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과학을 위한 과학, SOS

통합검색

[김우재의 보통과학자] 과학을 위한 과학, SOS

2021.05.06 12:00

“과학을 위한 과학(Science of Science·SOS)은 과학 연구와 연구 생산성을 이해하고, 계량화하고,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학문분야다. 이 분야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과학의 전 분야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 따라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학을 위한 과학의 발전은 대학이 신임교수를 선발하는 문제에서부터 정부가 우선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연구분야를 결정하는 정책 등에 이르며 SOS는 현재의 질적 연구가 직면한 도전적 과제들을 위해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과학을 위한 과학: 복잡계 시스템으로부터의 전망》중에서


과학을 다루려면 더욱 과학적이어야 한다

 

전세계 과학생태계가 급변하기 시작한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박사학위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연구중심대학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폭증하면서, 현대의 과학자들은 불과 30년 전의 과학자들은 경력초기에 경험조차 하지 못했던 무한경쟁과 성과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과학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는 증거들은 곳곳에서 등장했지만, 과학자 사회는 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현대의 과학생태계가 정부의 연구비에 완벽하게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장의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권력과 과학기술관료들을 설득한 정밀한 통계자료와 분석이 부족하다는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주먹구구식 과학기술정책으로 과학생태계를 더더욱 악화시켜왔다. 과학은 과학적이지 못한 정책 때문에 신음중이다.

 

과학생태계의 변화를 좀 더 과학적으로 추적하려는 과학계의 노력은 약 10여년 전부터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의 학문 분야를 ‘과학을 위한 과학 (Science of Science·SOS)’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이미 살펴본 '공동 연구는 과학을 혁신할까(동아사이언스, 2021.4.22)'의 내용처럼, 현대의 과학연구는 점점 더 큰 규모의 공동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생태계를 진화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파괴적인 혁신을 나타내는 지표는 줄어들고, 이미 확립된 연구를 확장하는 지표는 증가하고 있다. 즉, 지나치게 큰 규모의 공동연구단이 과학연구의 패러다임을 지배하게 되면서 노벨상을 수상했거나 새로운 분야를 창조해냈던 혁신적인 연구들은 외면되고, 안정적으로 연구비를 제공받을 수 있는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게 된 셈이다. 2018년 링페이 우 등의 학제간 연구팀이 네이처를 통해 보고한 이 연구는 이미 2007년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복잡계 연구를 수행하던 일련의 학자들을 통해 《지식생산에서 공동연구의 독점이 증가중이다》라는 논문으로 그 전조가 보고되었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약 60년간 출판된 약 2억 편의 논문과, 2백만건의 특허 분석을 통해 인문학 분야를 제외한 과학기술과 사회과학 전분야에서 공동저자로 발표되는 논문의 수가 압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밝혔다.

 

만약 이런 과학생태계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과학기술정책에 반영되었다면, 과학계는 소규모 연구와 대규모 연구를 균형적으로 조율하는, 좀 더 과학적인 정책을 통해 더 나은 과학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과학은 좀 더 과학적인 근거들에 의해 지원받아야 한다.

인문학을 제외하고 모든 분야의 논문과 특허에서 공동저자수가 많은 연구가 독점하고 있다.
인문학을 제외하고 모든 분야의 논문과 특허에서 공동저자수가 많은 연구가 독점하고 있다. Stefan Wuchty, The increasing dominance of teams in production of knowledge(2007)/사이언스 제공

과학을 위한 과학의 탄생과 진화

 

