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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무료함은 때로 과감한 도전 정신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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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무료함은 때로 과감한 도전 정신을 낳는다

2021.05.15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루함이란 감정이 위험을 감당하는 용기가 될 때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무료함은 흥미로운 감정이다. 종일 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거나 전혀 재미있지 않은 강의를 세 시간 동안 연달아 듣노라면 지루함이 밀려온다. 이내 몸이 베베 꼬이고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이러한 상태는 꽤 고통스럽게 느껴져서 지루해서 죽을 것 같다는 말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힘들어서 , 화가 나서, 또는 슬퍼서 죽겠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런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흥미로운 부분이다. 지루한 천국보다 재미있는 지옥이 더 낫다는 말처럼, 아무 일이 없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쁜 일이라도 생기길 바라는 경우도 있는 듯 보인다. 지루함이라는 감정은 어떤 일을 하는 걸까?

 

학자들에 따르면 지루함은 ‘보상 없음’에 반응하는 감정이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환경에서 새롭게 얻을 수 있는 배움이나 경험, 즐거움이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게임으로 예를 들면 어떤 맵에서 이미 모든 과제를 클리어 해서 거기서는 무슨 짓을 해도 경험치나 스킬, 아이템, 스토리를 얻을 수 없는 상황과 같다. 이렇게 더 이상 내가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면 거기서 가만히 있지 말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 이득일 것이다. 이때 지루함이 못 참고 떠나게 만드는 변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삶이 정체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감정인 셈이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환경을 벗어나 안전할지 알 수 없는 새로운 환경을 찾는 데에는 항상 큰 위험이 도사린다. 어쩌면 지루함이 그렇게나 고통스러운 이유는 ‘지루하지만 않다면 뭐든 할 수 있는’, 즉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위험도 무릅쓰는 과감함을 탑재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미국 유타주립대 쉐인 벤치 교수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지루함이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고 위험 추구성을 높인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빨래 너는 영상을 보게 하는 등 지루함을 유발한 후 심장병, 폐암 같이 주된 사망 원인이 되는 질병들에 대해 얼마나 걱정되는지, 또 한 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로 사망할 것 같은지 추측해보게 했다. 그 결과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질병들이 별로 걱정스럽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각 질병에 걸려 숨진 사망자수 또한 적게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어디까지 위험을 무릅쓰려 할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헬멧 없이 오토바이 타기, 높은 빌딩에서 번지점프 하기, 과음하기 등의 무모한 행동들을 보여주고 이런 행동들을 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이 행복, 화, 두려움, 흥미로움 신남 같은 감정 상태를 느낀 사람들에 비해 더 이런 위험한 행동들을 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마지막으로 실제 위험 추 구성향을 테스트하기 위해 풍선을 크게 부풀릴수록 보상이 큰 컴퓨터 게임을 고안했다. 풍선이 클수록 보상이 크지만 커질수록 풍선이 터져버릴, 즉 보상이 0이 될 리스크도 큰 상황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다른 감정상태를 느낀 사람들에 비해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이 더 풍선을 위험 수준으로 크게 부풀리고 더 많이 터트려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지루함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다양한 위험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과감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혹 어이 없는 행동으로 큰 상해를 입어 다윈상 후보에 오르는 사람들 역시 어쩌면 오래된 지루함과 무료함의 희생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 역시 미국에서 한창 격리생활 중일 때, 뼛속까지 집순이인 주제에 심심하다며 근처 호수에 가서 카약을 타고 수영을 하며 평소 답지 않은 행동을 잔뜩 했던 기억이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는 즐거움도 있지만 불확실성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움직이는 것을 귀찮아 하고 위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나 같은 사람의 경우 지루함이 없다면 용기있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일이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지루함이 나의 용기가 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련기사 
Bench, S. W., Bera, J., & Cox, J. (2020). State boredom results in optimistic perception of risk and increased risk-taking. Cognition and Emotion. https://doi-org.libproxy.kenyon.edu/10.1080/02699931.2020.185876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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