 맞아 과학기술 부문 1등급 훈장인 창조장을 받았다. 정부가 해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 성과와 업적을 낸 유공자들에게 주는 훈포장 가운데 1등급 훈장을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51명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 상위권 대학과 연구소가 몰린 수도권과 대전 지역 연구자들이고 그밖의 지역에서 창조장을 받은 사람은 2005년 조무제 전 경상대 총장이 유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첨단소재 분야에서 40년 이상 한우물을 파고 연구한 공로를 인정해서 창조장을 수여한다"고 시상 이유를 밝혔다. 김 교수는 시상식이 끝난 뒤 이틀 뒤인 지난 2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효원산학협동관에서 기자와 만나 "지역의 연구 환경을 조금만 개선해도 남을수 있는데도 학생들이 서울로 떠나는 일이 많다"며 "이제는 정말 과학도들이 지역에서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사회가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실 부산에 연고가 전혀 없는 서울 토박이다.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재료공학과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부산대 교수로 부임해 36년간 부산에서만 줄곧 일했다. 김 교수가 교수로 부임할 때만 해도 부산을 비롯한 지역은 지금보다도 훨씬 과학기술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연구다운 연구도 별로 없었고 그나마 서울의 대학들과 당시 홍릉에 있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나이는 젊었고 남들이 잘 안가는 곳이라 일찍 자리를 잡고 연구를 시작할 절호의 기회라고 봤다고 했다.

 

김 교수는 처음엔 당시 소재 연구에서 유망하다고 꼽히던 반도체 박막 분야에 눈길이 갔다. 하지만 첨단 장비를 구할 수 없어 친척뻘 학문인 세라믹 박막 분야로 방향을 틀었다. 김 교수는 “연구에 필요한 증착 장비를 학생들과 처음부터 직접 하나하나 만들어 연구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별다른 큰 성과는 없었지만 차근차근 연구를 쌓아온 그는 2001년 국가지정연구실(NRL), 2006년 국가핵심연구센터(NCRC) 등 대형과제를 잇따라 따내며 부산을 기초과학 연구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정부가 미래소재 분야에서 세계적 주도권을 갖겠다며 추진하는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까지 유치했다. 국내 대학에서 세 사업을 모두 따낸 연구자는 김 교수가 유일하다.

 

김광호 부산대 교수.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김광호 부산대 교수는 "훈장은 개인의 영예가 아니라 지금을 있게 한 부산대와 지역의 영예"라며 공을 주변에 돌렸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여러 연구 성과가 인정을 받으면서 러브콜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역에 있어도 세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면서 유혹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여러 유혹이 많았으나 지역을 떠나지 않고 연구를 이어나간 것이 오늘날 꾸준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 인근의 동남권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인들과의 교류도 많은 도움이 됐다. 김 교수는 “실리적인 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가까운 곳에서 뿌리 산업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점을 찾아나는 기회를 얻는 것은 값닌 경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금도 기업과 교류와 기술 이전을 주요한 활동으로 삼고 있다.

 

김 교수는 이달 21일 열린 수상식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는 가장 정직한 투자”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면 젊은 사람들에게 그 혜택이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 과학기술에 투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지역에 더 활력과 창발성을 불어넣을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부산대는 2018년 김 교수를 석학교수로 추대했다. 올해 64세인 김 교수는 70세까지 연구를 더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언젠가 연구자로서의 의무를 모두 마치면 과학기술의 의미와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후학과 지역 사회에 전달해주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지금도 연구를 하다보면 언제나 새로운 발견을 한다"며 "소재는 항상 새로운 것이 나와 지겨울 틈이 없다”며 웃었다.

 

김광호 교수가 인터뷰 중 전날 측정했다는 소재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은 연구라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김광호 교수가 인터뷰 중 전날 측정했다는 소재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은 연구라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부산=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2 + 1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