역설적이지만, 과학을 위한 과학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국가와 대학 등이 과학기술생태계와 연구개발정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해온 여러 지표들이 놓여 있다. 과학이 상업화되고 거대해지면서, 과학인용지수 SCI처럼 학술지를 평가하는 지표가 탄생한 것은 물론 웹오브사이언스(Web of Science) 등의 학술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누적된 수많은 데이터셋들은 기존에 다른 분야의 데이터를 분석하던 복잡계 연구자, 데이터 과학자, 사회과학자, 경제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컴퓨터 엔지니어 등을 불러들였고, 여기에 구글학술검색(Google scholar)등이 제공하는 h-지표처럼 개별 과학자의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셋이 합쳐지면서, 과학을 위한 과학 SOS 분야는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SOS가 다루는 분야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과학논문, 연구자, 학술지, 대학 등의 영향력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공동연구와 논문인용 패턴의 변화를 모델링하고, 혁신적인 연구개발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서로 다른 과학분야를 정밀하게 분류하고, 향후 과학의 진화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연구들이 누적되면 과학자를 고용하고 그의 연구 영향력을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고, 이를 연구비 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즉, 현재 과학생태계가 과학적이지도 않으면서 획일화된 논문수와 SCI 등의 지표로 모든 과학분야와 연구자를 불공정하게 평가하는 관행이 SOS 연구를 통해 좀 더 나은 평가로 전환될 수 있다. 또한 폐쇄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연구비 평가 역시 빅데이터를 이용한 SOS 연구를 통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과학을 위한 과학은 복잡계 과학의 진보에 크게 빚지고 있을 뿐 아니라 고품질의 현실적인 데이터셋을 통한 분석방법론의 개발을 통해 역으로 복잡계 과학의 발전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SOS 분야에서 개발된 방법론이 온라인 정보의 필터링 및 유행 예측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논문과 과학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것은 복잡계 네트워크에서 임계노드를 규명하는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된다. 빅데이터로 어떤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느냐는, 해당 분야에 얼마나 고품질의 데이터셋이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과학기술생태계엔 그런 데이터가 다른 그 어떤 분야보다 풍부하게 존재한다. 문제는 이런 데이터들을 통해 한 국가의 과학기술생태계를 좀 더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런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할 과학적 정치권력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과학생태계는 아이디어, 연구자들, 논문의 네트워크가 확장하고 진화하는 것으로 가정해볼 수 있다. 즉, 과학생태계 자체를 과학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SOS는 각 분야의 과학생태계를 지배하는 법칙을 찾는 것을 목표로하는 새로운 학문분과다. Santo Fortunato,상
과학생태계는 아이디어, 연구자들, 논문의 네트워크가 확장하고 진화하는 것으로 가정해볼 수 있다. 즉, 과학생태계 자체를 과학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SOS는 각 분야의 과학생태계를 지배하는 법칙을 찾는 것을 목표로하는 새로운 학문분과다. Santo Fortunato, Science of science(2018)/사이언스 제공

한국 과학사회학과 과학기술정책의 진화가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과학생태계를 분석하고 연구해온 대표적인 두 분야는 과학사회학과 과학기술정책학이다. 과학사회학은 근대과학의 탄생 이후 과학자사회가 지식을 생산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된 분야인데, 흔히 과학지식사회학(Sociology of Scientific Knowledge, SSK) 혹은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 등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과학사회학이라는 분야가 과거 과학지식의 생산에 부정적인 일군의 인문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고,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그들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1990년대 소칼의 ‘지적 사기’ 스캔들로 야기된 ‘과학전쟁’에서 과학자, 과학철학자들은 스트롱프로그램 등의 사회구성주의를 주장하는 과학사회학자들과 전면전을 벌였는데, 그 갈등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전혀 봉합되지 않았다. 당시 한국에서도 서구사회의 과학전쟁을 수입한 작은 논쟁이 있었는데, 현재 서울대 총장인 물리학자 오세정과 한국 과학사회학계의 원로 사회학자 김환석이 교수신문에서 벌인 논쟁이 그것이다.

 

그리고 한국 과학사회학의 주류는 여전히 김환석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구성주의 사조로  이들은 황우석 사태를 기점으로 과학계에 대한 윤리적 성토를 한국 과학사회학의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과학사회학과 함께 한국 과학기술생태계를 분석하고 이를 정책으로 기획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학관료들은 대부분 과학기술정책학이라는 학문분야를 전공으로 삼는다[ 과학기술정책학을 전공한 이가 과학관료이면 그나마 다행이고, 대부분의 과학기술정책기관은 경제학과 행정학 전공자가 수장을 맡거나 기술고시 또는 행정고시 출신이 수장인 경우가 태반이다. 과학기술정책을 담당하는 국내의 기관 및 부처는 컨트롤타워 없이 산재되어 있는데, 먼저 청와대의 과학기술보좌관은 대통령과 국회 및 정부조직의 효과적인 조율을 수행하는 직책이지만, 비서관도 아닌 보좌관이라는 한계로 인해 그다지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가장 거대한 조직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인데, 이 부처는 한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집행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띄고 있지만, 업무분야가 이질적인 정보통신부와 동거하게 되면서 업무의 효율성이 지극히 떨어지는데다 대부분의 고위관료가 과학기술계 현장이 아니라 기술고시 출신이거나 행정고시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책에 있어 언제나 현장 과학기술계와 큰 괴리를 보인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전략과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STEPI는 심지어 국무총리실 소속인데다, 원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과 같은 기관이었음에도, 그다지 상이하지 않은 임무 차이로 분산되어 업무효율이 떨어진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프라의 체계적인 구축을 목표로 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KISTI는 사실상 현장 과학기술자들에게는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기관이다. 

