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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 3% 의사과학자로 육성하면 바이오 분야 격변 일어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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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중 3% 의사과학자로 육성하면 바이오 분야 격변 일어날 것"

2021.05.16 12:00
존스홉킨스의대 제공
한국에서도 의사들이 전일제로 연구를 수행하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은 매년 의사의 3%가 의사과학자를 택한다. 존스홉킨스의대 제공

“매년 배출하는 의사의 3%인 100명만 연구개발에서 활약하고 20년만 연구가 쌓이면 바이오 분야에서 큰 격변이 일어날 겁니다. 지금까지 의사를 연구로 유인하는 유인책이 대부분 실패했는데 성공모델을 만들고 의사과학자의 길이 할 만하다는 인식을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영석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14일 오전 한국과학기자협회와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첨단 중입자암치료법 및 의사과학자’를 주제로 연 온라인 포럼에서 의사과학자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주 교수는 “의사의 역할은 계속해 진화해 왔다”며 “최근 의사들에게 주어지는 임무 중 하나는 바로 연구하는 의사”라고 말했다. 현대 과학기술에서 유전체 정밀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신종 감염병 백신, 맞춤신약 등 의학 분야에 혁신을 일으킬 기술이 등장하면서 의료 분야에 이를 도입하는 연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이러한 지식을 의료로 흡수해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화두”라고 말했다.

 

의학 분야에 현대 기술을 들여오는 역할을 하는 게 의사과학자다.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과학연구를 하기 위해 충분한 기간 연구 훈련을 받은 이들을 뜻한다. 의사 자격(MD)과 박사학위(PhD)를 모두 보유한다. 임상을 병행하지 않고 의학 분야 연구에만 전념하는 의사다. 한국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기초의학 교실로 진학하거나 수련의(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과학 분야 박사학위과정을 밟는 형태로 주로 양성된다.

 

해외에서는 의사과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주도하는 사례가 많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이끈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소장이나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데이비드 후앙 하버드의대 교수는 광간섭단층촬영(OCT)을 망막 검사에 처음 적용해 생검에 의존하던 망막 검사 패러다임을 바꾼 ‘의사공학자’로도 꼽힌다.

 

주 교수에 따르면 25년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37%가 의사과학자다. 여기에 산업계 분야도 의사과학자가 주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인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길리어드사이언스 설립자 마이클 리오단이 대표적이다. 주 교수는 “세계 상위 10위권 제약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중 7명이 의사과학자”라며 “산업화와 의료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은 과학과 의학 수준이 세계 높은 편임에도 두 분야의 경계인 의사과학자가 거의 배출되지 못하고 있다. 주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의사과학자는 약 7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의사가 약 10만 명인 데 비하면 1%가 채 되지 않는다. 매년 의사는 3000명 정도 배출되지만 2000년 이후 전공자 중 의사과학자의 길을 걷는 이는 매년 50명에 불과하다.

 

의사과학자 육성이 필요하나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 교수는 해외 벤치마킹 사례로 미국을 들었다. 미국은 월남전 당시 의사들에게 징집 대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를 거친 이들이 의학연구 분야에서 혁신을 다수 이룬 경험을 가진 미국은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과학 박사과정으로 선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재정을 지원했다.

 

주 교수는 “미국은 1만 8000명 의대생 중 4%가 과학 박사과정 선발 프로그램에 지원해 전체의 1%만 선발되고 선발되면 큰 영예로 여긴다”며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의사 중 3%를 의사과학자로 키운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한국 의사들이 의사과학자를 택하지 않는 이유로 진로의 불확실성을 들었다. 의사과학자들은 대학에서 연구를 하지 않으면 제약회사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공의의 길을 포기하고 한국의 바이오산업 분야에 의사과학자로 진출할 만한 환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해외 사례는 좋지만 가까이 있는 성공모델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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