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기고]국제학회는 왜 과학자의 가족동반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통합검색

[기고]국제학회는 왜 과학자의 가족동반 프로그램을 운영할까

2021.05.07 17:16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정부의 마지막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된 임혜숙 후보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후보자는 여성이 드문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연구자로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큰 전문 학회의 회장까지 역임하는 등 과학기술계, 특히 여성 진출이 부진한 공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한 전문가로 전문성을 의심하는 논란은 없는 듯하다. 대신 큰 쟁점 중의 하나는 해외학회 참석에 자녀를 동반해 국가에서 지원받은 연구비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학회참가 경비는 본인이 연구자로서, 학회 대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원된 것이고 국고 낭비 여부는 본인이 그 역할을 충실히 했는가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다. 과기정통부에서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각 학회에서 임 후보자는 논문 발표, 학회대표, 조직위원 등으로 연구비를 사용한 역할은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한 자녀들의 여행경비는 자부담으로 했으나 임후보자가 사용하는 호텔방에서 같이 잔 것이 혜택이라 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국고는 임 후보자가 사용했고 가족들이 가든, 안 가든 지출되었을 비용이므로 국고의 낭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족이 혜택을 본 면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논란은 50년 전 추억을 생생하게 불러왔다. 1972년 필드 메달을 수여하는 세계수학자대회에 참석한 저명한 수학자 허만 배스는 수학자가 되어서 좋은 이유로 세계의 아름다운 곳을 공짜로 여행하면서 수학자들을 만나 교류하고 수학발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젊은 대학원생들을 수학으로 유혹했던 기억이 새롭다.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의 모습.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김우현 기자
2018 브라질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수학자들을 위한 추모의 방, 개막식 등을 통해 참석자들이 교류하고 있다. 수학동아DB

미국수학회 학술대회,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년차대회를 비롯하여 많은 국제학술대회는 가족의 참여를 권장하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학술대회 전·후에 근처를 여행하는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은 더 많은 사람이 와서 묵고, 지역을 구경하니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어 좋고 학회는 학자들의 학문 활동을 가족이 이해하는 장으로 활용해서 참석자를 늘일 수 있으니 좋아한다. 특히 과학기술 관련 학회는 참여한 가족들을 위해서 가족 과학축제를 운영하거나 청소년과 과학자를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자녀들을 자연스럽게 과학기술분야로 유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집중을 요구하는 과학기술분야의 특성상 과학자들은 장시간의 연구수행, 연구계획서 및 보고서, 논문작성을 위해서 정신없는 삶을 이어간다.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과학기술인들은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자신들을 이해하고 지지해준 가족에게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전하는 것을 듣게 된다. 평소 가족에게 미안함이 큰 과학자들은 가족동반 학술대회 참석을 활용하고 싶어할 수 있다.

 

50년 전에 이미 학회 참석에서 ‘일가정양립’ 문화를 간접 경험했던 필자는 이를 한 번도 활용할 수 없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보고서를 내면 학교에서 출석 처리하는 제도가 생긴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부모를 따라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전문가를 만나는 기회를 갖는 것을 특혜를 누린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을 못 받는 청소년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기회와 혜택을 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가 아닐까?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한다면 가족동반 학술대회 참석은 이해할 때도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혜숙 이화여대 명예교수

 

※필자소개 

이혜숙 이화여대 수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초대 소장을 지냈으며,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관련 태그 뉴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7 + 8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