 

유행을 좋아하는 한국에선 이미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이고, 일각에선 데이터청을 설립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근간이자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학기술정책을 관장하는 그 어떤 기관에서도 과학기술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수행한 과학적인 분석을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은 여전히 국가과학기술통계 등의 주먹구구식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기획되고 있으며, 그런 자료들마저 현장 과학기술자들의 의견과는 상관 없이, 정치인과 관료의 사적 이익에 맞추어 관리된다. 한국의 과학사회학은 윤리학적 조언의 임무에 탐닉하면서 그 어떤 과학적인 분석과 근거를 과학계에 제안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의 과학기술정책기관들은 행정학과 경제학 등을 전공한 현장과 괴리된 관료들에 의해 비과학적인 정책자료들로 수조원의 국민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한국의 과학사회학과 과학기술정책은 이제 좀 더 과학적인 학문과 정책으로 진화해야 한다. 과학기술정책분야에 가장 먼저 데이터 과학자들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분석을 도입해야 하며, 이를 통해 수조원의 연구개발비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한국의 과학사회학과 과학기술정책은 얼마나 과학적인가. 우리가 반드시 물어야 하는 질문이다. 

 

※관련자료

-Zeng, A., Shen, Z., Zhou, J., Wu, J., Fan, Y., Wang, Y., & Stanley, H. E. (2017). The science of science: From the perspective of complex systems. Physics Reports, 714, 1-73.

-Stefan Wuchty, Benjamin F Jones, and Brian Uzzi. 2007. The increasing dominance of teams in production of knowledge. Science, Vol. 316, 5827 (2007), 1036--103

-Santo Fortunato, Carl T Bergstrom, Katy Börner, James A Evans, Dirk Helbing, Stavs a Milojevi?, Alexander M Petersen, Filippo Radicchi, Roberta Sinatra, Brian Uzzi, et al. 2018. Science of science. Science, Vol. 359, 6379 (2018), eaao0185.

- 과학을 위한 과학 Science of Science, SOS를 다룬 종설논문은 상당히 많다. 다음 논문들은 SOS에 입문하려는 연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주요 논문들이다.

Lane, J. (2010). Let’s make science metrics more scientific. Nature, 464(7288), 488–489. https://doi.org/10.1038/464488a

Zeng, A., Shen, Z., Zhou, J., Wu, J., Fan, Y., Wang, Y., & Stanley, H. E. (2017). The science of science: From the perspective of complex systems. Physics Reports, 714, 1-73.

Santo Fortunato, Carl T Bergstrom, Katy Börner, James A Evans, Dirk Helbing, Stavs a Milojevi?, Alexander M Petersen, Filippo Radicchi, Roberta Sinatra, Brian Uzzi, et al. 2018. Science of science. Science, Vol. 359, 6379 (2018), eaao0185.

Pierre Azoulay, Joshua Graff-Zivin, Brian Uzzi, Dashun Wang, Heidi Williams, James A Evans, Ginger Zhe Jin, Susan Feng Lu, Benjamin F Jones, Katy Börner, et al. 2018. Toward a more scientific science. Science , Vol. 361, 6408 (2018), 1194--1197.

-https://steinerinstitute.tistory.com/entry/%EA%B5%AD%EB%82%B4%EC%99%B8-%EA%B3%BC%ED%95%99-%EC%A0%84%EC%9F%81Science-Wars%EC%97%90-%EB%8C%80%ED%95%9C-%ED%95%B4%EB%B6%80-%ED%99%8D%EC%84%B1%EC%9A%B1

-손화철. (2003). 사회구성주의와 기술의 민주화에 대한 비판적 고찰. 철학, 76(), 263-288.

 

※필자소개 

김우재 어린 시절부터 꿀벌, 개미 등에 관심이 많았다. 생물학과에 진학했지만 간절히 원하던 동물행동학자의 길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고 바이러스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에서 초파리의 행동유전학을 연구했다. 초파리 수컷의 교미시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모두가 무시하는 이 기초연구가 인간의 시간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다닌다. 과학자가 되는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 타운랩을 준비 중이다. 최근 초파리 유전학자가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책 《플라이룸》을 썼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7 + 4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