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공중 풍력발전 시대 온다

통합검색

공중 풍력발전 시대 온다

2021.05.10 08:44
풍력발전 기술의 진화
한국전기연구원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팀이 창원 마산만 인공섬에서 연을 날려 풍력발전을 시연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한국전기연구원 공중 풍력발전 연구개발팀이 창원 마산만 인공섬에서 연을 날려 풍력발전을 시연하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제공

지난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앞바다에 조성된 '마산해양신도시' 상공에 붉은색 패러글라이더 형태의 연이 두둥실 떠올랐다. 연은 바닷바람을 타고 지상 100m까지 떠오르더니 '8자' 모양으로 빙글빙글 돌며 실을 잡아당겼다. 실끝에 연결된 얼레가 감겼다 풀렸다를 반복하자 얼레에 연결된 발전기가 돌아가며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이론으로만 제시되던 ‘공중 풍력발전’ 기술이 첫 시연에 성공한 순간이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이날 한국전력공사, 창원시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5킬로와트(KW)급 공중 풍력발전기 시제품을 공개했다. 이주훈 전기연 에너지시스템 제어기술팀장은 “바람은 땅에서 가까운 곳보다 높은 고도에서 더 강하고 고르게 분다"며 "공중 풍력발전은 이런 바람의 특성을 이용해 소규모부터 대규모 발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타워형 풍력발전 지고 공중 풍력 시대 온다

 

공중 풍력발전은 고도가 높을수록 바람이 세지는 자연 현상을 적극 활용한 친환경 전력 생산 방식이다. 바람은 고도 80m에서 보통 초속 4.3m로 불지만 고도가 400m로 올라가면 초속 5.3m로 빨라진다. 규칙적으로 부는 바람의 풍속이 올라가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는 201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지구 전역에서 고고도 풍력발전을 활용하면 이론적으로 1800테라와트(TW, 1TW는 1조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90배에 이르는 수치다. 

 

공중 풍력발전은 거대한 기둥에 거대한 날개를 붙여 돌리는 현재의 지상풍력과 해상풍력 발전의 한계를 극복하는 노력에서 탄생했다. 지상과 해상 풍력발전은 설치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전력 생산량이 잠재 생산량 400TW의 0.2%인 743기가와트(GW, 1GW는 10억 W)에 머물고 있다. 사람이 적게 살고 바람이 강한 지역에 설치되는데다 해상풍력의 경우 수심이 깊은 곳에 설치하다보니 비용이 늘고 있다. 

 

반면 공중 풍력발전은 설치 지역에 제한이 적다. 바람이 잘 불지 않는 지역이라도 고도가 올라가면 바람이 고르게 불어 설치에 제약이 없는 것이다. 연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고도를 조절하면 바람 상황에 따라 전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 팀장은 “바람이 평상시보다 강하게 불면 운영 고도를 낮추고 연의 크기를 바꿔 날리면 된다”고 말했다. 전기연은 마을버스 옆 넓이만한 19㎡ 크기로 연을 만들어 고도 500~1000m를 오르내리며 20kW의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유럽은 공중 풍력발전 기술에 가장 앞서 있다. 유럽 각국은 타워형 발전기의 교체 주기가 다가오자 이를 공중 풍력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 ‘앰픽스 파워’는 네덜란드 정부와 유럽연합(EU) 자금 지원을 받아 연 대신 글라이더를 날려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길이 12m의 글라이더를 띄워 1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북해 해상풍력단지의 수명이 다한 타워식 풍력발전기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여기에 이착륙장을 설치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물레방아형·날개 없는 풍력 발전기도 속속

 

영국 ′알파311′은 가로등이나 전봇대에 설치하는 물레방아 형식의 풍력발전기를 선보였다. 알파311 제공
영국 '알파311'은 가로등이나 전봇대에 설치하는 물레방아 형식의 풍력발전기를 선보였다. 알파311 제공

공중 풍력 발전과 함께 기존 풍력발전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알파311’은 가로등이나 전봇대에 설치하는 물레방아 형태의 풍력발전기를 개발했다. 길이 68cm인 이 풍력발전기 10개를 가로등에 설치하면 영국의 가정집 23곳이 1년 내내 쓸 수 있을 충분한 양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알파311은 올초 런던의 공연시설 O2 아레나와 미국 재생 아스팔트 제조업체와 판매 계약을 맺었다.

 

스페인 스타트업 ‘보텍스 블레이드리스’는 아예 날개가 없는 막대형 풍력발전기를 3월 선보였다. 2.75m의 막대가 바람을 맞으면 진동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는 원리다. 기존 풍력발전기보다 효율은 떨어져도 촘촘히 설치 가능하고 소음도 없다. 보텍스 블레이드니스는 “날개가 새를 해치는 일도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스페인 ′보텍스 블레이드리스′의 막대형 풍력발전기. 바람에 진동하는 힘을 이용해 발전한다.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제공
스페인 '보텍스 블레이드리스'의 막대형 풍력발전기. 바람에 진동하는 힘을 이용해 발전한다. 보텍스 블레이드리스 제공

하지만 새 기술들이 도입되려면 경제성을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글라이더 프로펠러로 전기를 생산하고 지상에 보내는 공중풍력 업체 ‘마카니 파워’는 2013년 구글에 인수돼 화제가 됐으나 지난해 9월 사업을 접었다. 폐업과 함께 무료로 특허와 기술을 공개한 마카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은 최적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워 기존 터빈의 10분의 1밖에 에너지를 생산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존 풍력발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아코보스 차나키스 영국 옥스퍼드브룩스대 교수팀은 지난달 대규모 풍력단지에서 소형 수직 터빈이 수평 프로펠러 풍력터빈보다 성능을 15% 늘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수평 프로펠러가 뒷줄의 바람을 절반으로 줄이는 반면 수직 날개는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새로운 기술은 기존 풍력터빈 기술처럼 대규모 단지에 적용될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며 “우선 기존 기술을 적용하기 어려운 지역을 공략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3 + 2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